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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의 집단주의적 실천: 대학생 동아리 사례 연구 : Collectivist Practices for Self-develop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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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윤지영

Advisor
정향진
Major
사회과학대학 인류학과
Issue Date
2014-08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전지구화신자유주의토착화자기계발대학생동아리집단주의감정 훈육젠더실천공동체
Description
학위논문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인류학과, 2014. 8. 정향진.
Abstract
본 연구는 2000년대 이후 전지구화와 신자유주의의 흐름 아래 한국 사회에서 자기계발담론이 유행하고 있는 현상에 주목하여, 외국에서 유입된 자기계발 프로그램이 한국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토착화되어 운영‧ 실천되는 양상을 살펴본다. 보다 구체적으로, 국제비영리단체의 리더십 프로그램을 도입한 대학교 동아리를 연구대상으로 설정하여, 대학생들이 신자유주의적 자기계발담론을 또래집단의 실천을 통해 어떻게 토착화하여 수용‧ 실천하고 있는지를 포착하고자 한다.
미국에서 시작된 국제비영리단체의 리더십 프로그램은 대학생들이 비즈니스 프로젝트의 실행을 통해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들을 도우면서 리더십을 함양하도록 기획되어 있다. 연구자는 이 프로그램의 형식이 신자유주의 자기계발담론을 담지하고 있다고 간주한다. 이 프로그램을 도입한 연구대상 동아리는 현재 "회사" 혹은 "군대"로 비견되는데, 이 프로그램의 형식이 구현되는 과정에서 한국의 사회문화적 규범과 관계적 맥락들이 작동하여 독특한 실천 양상을 형성했다고 본다. 지금까지 실천공동체로서 형성되어 온 동아리의 역사를 추적함으로써 조직에 대한 강도 높은 헌신과 몰입을 전제로 자기계발이 도모되어왔음을 포착했다. 이처럼 헌신과 "끈끈함" 등이 강조되는 실천 양식을 한국의 전통적 집단주의 모델의 틀에 입각해 분석함으로써, 학생들이 집단주의적인 실천을 통해 자기계발담론을 수용했다고 보았다.
구체적으로 활동 사례를 살펴보면서 리더들이 구성원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어떻게 집단주의적 자기계발실천 양상을 만들어가고 있는지를 제시했다. 신입 회원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리더들이 능력과 자신감보다 조직에의 헌신과 조화로운 성격 등을 우선시하는 점에서 집단주의적 면모가 드러난다. 선발된 신입은 통제와 보살핌 속에서 조직에의 몰입이 강제 또는 유도된다. 특히 가장 핵심적인 프로젝트 팀 활동의 경우, 가족비유를 경유한 집단주의적 실천을 통해 자기계발이 도모된다. "부모와 같은" 리더는 "아이들"인 신입과 팀원들을 잘 "길러내서" "가족" 같이 "끈끈"하되 "프로페셔널"하게 일을 잘 하는 팀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즉 가족비유를 통해 팀의 성취와 단결, 개개인의 성장 및 역량 강화를 꾀한다. 한편 국내대회는 매해 가장 중요한 행사로서 팀을 넘어 동아리 전체가 "하나"가 되어 강한 일체감과 감정적인 유대를 경험하며 '우리성'이 형성되는 계기가 된다.
나아가 연구자는 집단주의적 실천의 정서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개별 구성원들에 대한 조직의 감정 통제 및 훈육 과정과 이에 얽힌 젠더 갈등에 주목했다. 감정은 쉽게 '전염'되어 자칫 조직의 단결과 발전에 위해를 가할 수 있기 때문에, 개별 구성원들의 감정 상태는 시시각각 집단적인 평가 ‧ 관리 ‧ 통제의 대상이 된다. 조직의 관리자인 리더들도 예외는 아니다. 리더들은 집단적인 감정 통제를 수행하는 감시자인 동시에 대상이 되며, 아이들인 팀원들의 감정 상태까지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더 엄격한 감정 관리, 즉 "멘탈 관리"의 압박을 받는다. 멘탈 관리란 외부의 상황에 동요하지 않고 부정적인 감정들의 표출을 억누르며 상황에 따라 통제, 보살핌 등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감정 규율을 의미한다. 조직에서는 감정 훈육을 통해서 향후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위해 필요한 감정 관리를 미리 학습할 수 있다며 자기계발의 효과를 설파한다. 그렇지만 가장 힘든 순간 학생들에게 역할 수행의 동기를 부여해주는 것은 개인의 성장에 대한 욕구가 아니라 다른 학생들과의 관계성 자체라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팀원들에 대한 고마움, 애정 등이 궁극적으로 개인의 성장을 돕는 결과를 낳는다.
한편 이러한 집단적인 감정의 훈육 과정에는 젠더 문제가 개입된다. 조직을 체계화시킨 핵심 리더들이 주로 군대를 다녀온 남학생들이었으며 군대경험과 나이라는 요소가 함께 작용하면서 집단주의적 실천은 남성성과 결부된다. 군대 다녀온 남자는 조직 몰입도가 좋고 멘탈이 강한 이상적인 구성원을 표상하게 된 반면, 어린 여학생은 몰입도가 낮고 멘탈이 약해 지양되는 구성원을 표상하게 되었다. 어린 여학생의 여린 성격은 유리멘탈로 명명되고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수행과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소로 간주된다. 특히 리더로 내정된 여학생들은 멘탈 관리에 대한 압박을 더 심하게 경험한다. 이는 비단 조직을 위해서 뿐만이 아니라 졸업 후 한국의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미리 경험하고 학습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정당화된다.
여학생들은 힘들어도 감정 관리의 노력을 기울이며 상당 부분 체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나, 대부분 표면행위인 그런 척에 머문다. 여기에서 남성성과 결부된 강한 멘탈과 그 훈육 방식에 비판적인 시각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결국 한국 사회의 어쩔 수 없는 부분이자 언젠가는 배워야하는 것으로 인정하는 한계점을 갖는다. 이는 젠더 불평등의 문제를 상당 부분 개인의 감정 관리 문제로 축소시켜 기존의 젠더 이데올로기의 재생산에 기여하게 된다. 그러나 여학생들의 궁극적인 역할 수행 동기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을 학습하고 성장하려는 욕구가 아니라 사람들에 대한 애정에 있다. 이 애정 때문에 개인으로서는 그다지 바라지 않고 원치 않았던 사회생활의 측면까지 학습하게 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연구결과는 후기 근대적 상황에서 일상생활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자기계발담론과 실천 간의 간극을 보여주며, 담론의 실제 수용 과정에서 작동하는 지역적 맥락과 구체적인 관계성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나아가 자기계발담론이 상정하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자율적인(autonomous) 자아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제기하게 만든다. 단적으로 학생들이 가장 힘든 순간을 버티게 해준 원동력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찾는 점만 보아도, 이들을 단순히 개별화된, 고립된 주체로 환원시킬 수 없음이 드러난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34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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