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안전 관련 법률의 게임 이론적 연구

Abstract

정보화의 급속한 진전에 따라 국가의 주요 시설 및 서비스가 점차 정보통신망으로 연계되고, 사이버 공간 상의 개인과 사회 그리고 국가 간 상호의존도는 높아져 가고 있다. 이는 한편으로 사이버 테러로 인한 피해가 국가 전반으로 파급되어 대규모의 피해, 나아가 국가 안전에 대한 위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아직 체계적인 국가 사이버 안전 관련 법률 체계를 구축하고 있지 못하다. 특히 관련 업무가 소관 부처별로 한정된 범위에서 개별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되어 있어 사이버 테러의 예방은 물론, 사이버위기 상황에서의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이 어려운 실정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인식을 기초로 사이버안전 관련 법률의 제정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와 이에 대한 해결 방안에 대하여 고찰하고자 하였다. 법률 제정을 위해서는 먼저 해당 법률의 내용이 효과적인 사이버 안전 관리를 뒷받침 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나, 이러한 내용의 법안이 국회의 심의를 통과할 수 있는지도 큰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동 법안이 사이버 안전 관리 체계를 총괄할 기관을 국가정보원으로 규정할 가능성이 높아 이에 따른 의견 대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제18대 국회에서 발의되었던 「국가사이버위기관리법(안)」이 폐기되게 된 것도 주로 국가정보원의 역할에 대한 여야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사이버 안전 관련 법률 입법 과정에서의 여야 상호작용을 분석하여 지난 입법 실패 사례의 원인을 알아보고, 이를 토대로 쟁점 법안이 제정되기 위한 조건을 도출하였다. 상임위원회의 법안 심사 과정은 여당과 야당이 유권자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하여 전략적인 선택에 따라 상호작용하는 게임으로 모형화할 수 있다. 따라서 게임 이론적 분석을 통해 입법 과정에서 어떠한 정치적 요소가 입법 교착을 초래하는지 추론할 수 있었으며 문제 해결에 대한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발견해 낼 수 있었다. 첫째, 국민들이 법안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정도가 커지는 경우 법안 반대에 따른 페널티는 상대적으로 커지므로 법안 통과 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국민의 인식은 인위적으로 전환하기 어려우므로 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이 지나도 인식이 크게 변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는 문제가 있다. 둘째, 정치권이 스스로 장기적인 시계를 확보하고 보다 정책 지향적으로 바뀐다면 국가 안보에 중요한 법안에 대해서 합리적으로 심사하여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의원 스스로의 노력뿐만 아니라 보좌진은 물론, 소속정당의 지도부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셋째, 법안을 대통령의 임기 초반보다는 후반, 주요국이나 우리나라에서 사이버테러가 발생하여 국민적 관심이 높을 때와 같이 법안 통과에 유리한 시기에 발의하면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다만 사이버 테러의 예방이 사이버 안전 관련 법률의 주요 취지이므로 이러한 방안은 법률 제정의 적시성을 해칠 수 있다. 넷째, 법안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을 수정하여 발의한다면 동 법안에 반대할 이유가 없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법안이 통과되기 쉬워진다. 현실적으로 국가정보원 외에 사이버 안전 업무를 총괄할 전문성 및 노하우를 가진 부처를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는 국가정보원이 사이버 안전 관리 업무를 총괄하되 이에 대한 적절한 사전·사후적 통제가 가능하도록 일부 조문을 수정하거나 신설하는 방안이 바람직할 것이다. 한편, 입법 과정의 환경으로 작용하는 정치 구조·문화 등 거시적 요인이 법안의 통과 가능성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따라서 정당의 기속으로부터 의원들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하여 양심에 따라 전체 국민과 국가 이익을 위한 교차 투표가 가능하도록 하는 등 국회 내의 건전한 정치적 게임의 규칙을 확보하도록 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