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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론(地論)사상의 맥락에서 본 원효(元曉)의 법계관(法界觀)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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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양성철

Advisor
조은수
Major
인문대학 철학과
Issue Date
2014-08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지론종연집연기육상법계원효
Description
학위논문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철학과, 2014. 8. 조은수.
Abstract
이 논문은 중국불교의 지론종(地論宗)에 대해 개관하고 그 철학적 내용과 구조가 한국불교, 특히『화엄경문의요결문답(華嚴經文義要決問答)』에 나타나는 원효의 법계관(法界觀)에 미친 영향을 검토함으로써 그 철학사적 의미와 중요성을 되짚어 보려는 것이다.
지론종은 위진·남북조시대부터 당대초기까지『십지경론(十地經論)』을 소의로 하여 연구와 수행을 했던 학파였다. 중국최초의 유식학파로서 혜광(慧光)을 필두로 하여 중국 전역에 걸쳐 상당한 영향을 끼쳤으며, 후에 남도파(南道派)와 북도파(北道派)로 분기되어 각각 섭론종(攝論宗)과 화엄종(華嚴宗)에 흡수되어 소멸되었다. 그러나 그 존속시간이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인도불교의 중국적 수용을 넘어 주체적 이해를 통해 수·당 시대 불교사상의 전성기를 구축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된다. 그리고 당시의 문제의식은 오늘날의 동아시아 불교에서 논의되는 제반 문제의식과 맞물려 여전히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지론종이 단순히 화엄의 시초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 불교의 정체성을 규정짓는 한 축을 담당했으며, 한국 불교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끼치며 상호교섭관계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다. 지론종의 역사적 성립과 분기·소멸과정에서도 보여주듯이, 지론종을 통일적 사상체계로 묶어서 한 마디로 규정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본고는 지론종 남도파, 그 중에서도 법상(法上)과 혜원(慧遠) 그리고 름사(懍師)의 연집과 육상관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하고 원효와 의상의 법계관에 끼친 영향까지 고찰한다.
연집(緣集)은 인도불교 전통의 연기(緣起, pratītyasamutpāda)에 대한 지론사들 고유의 이해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연기라는 개념은 초기불교에서는 시간적 인과관계의 측면과 논리적 상의관계로서의 측면을 동시에 가졌지만 대승불교에서부터는 시간적 인과관계의 측면보다는 논리적 상의관계라는 측면에서 연기를 이해하기 시작하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연집(緣集)이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중기 대승불교이후 알라야식과 여래장사상의 조화 속에서 지론종은 여래장연기(如來藏緣起) 즉 법계연기(法界緣起) 혹은 진여연기(眞如緣起)를 전개했는데, 현상계가 이 여래장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고 현상이 곧 본체라는 것이다. 현재 익숙하게 통용되는 있는 연기는 현장 이후에 정착된 용어이며, 그 이전에는『십지경』에서의 pratītyasamutpāda를 한역하는 과정에서, 존재의 속성에 대해 논리적 상의관계로서의 측면과 시간적 인과관계로서의 측면을 각각 연집과 연기로 나타내었다.
본고는 지론종의 연집에 대한 그간의 연구가 가진 개별적 고찰이라는 한계와 연집설의 전개에 대한 논의가 지나치게 도식적이어서 연집설이 가진 실질적인 사상사적 함의를 드러내기에 부족하다고 보고, 지론사들의 육상관의 전개와 통합적으로 연집을 다루었다. 이러한 시도를 하게 된 이유는 지론사들 내에서 연집설의 의미가 분화되고 정교하게 전개되어 갈수록 동시에 육상에 대해서도 경전해석방식에 머물지 않고 연기에 대한 이해방식이라는 관점으로 확장·변화되어갔다는 일련의 양상과 연집을 논할 때에는 육상과 더불어 제시하는 방식을 취하는 공통점이 드러나기 때문이었다.
육상(六相)은 경전에 대한 단편적·획일적 이해를 방지하기 위해 그 내용을 이해하기 위한 여섯 가지 관점으로서, 총상(總相)·별상(別相)·동상(同相)·이상(異相)·성상(成相)·괴상(壞相)을 말한다. 구체적으로는『십지경론』에서 세친이 보살행의 방편업을 설하는 하나의 경전해석방식으로 이 육상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 적용범주에 있어서 현상의 측면을 해석하는 것은 제외된다고 하였다. 이러한 관점은 이후 지론종을 거쳐 화엄교학에 이르기까지 지론사들 각각의 특수한 이해방식을 보여준다. 그러다가 화엄교학에 이르러서는 연기법에 관한 이해방식을 나타내는 의미로 전환되었다.
법상(法上), 혜원(慧遠), 름사(懍師)로 이어지는 지론종 남도파의 육상관에 대한 구체적 이해를 통해 지론종 연집설의 전개는 연집 종류의 많고 적음으로써가 아니라, 육상과의 관련성 속에서 논리적 상의관계로서의 연기라는 의미를 강화해가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를 통해 제일의제의 개념들 즉 육상이나 여래장 그리고 법계연집을 세속제로서 표현하려는 시도를 거듭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언표 불가능한 영역의 내용들을 현실의 영역, 언어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를 했다고 할 수 있다.
연집개념은 지론종 남도파를 거치면서 법계연기(法界緣起)로 의미가 분화되어간다. 법계연기는 진리의 보편적인 작용을 드러내며, 모든 존재가 서로 융즉하여 장애가 없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러한 설명은 름사의 법계연집의 내용과 유사하기 때문에, 지론종 연집체계내로 편입된 것임을 추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연집은 법계연기를 연집체계의 틀 안에 포섭시키면서, 그 자체가 연기의 의미까지 강화하여 형태적, 내용적으로 그 외연을 확대해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지론사들이 연집과 법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정도에 불과했던 법계연기는 그 후 지엄과 법장을 거치면서 화엄학의 중심사상으로 논하게 된다.
원효의 법계관은 지론종의 법계에 대한 이해, 특히 름사의 사법계관과 구조상 상당히 유사하다.『화엄경문의요결문답』에 따르면 원효는 ①유위법계(有爲法界) ➁무위법계(無爲法界) ③역유위역무위법계(亦有爲亦無爲法界) ④비유위비무위법계(非有爲非無爲法界)라는 네 가지의 법계관을 펼쳤다. 이것은 름사의 사법계관 중 연기법계 즉 ➀유위연집법계(有爲緣集法界) ➁무위연집법계(無爲緣集法界) ➂자체연집법계(自體緣集法界) ➃평등연집법계(平等緣集法界)와 내용 및 구조상 상당히 유사하고, 특히 지론종 특유의 이해 방식인 무위연집법계에 상응하는 무위법계를 배대시키고 있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 이 뿐만 아니라 원효는『대승기신론소』에서도 총상과 별상을 통해 법계의 의미를 드러내는 방식을 취한다. 즉 일법계가 심진여문(心眞如門)과 심생멸문(心生滅門)을 통섭하는 것을 별상이 아닌 총상이라는 관점에서 나타내고 있다고 하여, 육상을 통한 법계를 설명하는 방식을 보이고 있다. 결국 육상을 통해서 법계연기를 설명하는 원효의 법계관은 그만의 독창적인 이해방식이라기보다는, 지론사들의 연집에 대한 해석전통에서 보여줬던 방식을 수용한 측면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지론종을 중심으로 보았을 때, 의상의 법계관과 육상관은 지론종 남도파 계열에서 보여주는 일련의 경향성이 나타나지만, 법계관의 체계화 과정에서 나타난 구조상의 유사성은 오히려 원효의 법계관에서 더욱 분명히 드러난다. 결국 육상관에 있어서는 원효와 의상 모두 지론종 특유의 경향성과 공통점이 있지만, 법계관에 있어서는 원효가 의상보다도 지론종의 법계관의 체계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구조와 더욱 유사한 형태를 보여준다. 이것은 종래 신라불교에 대한 지론종의 영향관계를 의상계 화엄으로만 국한시켜 이해하는 여러 주장과는 상반된 내용으로서 당시 지론종의 영향이 신라불교 전반에 걸쳐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3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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