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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미술과 박모/박이소 작품에 구현된 문화적 틈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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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김현일
Advisor
정영목
Major
미술대학 협동과정미술경영
Issue Date
2017-02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박모박이소1990년대 한국현대미술호미 바바번역문화적 틈새발터 벤야민
Description
학위논문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협동과정미술경영, 2017. 2. 정영목.
Abstract
본 논문은 박모/박이소 작품의 주제적/형식적 특징을 한국현대미술의 주요 경향과 비교분석하고, 이를 통해 한국현대미술에 있어 그의 작품이 갖는 의의를 살펴보는데 그 목적이 있다.
박모/박이소(1957-2004)는 1990년대 다양한 전시 기획과 작품 활동을 통해 제 3세계적 위치에 놓인 한국미술계가 서구미술계와 주체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모색했던 대표적 인물이다. 박모/박이소의 작품은 유학 후 미국에서 활동하던 박모 시기(1984-1994)와 귀국 후의 박이소 시기(1994-2004)로 크게 나눠볼 수 있다. 박모 시기의 작품이 서구에 의해 타자화된 한국적 정체성과 문화 사이의 근본적인 번역불가능성을 다룬다면, 박이소 시기의 작업은 삶의 피상성, 무상성이라는 다소 포괄적인 범주를 다룬다. 하지만 박모/박이소 시기에 나타나는 위와 같은 문제의식은 이미 선행연구들에서 충분히 다루어졌기 때문에, 본 논문은 한국현대미술과의 비교를 통해 드러나는 형식적 특징에 보다 초점을 맞춰 그의 작품을 분석해보았다.
박모 시기의 전반부라고 할 수 있는 1980년대 후반 그의 작품은 전통화 모티브와 한글을 차용한 평면작업이 주를 이룬다. 단색조 회화는 자연과의 합일이라는 동양적 자연관을, 민중미술은 민속미술의 토착성을 그 정체성의 근간으로 삼고 있던 상황에서, 미국에서 활동하던 박모는 해외진출에 있어 두 가지 정체성 모두 이국적 대상으로 타자화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따라서 1980년대 후반 그의 작업은 전통화 모티브를 전통, 역사같은 한글 단어와 병치시키고 이를 동명의 제목으로 다시 한 번 지시함으로써 해당 이미지가 제 3세계의 문화적 상징으로 쉽사리 소급되지 않게끔 하는 특징을 보인다. 이와 같은 언어적 개입을 통해 전통화 모티브가 서구 관객에 의해 작가의 제 3세계적 정체성으로 수렴되는 것을 비껴가는 방식은 단색조 회화와 민중미술에서 전통적 모티브가 차용되는 양상과 박모의 작품이 차별화되는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평면 작업이 주를 이루던 1980년대 후반을 지나 1990년대에 이르면 박모의 작품은 대중매체와 사물을 차용한 설치작업으로 그 형식이 급변한다. 또한 작품의 주제 역시 자신의 제 3세계적 정체성에 대한 성찰보다 문화 사이의 근본적인 번역불가능성을 다루는 방향으로 변화한다. 여기서 대중매체는 문화적 간극 사이에서 즉각적으로 독해될 수 없는 기호로 분열되고, 일상 사물은 이질적 이념과 문화 교류의 동역학 자체를 시각적으로 번역하기 위한 일종의 언어로 차용된다. 이는 1990년대 한국현대미술에서 대중매체와 일상 사물이 메세지를 전달하는 기호로 사용되거나, 지극히 형식적, 감각적인 대상으로 다뤄지는 방식과 차이를 보이며, 한국미술계에서 그의 작품이 갖는 독특한 위치를 보여준다.
특히, 1990년대 초 그가 제시한 초모방이라는 개념은 당시 그의 활동을 이해하는 핵심적인 단서를 제공한다. 초모방은 제 3세계 작가가 서구 작가의 작품을 그대로 모방함으로써 작품에 원작의 의미를 뛰어넘는 새로운 결을 부여하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초모방은 존 발데사리가 《손상된 알레고리들》에서 대중매체 속 이미지를 해체하는 방식을 박모가 1990년대 초 그의 작업에 그대로 모방해 여기에 새로운 문화적 결을 더하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한편, 초모방은 1993년 《태평양을 건너서》전을 통해 그가 주체적인 문화 교류 모델을 제시하는 데에서도 유사한 논리로 반복된다. 여기서, 고정된 문화적 정체성을 상정하지 않고 문화적 교류에서 발생하는 문화적 틈새를 직시하는 것을 주체적 교류의 기본 조건으로 제시한 박모의 시각은 특히 호미 바바(Homi K. Bhabha)의 탈식민주의론과 유사한 지향점을 공유한다.
1995년 귀국 후 선보인 작업에서 박모는 자신의 이러한 탈식민주의적 문제의식을 보다 정돈된 형식 언어로 시각화한다. 그리고 여기서 초모방과 더불어 새로운 조형원리로 등장하는 것이 번역이다. 1990년대 중반 그의 작품은 벤야민이 번역론에서 번역을 정의한 방식과 유사한 태도로 서로 다른 문화가 관계 맺는 방식을 상이한 맥락에 놓인 사물들의 관계로 번역하는 방식을 통해 문화 사이의 간극을 지시한다. 이후 사물에 대한 박모의 관심은 박이소 시기로 이어지며, 사물을 일종의 언어로 차용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그 자체가 번역되어야 할 사물로 전이된다.
1990년대 후반, 박이소로 개명한 그의 작업에서 사물의 활용과 더불어 두드러지는 또 다른 특징은 산업용 자재의 활용이다. 특히 1990년대 후반 박이소는 다양한 국제전을 중심으로 활동하는데, 이때 출품한 작품에서 사물과 산업용 자재는 특정한 주제를 전달하기보다 언어적 규정 자체를 비껴가는 모호한 사물로 재구성된다. 1990년대 후반 한국미술계는 다수의 국제전을 통해 급격히 세계화되었고, 그 안에서 한국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작업들이 다시 주목 받기 시작한다. 이와 더불어 국내미술계엔 1997년 IMF와 함께 귀국한 유학 작가들과 당시 급격히 증가한 대안공간을 중심으로 새로운 경향의 미술이 등장한다. 이들은 작품을 통해 거시적인 이야기를 전달하기보다 개인적이고 비규정적인 감각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달하거나, 전시 공간 자체를 매체로 활용하는 경향을 보이며, 매체의 폭과 접근방식을 눈에 띄게 확장한다.
당시 제작된 박이소의 조형물은 그 중에서도 조각의 수공예적인 방식을 유지하면서도 매체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식을 보여주는 안규철, 정서영의 작업과 유사한 특징을 보인다. 하지만 이들의 작업이 언어적 인식과 언어로 인식되지 않는 사물의 영역 사이의 긴장관계 안에 놓여있는 것과 달리 박이소의 작업은 자신이 참가한 전시 주제를 사물로 시각화하는 것 외의 별다른 의도를 갖지 않는다. 제작 의도가 너무 명확해서 오히려 그 안에 별 의미가 내포되어있지 않은 박이소의 작업은 그가 1990년대 후반 국제전을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었을 때, 1990년대 후반 다시 살아난 지역적, 국가적 정체성이라는 망령 안에서 문화적 본질의 어떤 전달 불가능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박모/박이소는 타자화된 정체성과 문화사이의 번역불가능성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데 있어 그 불가능성 자체를 재현의 부재, 의도의 공백으로 치환해버린다는 점에서 독특한 형식적 접근을 보여준다. 특히 재현불가능한 문화 사이의 틈새를 서로 다른 사물들 사이의 이질감으로 번역하는 부분은 작품을 통해 특정한 정체성이나 메세지를 전달하는데 치중하던 당시 한국미술계의 전반적인 흐름 안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한다. 또한, 1990년대 후반 국제전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박모/박이소의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의도의 공백은 당시 활동하던 유학 작가들과 그의 작품을 구분지는 동시에, 국제전 안에서 흔히 언급되는 문화적 정체성의 문제를 비껴간다는 점에서 당시 국제전을 중심으로 함께 활동하던 작가들의 작업과도 차별화된다. 박모/박이소의 작품이 갖고 있는 이러한 특징은 한국과 서구미술계의 주체적인 교류를 모색하던 그가 문화 사이의 근본적인 번역불가능성과 그 틈새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사실 외에, 그 본질을 형식적으로 구현하는 데 있어서도 한국현대미술의 전반적인 경향과 차별화된 독특한 위치를 점한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Language
Korean
URI
http://hdl.handle.net/10371/128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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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lege of Humanities (인문대학)Korean Language and Literature (국어국문학과)Others_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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