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kolai Rakov 의 Violin Concerto No.1 에 나타난 집시 음악적 특징 연구

Abstract

본 논문은 20세기 러시아 작곡가 니콜라이 라코프(Nikolai Petrovich Rakov, Николай Петрович Раков, 1908-1990)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분석하여 그 속에 나타난 집시음악적인 요소에 대해 연구한 논문이다. 집시음악은 그동안 직, 간접적으로 서양음악사에 많은 영향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천한 음악 혹은 생계를 위한 기능성 음악으로 여겨져서 그 가치를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집시들은 서양음악사에 집시음계라는 용어를 남길 만큼 음악적 영향력이 있었고, 특히 기악연주와 주법에 있어 탁월한 재능을 보여서 많은 서양 작곡가들에게 영감을 주기도 했다. 이처럼 그 가치와 영향력에 있어서 충분히 비중이 있는 집시음악이 그동안 평가절하 되었던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재조명이 필요하며 이러한 판단이 바로 본 논문을 시작하게 한 계기이다. 특히 본 논문에서는 성악음악 위주로 발달했던 러시아 집시음악에서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기악음악에 관심을 가지고, 유럽의 집시음악적인 요소가 라코프의 곡에서 어떻게 발현되었는지를 밝혀서 러시아 집시 기악음악에 대한 새로운 학술적인 연구의 근거를 제시하고자 한다. 이는 유럽에 널리 퍼져있었던 집시들이 러시아로 이동하면서, 그들의 집시음악이 러시아 음악에 영향을 미치고 후대의 러시아 현대음악의 발전에 기여했으리라는 개연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본 논문에서는 라코프의 <바이올린 콘체르토 1번>을 구조분석을 통해 형식적인 구성을 먼저 밝히고, 집시음악적인 요소들을 각각 선율적인 요소(주제선율, 집시음계, 선법의 사용, 시퀀스)와 리듬적 요소(리듬, 박자와 템포), 그리고 연주 주법(글리산도, 비브라토, 장식음, 그 외 연주 주법)으로 분류하여, 곡을 심층 분석하고 유럽의 집시음악과 비교해 가면서 라코프의 곡에서 집시음악적인 요소들이 어떻게 효율적이고 복합적으로 표현되었는지를 밝혔다. 분석을 통해서 라코프는 선율적, 리듬적, 연주 주법적인 면에서 집시의 음악적 요소를 다양하게 활용했으며, <바이올린 콘체르토 1번>이 집시의 다양한 양식을 폭넓게 수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집시음악적인 요소는 이 곡이 독자적인 예술성과 개성을 가질 수 있도록 일조하였다. 이렇게 라코프가 사용한 집시적인 요소들은 단순한 양식적인 모방을 넘어서 흡수와 재창조를 통해 새로운 개성을 만들어내는 집시음악의 중요한 정수와 핵심까지 계승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이렇게 집시음악적인 시각에서 20세기 작곡가의 곡을 분석하여 집시 음악의 가능성과 그 가치에 주목하는 연구가 없었다. 하지만 필자의 본 연구를 통해, 다양한 음악에 쉽게 융합되는 특징을 가진 집시음악이 다른 장르의 음악과 적절히 조화되었을 때 새로운 긍정적인 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그동안 미흡했던 러시아 집시의 기악음악 연구에 있어서도, 라코프의 곡에서 다양한 집시음악적인 요소를 찾아냄으로써 유럽에서 시작되어 러시아 집시들로 이어졌던 집시들의 기악음악이 후대의 러시아 기악음악에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을 밝히는데 기여하였다. 이는 또한 러시아의 음악연구에 있어서 집시적인 시각을 통해서 바라볼 수도 있다는 새로운 시사점을 제시한 것과, 집시음악의 개성과 생존력을 재확인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깊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현대음악이 점점 대중성을 상실하며 스스로의 음악적 틀에 갇혀서 점점 이해하기 어려운 난해한 음악으로 변해가고 있는 지금, 집시음악은 분명 새로운 방법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집시음악은 대중성과 예술성을 골고루 갖추고 있으며 라코프의 음악에서도 볼 수 있듯 기존의 음악과 융합되어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놀라운 재생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라코프의 곡에서 사용된 여러 가지 집시적인 요소들은 클래식 곡에서도 집시음악이 충분히 잘 융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기 때문에, 본 논문을 계기로 집시 음악적 요소에 주목하여 이를 순수 예술음악이 잘 활용한다면 해결책이 뚜렷이 보이지 않은 채 점점 대중들과 유리되어가는 현대 음악에 분명히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또한 그동안 음악적 영향력과 그 예술성에 비해 너무나 평가절하 되어왔던 집시음악 역시 그에 합당한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본 논문이 앞으로 집시음악에 대한, 그리고 집시음악과 서구 클래식 음악의 연관성에 대한 보다 진지하고 학구적인 연구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