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특정적 연극의 공간 구조

Abstract

본 논문은 장소특정적 연극에서 연행이 이루어지는 공간들이 변형되는 양상을 분석하고 그에 따른 효과를 논한다. 장소특정적 연극은 무대가 갖춰진 극장이 아닌 비연극적인 장소에서 실연되는 연극이다. 그에 따라 장소특정적 연극에서는 실연 장소의 지정학적 입지나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맥락에 의해 의미가 형성된다고 보는 관점이 주를 이룬다. 그렇지만 연극이 실연되는 위치의 변경은 극장 내에서는 불가능했던 연행 공간을 형성하면서 연극이 작동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극장에서 연행이 무대라는 단일한 고정 공간에서 이루어진 것에 반해, 장소특정적 연극은 다양한 실연 장소의 공간들을 연행을 위해 사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소특정적 연극에서 연행 공간의 수와 크기, 형태 등은 변형된다. 본고는 이 같은 양상이 연행 방식과 관람 방식에 영향을 미치며 장소특정적 연극의 본질적인 특징을 형성한다고 보고 공간적 특징에 주목한다. 2장에서는 장소특정적 연극 개념이 형성된 맥락을 살펴봄으로써 실연 장소의 조건과 기능을 고찰한다. 우선 1960년대 미니멀리즘 미술의 공간 인식으로부터 시작된 장소특정적 미술을 통해 장소특정성의 의미와 유래를 검토한다. 장소특정적 연극은 미술에서의 장소특정성이 관행적인 연극 공간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비롯된 공간적 실험 연극들과 만나면서 형성되었다. 그 과정에서 장소특정적 연극의 실연 공간이 되는 발견된 공간 개념을 쉐크너의 환경연극과 더불어 살펴본다. 3장에서는 장소특정적 연극의 연행 공간이 변형되는 양상을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장소특정적 연극이 실연되는 공간이 하나인지 여러 개인지에 따라 크게 구분한 후, 공간 형태에 따라 연행 공간이 변형되는 양상을 다시 나누어 살펴본다. 연행은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는 공간의 곳곳에서 이루어진다. 여러 개의 공간들에서 연극이 실연되는 경우, 중심 연행들은 사전에 연출자에 의해 계획된 경로에 따라 순차적으로 이동하며 이루어지기도 하고, 동시다발적으로 곳곳에서 산재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연행 공간들의 양상을 파악한 후에는 이를 토대로 연행 공간의 변형이 배우의 연기, 표현 방식, 태도를 비롯해 연극의 순서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4장에서는 장소특정적 연극에서 나타나는 공간 구조에 따라 다양한 방식의 의사소통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한다. 우선 관객들은 연행 공간 안에 존재하며 극에 개입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임무를 갖게 된다. 장소특정적 연극에서 관객은 배우와 더불어 의미를 생산하는 주체가 된다. 따라서 관객은 배우를 비롯하여 다른 관객, 실연 공간, 연극에 사용된 오브제와의 관계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다양한 의사소통 경로를 형성한다. 무대-객석의 공간 구조에서는 일방적인 의미 전달식으로 의사소통이 행해졌다. 하지만 연행 공간의 변형과 그에 따른 관객들의 위치 변화는 연극 내에서 상호적이고 다양한 경로를 통한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만든다. 이를 통해 본고는 장소특정적 연극의 독특한 연행 방식과 복잡하게 작동하는 의사소통 구조가 단지 장소의 변경만이 아니라 그로부터 비롯된 변형된 연행 공간과 그 구조를 통해 이해되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용어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소비되는 과정에서 특징들이 구체적으로 검토되지 못한 장소특정적 연극 개념을 정리함으로써 이 연극 형식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