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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성과 문학의 모험 : 타하르 벤 젤룬의 『모래 아이』 : Ambiguïté et aventure littéraire dans L'enfant de sable de Tahar Ben Jello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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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길경선

Advisor
이영목
Major
인문대학 불어불문학과
Issue Date
2013-02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프랑스어 마그레브 문학타하르 벤 젤룬모호성정체성 탐구포스트모더니즘무한성
Description
학위논문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불어불문학과, 2013. 2. 이영목.
Abstract
이 논문은 모호성의 원리에 비추어 타하르 벤 젤룬의 『모래 아이』에 나타난 문학의 모험을 분석함으로써, 작품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모호성은 혼란을 야기하는 불확실성과, 다양한 가능성을 내포하는 유동성을 동시에 지닌다. 우리는 프랑스어 마그레브 문학의 본질적 속성이기도 한 모호성이, 이 작품을 상투적인 테두리 속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과 문학에 대한 본질적이고 철학적인 문제에 접근시키는 것으로 본다. 우리는 존재, 이야기 그리고 글쓰기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모험에 대한 분석을 통하여 모호성이 가능케 하는 문학적 힘을 조명해보고자 한다.
1장에서는 속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여 주인공이 겪는 존재의 모험을 고찰한다. 여자로 태어났지만 남자의 삶을 살아야하는 주인공 아흐메드/자흐라는 이중성을 내재화한 존재로서, 자신의 혼종의 상태와 이로 인한 존재의 모순을 비극적으로 인식한다. 존재의 모호성과 그것이 야기하는 혼란을 극복하기 위하여, 주인공은 먼저 철저하게 남자로서의 가면을 쓰면서 거짓 정체성을 지켜나가기로 한다. 그러나 아무리 두꺼운 가면일지라도 주인공은 결국 그 안에서 그만큼 더 날카로운 거울을 마주하게 되고 그 결과, 벗어날 수 없는 여성으로서의 존재를 확인할 뿐이다. 가면 쓰기에 실패한 아흐메드/자흐라는 가면을 벗고 본래 자신의 존재로 돌아가고자 한다. 그러나 이 새로운 시도에서도 주인공은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온전히 되찾을 수 없다. 가면을 벗고 마주하게 된 거울은, 존재가 아닌 외면이라는 왜곡된 반영을 비추는 일종의 속임수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존재의 모험은 동일성과 이타성의 복잡한 변증법적 과정을 거치며 주인공을 가면과 거울의 유희라는 순환 고리 속에 가두어 버리고, 정체성의 탐구는 미완의 상태로 남는다.
2장에서는 바깥 이야기를 참조하여 이야기꾼과 청중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의 모험을 분석한다. 존재의 모험을 통하여 제기된 정체성에 대한 탐구 과정은, 그 과정을 이야기하는 방법, 즉 언어를 통한 모색의 과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모래 아이』는 액자식 구조를 가진 소설로서, 작가는 바깥 이야기에 자신의 목소리를 부여한 이야기꾼을 등장시켜, 다양한 서술 전략을 구현한다. 광장에 이야기꾼이 나타나 청중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구전의 전통이 도입되면서, 이야기꾼과 청중들 사이의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공모의 예술이 구현되고, 다성적인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서술자의 절대적 지위가 사라진 이 이야기 속에는,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서사적 특성이 관찰된다. 그것은 바로 텍스트가 쓰여 지면서 그것이 이야기가 되어가는 과정을 함께 이야기하는, 일종의 메타픽션의 목소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이 이야기의 원천이 되는 아흐메드/자흐라의 일기장은 그것이 담고 있는 주인공의 내밀한 언어와, 이야기꾼의 출현마다 새롭게 나타나는 기이한 등장 방식으로 인해 비밀과 신비의 책이 된다. 이로써 이야기는 그 진실과 결말을 알 수 없는 수수께끼가 되고 주인공의 존재만큼이나 모호한 이야기로 머문다.
3장에서는 작가가 앞의 두 모험을 보편화하고자 시도하는 글쓰기의 모험의 과정과 그 의미를 조명한다. 글쓰기의 모험에서 우리는, 존재와 이야기가 지표를 잃고 헤매는 미로라는 비극적 공간이, 진리를 세우려는 끝없는 노력으로 인하여 오히려 폐쇄 회로라기보다는 열린 우주가 될 수 있다는 보르헤스적 경향을 발견한다. 모호성에 대한 이와 같은 전환적 사고는 벤 젤룬의 글쓰기에서 시적언어와 상상력으로 인하여 가능해진다. 왜냐하면 시적언어와 만난 상상력은 우리를 초월적인 꿈의 영역으로 데려가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작가의 글 속에서 탐색된 모호성은 끊임없이 고정된 의미를 탈피하며 변화하는 가운데, 순환성과 개방성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의 장으로 우리에게 제시된다.
벤 젤룬이 『모래 아이』에서 모호성을 재조명하기 위해 행한 시도는 그것이 모든 존재와 이야기의 본질적인 속성임을 인지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 바탕 위에서 그는, 존재와 이야기가 자신의 잃어버린 의미를 찾기 위하여 행하는 여정을 일종의 모험을 통하여 문학적으로 형상화하고, 결국 영원한 실패 그 자체로부터 역설적인 가능성과 다양성을 만들어 낸다. 이로써 우리는 현대의 인간과 문학이 마주한 모호성의 속성과 의미를 밝혀볼 수 있다. 모호성은 끝없이 모험을 해야 하는 존재-이야기-글쓰기의 영원한 원리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모래 아이』는 시작도 끝도 없고, 수많은 이들의 목소리로 빚어지며, 독자의 상상력에 따라 영원히 제 모습을 바꾸는, 모래 알갱이로 이루어진 한 권이 책이 된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3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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