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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밀한 표준화: 한국 성인 여성들의 비만 경험을 통해 본 몸과 섹슈얼리티
Intimate Standardization: Body and Sexuality among Obese and Large-Sized Women in South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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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이민
Advisor
이현정
Major
사회과학대학 인류학과
Issue Date
2016-08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비만뚱뚱함여성의 몸표준화정상화물질화건강섹슈얼리티
Description
학위논문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인류학과 인류학전공, 2016. 8. 이현정.
Abstract
본 논문은 한국 성인 여성들의 비만 경험 사례를 통해 몸의 표준화가 초래하는 건강 및 섹슈얼리티의 정상화 양상과 이를 경험하는 여성들의 행위성을 고찰한다. 이를 위해 연구자는 서울시 행복구 보건소의 비만관리 프로그램, 플러스사이즈 패션컬쳐매거진 , 그리고 비만 자조모임 텔레파시에 참여하는 20대부터 60대까지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인류학적 현장연구를 수행하였다.
1990년대 후반부터 비만이 본격적으로 질병의 지위를 부여받고 의료화됨과 동시에 한국사회의 몸 산업이 급격하게 팽창하면서 비만 혹은 뚱뚱한 몸에 대한 부정적 의미가 강화되기 시작하였고, 이는 한국사회에서 남성들에 비해 여성들에게 상대적으로 더 큰 심리적, 신체적 고통을 초래해왔다. 본 연구는 오늘날 한국사회의 구체적 시공간 안에서 비만(obesity)과 뚱뚱함(fatness)의 의미가 어떠한 상호작용적 실천을 통해 구성되고 있는지 살펴봄으로써 비만이 여성들의 문제로 자리 잡는 사회문화적 맥락을 밝히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두 가지의 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첫째, 의료적 공간뿐만 아니라 일상적 생활공간 전반에서 이루어지는 몸의 측량 및 표준화가 비만과 뚱뚱함을 특정하게 의미화함으로써 여성들의 건강과 섹슈얼리티를 정상화하는 양상을 탐구한다. 둘째, 결코 완전히 표준화될 수 없는 고유하고 개별적인 몸 경험에 근거하여 비만을 경험하는 여성들의 행위성이 발현되는 방식을 조명한다.
우선 비만을 경험하는 여성들은 두 가지의 표준화에 동시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보건의료적 공간에서 비만을 진단하는 방식이 체질량지수(BMI) 중심에서 체성분 검사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비만(obesity)은 곧 체지방률이 표준범위를 벗어난 상태에 대한 진단으로 개념화되기 시작하였다. 이로 인해 외적 체형만으로 알 수 없는 비만의 위험은 과학적 수단에 의해 발견되고 전문가들에 의해 진단되어야 하는 현상이 되는데, 보건의료적 실천에서 작동하는 젠더적 편견과 제도적 관행에 의해 위험집단은 성인 여성으로 특정되게 된다. 또한, 체지방률의 표준범위는 인구통계학적으로 산출된 평균적 몸의 관념에 근거하여 설정되며, 건강은 생물기계론적 사고 하에서 측량 가능하고 합리적으로 관리 가능한 것으로 사고된다. 건강한 몸의 표준이 곧 근육이 많고 지방이 적은 탄탄한 몸과 동일시되면서 몸을 합리적으로 관리하는 자율적 주체로 인정받고자 하는 여성들은 몸에 대한 내적 자기감시를 심화한다.
다른 한편으로, 뚱뚱함(fatness)은 기성복의 표준 사이즈 범위를 벗어난 몸에 대한 사회적 평가로 개념화된다. 기성복의 표준 사이즈 체계 역시 국민체위조사를 통한 평균적 몸의 산출에 근거하며, 특히 여성복의 경우, 표준 사이즈의 범위가 비현실적인 44·55·66 체계에 머물러 있어 남성복 사이즈 체계에 비해 지나치게 협소하다. 일상적 의례를 수행하는 데에 필수적인 옷을 구하지 못하는 뚱뚱한 여성들은 사회적 장에서 쉽게 비가시화된다. 또한, 여성들에게 있어서 표준 사이즈 범위 안의 옷을 입는다는 것은 곧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이성애규범적 섹슈얼리티를 적절히 연행(perform)하는 일과 같다. 여성적 몸의 표준에 몸을 맞춰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은 엄마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증폭되며, 사회적으로 배제되지 않고자 하는 여성들은 기성복이 맞는 몸을 욕망하게 된다.
이토록 몸의 측량 및 표준화는 사회적 규범을 자연적이고 본질적인 것으로 물질화하여 결과적으로 몸의 정상화를 초래한다. 즉, 건강한 몸과 여성적 몸의 표준은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사회적으로 낙인찍히거나 배제 당하지 않기 위한 여성들의 은밀하고 사적인 자기감시를 심화한다. 본 연구는 사회적 두려움을 사적인 욕망으로 변모시켜 여성들 스스로가 강박적으로 몸을 정상화하도록 만드는 현대 한국사회의 현상을 내밀한 표준화(intimate standardization)로 칭하고자 한다.
내밀한 표준화가 늘 성공적인 프로젝트인 것은 아니다. 매일 매일의 삶을 살아가는 몸은 칼로리의 섭취와 소모만으로 기계적으로 조절되지 않는다. 유전, 출산, 노화, 질병 혹은 사고, 노동환경, 가족관계, 사회적 관계 등 측량 불가능한 삶의 우연적 변수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상적 몸에 대한 강박에 사로잡힌 여성들은 자기학대적 몸 관리의 악순환을 반복한다. 몸 경험의 우여곡절 속에서 진정한 건강이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 사람들은 일상적 삶의 감각을 존중하는 주관적 건강을 개념화한다. 그러나 이러한 실천은 비만을 경험하는 여성들 사이에서 충분한 집단적 공감을 얻지 못하고 쉽게 좌절되는데, 이는 즐겁게 먹고 활동적 삶을 즐기는 개인적 실천이 사회적 배제의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플러스사이즈 운동은 플러스사이즈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내세워 공통의 사회적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결집시키고 사회적 장에 드러낸다. 여성적 몸의 표준에서 벗어난 몸들을 긍정하고 사회적으로 가시화하는 실천에서 섹슈얼리티의 표출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플러스사이즈 운동은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특정한 방향으로 정의될 수 없음을 주장하며 이러한 몸도 저러한 몸도 모두 여성의 몸이라는 서사를 취한다. 이러한 실천은 사회적 배제로 인해 원자화되었던 개인들을 소통의 장으로 이끌어내어 스스로의 몸을 긍정하고 타자와 주체적으로 관계 맺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섹슈얼리티를 시각적으로 재현하는 과정에서 보기 좋은 뚱뚱함이나 관능적 여성상을 드러내는 데에 그치는 플러스사이즈 운동은 다시금 이성애규범적 정상화에 갇히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플러스사이즈 운동에서 드러나는 섹슈얼리티의 패러디는 기존의 규범에 틈새를 만들고 본질적 여성성의 위상을 흔들어 놓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가치가 있다.
이상과 같이 본 연구는 내밀한 표준화와 그에 대응한 여성들의 몸 실천 양상을 살펴본다. 이를 통해 몸의 물질성이 때때로 사회적 규범을 본질화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규범과 구체적 삶의 경험이 어긋나는 지점을 드러내어 주체들의 행위성을 유발하기도 함을 확인하였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34246
Files in This Item:
Appears in Collections:
College of Social Sciences (사회과학대학)Dept. of Anthropology (인류학과)Theses (Master's Degree_인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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