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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문학과 가족법적 현실 연구 : 1910~1940년대 전반기 문학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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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이행미

Advisor
방민호
Major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Issue Date
2017-08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가족가족법법감정인권민법관습법호적제도조선민사령일부일처제축첩이혼간통계약상속민족내선결혼
Description
학위논문 (박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2017. 8. 방민호.
Abstract
이 논문은 한국 근대문학에 나타난 가족의 의미를 당대 가족법과의 관련 속에서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식민지 조선의 작가들이 근대법의 도입으로 가족이 재편되는 현상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문학적 형상화를 통해 법질서 안과 밖에서 더 나은 삶의 가능성을 모색해나갔던 양상을 살펴보았다.
식민지 조선의 가족에 영향을 미친 가족법은 근대와 전통의 길항, 젠더불평등, 규율권력의 성격을 복합적으로 체현하고 있는 제도이다. 조선총독부는 가족 정책의 근간이 되는 호적제도와 친족상속법을 통해 근대성과 통치성이라는 양면성을 바탕으로 한 조선 가족의 정상화를 주장하고 지도했다. 한편 민족공동체의 주요 단위인 가족의 질서를 지배해왔던 관습적 규범은 여전히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근대법과 공모 또는 경합을 벌이며 역동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식민지 조선의 작가들은 일상의 경험을 통해 국가법에 내재된 해방과 억압의 속성을 직시했고, 그 속에서 아직 제도화/규범화되지 않은 권리와 새로운 가족상을 서사적으로 구현해냈다. 가족법의 시행으로 발생했던 긴장과 충돌의 현장 속에서 생성된 물음이 당대 개인의 삶과 공동체의 의미를 들여다보는 핵심적인 매개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Ⅱ장에서는 식민지 시기 가족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었던 가족법의 전개 과정과, 그로 인해 달라진 가족 관계 및 위상에 대한 논의들을 살펴보았다. 우선, 조선총독부의 가족 정책의 근간이 되는 호적제도와 친족상속법이 식민지 시기 전반에 걸쳐 전개되는 과정을 추적했다. 가족법을 중심으로 가족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민족을 구성하는 주요 단위로 고정불변한 공동체이자 신성한 집단으로 여겨지던 가족 공동체는 계약을 통해 결합과 해체가
가능한 개인들의 집합으로 변모해 나갔다. 한편 조선총독부는 가족법에 내포된 통치 전략과 전근대적 요인을 은폐한 채, 조선 가족의 문명화를 일관되게 법 개정의 목적으로 천명했다. 봉건적 질서 하에 억압받던 여성의 권리 신장을 특히 강조했다는 점에서, 당대 가족 내 여성 인권을 둘러싼 갈등과 긴장은 가족법 도입으로 가족질서가 동요되던 현실을 포착할 수 있게 하는 핵심 요인이 된다.
조선의 지식인들은 가족 개혁을 위한 법의 유효성을 인지하면서도, 일상생활에서 법이 가져다준 해방과 억압의 국면을 좀 더 세심히 들여다보았다. 이들은 여성이 주체적 삶을 누릴 수 있게 하기 위해 수반되어야 할 법적 지위에 대한 고찰을 논의의 중심으로 삼았다. 1910년대는 추상적 개인으로서 여성 인권에 관심을 보였다면, 일부일처제의 법제화 이후 1920-30년대는 이혼, 첩과 제2부인 문제 등과 같이 법의 그물망 속에서 갈등을 겪는 이들의 삶에 결부된 구체적인 문제에 주목하였다. 일제말기 창씨개명 정책에 따른 여성의 개성(改姓)에 대해서도 여성이 사회적으로 주체적 삶을 누릴 수 있는 권리에 초점을 두고서 논의되었다. 총독부가 표면적으로 내세운 법 제정의 목적과 정반대로, 이들 논의의 초점은 현행 법률의 경계 아래에서 구속받거나 보호받지 못하는 여성들의 권리 부재 문제에 있었다. 이와 같이 당대 법의 전개와 그와 병행했던 담론장의 논의 속에서 형성된 법에 대한 감정과 의식은 식민지 조선의 작가들의 문학적 글쓰기에 주요한 동력이자 자원이 되었다.
이와 같은 예비적 논의를 바탕으로 하여, 본론의 Ⅲ-Ⅴ장은 공시성에 따라 작품을 분류하여 분석을 수행하였다. 한국 근대문학에서 가족법의 문제가 시대적 배경을 반영하는 수준을 넘는 주제의식을 형성했음에 주목하여, 관습적 가족에서 법적 가족으로 전환됨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적 국면을 부부, 가족, 민족의 세 차원에서 살펴보았다.
본론의 Ⅲ장에서는 법적으로 공인된 부부만을 인정하게 된 변화 속에서 결혼과 이혼을 다룬 작품을 중심으로, 가족 내 여성의 인권 문제가 어떻게 형상화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근대 민법 도입으로 이전의 가족과 가장 큰 차이를 만들어낸 지점은 혼인 문제를 사적 계약으로 전환했다는 점이었다. 이는 근대적 의미의 가족을 성립하기 위한 필수적인 단계지만, 한편으로 법의 내부와 외부를 선명하게 나누어 법의 그물망에서 배제되거나 약자일 수밖에 없는 존재를 만들었다.
법적으로 소외받았던 여성들의 발화가 작품 속에 의미 있게 기입되었던 현상은 당대 가족법의 전개와 긴밀한 관계 속에서 나타났다. 1910년대는 법적인 이혼 관념이 등장했으나 그 구체적인 절차는 명문화되기 전이었고, 지식인 사이에서는 근대적 계약의 합리성에 대한 인식이 확고히 자리했던 때였다.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이 시기 이혼 문제를 다룬 작품에서 구여성 아내의 인권 문제를 고려하고 있음을 밝혔다. 1920년대 이르러 일부일처제가 법제화됨으로써 축첩은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사회적으로는 용인됐던 모순적 조항으로 인해 당대 첩이 된 여성은 상당했고, 그 사회적 비난은 오롯이 개인의 몫이었다. 이광수와 김명순의 문학은 사회적으로 고립된 첩의 내면을 그리면서 주류담론의 일반적 이해와 달리 구조적인 문제를 짚어보고 있다. 1930년대는 신가정 담론의 확산과 함께 아내의 시점에서 가족의 문제를 그리는 소설이 여러 편 창작되었다. 그러나 이 시기 문학은 가정 내 성역할을 고정해 나갔던 주류 담론에서 벗어나, 가정이 불안한 토대 위에 구축되어 있음을 드러냈다. 나아가 계약 개념에 대한 성찰과 재해석을 통해 가족법에 내포된 젠더불평등 요인에 대한 심도 깊은 문제제기를 보여주었다.
Ⅳ장에서는 가족 질서 및 가족 관계 형성에 국가법의 개입이 광범위해지는 데 대한 비판적 인식을 보여줬던 작품을 살펴보았다. 당대 가족법은 효율적인 식민 지배를 위한 수단의 하나였고, 가족의 자율적 질서를 구성했던 이른바 ‛가족의 법'은 체계적인 국가법으로 포괄되어야 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한 비판적 대응으로 당시 작가들은 가족의 파탄과 해체되는 모습 혹은, 정상가족에서 벗어나는 대안적 가족상을 형상화하여 국가법으로 수렴되지 않는 가족과 개인의 의미를 탐구해 나갔다.
먼저 국가법을 향한 비판이 전근대적 가족의 법인 관습적 규범에 대한 긍정으로 이어졌던 소설에 주목하여, 비제도적 공간으로 가족을 서사화하여 감정과 본능에 근거한 사적 징벌을 옹호하는 작품들의 의미를 들여다보았다. 한편 염상섭은 조선의 가족이 법을 매개로 통치에 적합한 형태로 바뀌었던 현장을 포착하여, 근대법과 관습이 착종된 가족 현실을 비판적으로 살펴본 작가이다. 특히 그는 재산상속 문제를 반복적으로 서사화했는데, 불안한 위치에 있는 가족구성원이 법을 위반하면서 이익을 추구하다가 결국 식민지 공권력에 포획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러한 사건을 조망하는 개인의 위치를 형상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채만식과 심훈은 당대 수용되었던 베벨과 엥겔스의 여성의 법적 지위에 대한 논의의 영향 속에서, 식민지 조선 가정을 지탱하는 법률의 한계를 비판적으로 그리고 있다. 나아가 대안적 가족상을 모색하여, 궁극적으로 당대 국가법에 귀속되지 않는 가족의 의미를 전달한다.
Ⅴ장에서는 식민지 시기 가족법이 지닌 자유와 평등의 한계를 표면화하는 민족 간 결합의 문제를 다루는 작품에 주목하였다. 한일병합 이후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던 내선결혼 문제는 식민지 시기 가족법에 내포된 동화와 배제의 논리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내선결혼의 현실화의 어려움이 가적(家籍)을 자유롭게 이동하지 못하는 호적제도에 있음에도, 일제말기에 이르기까지 이 문제에 대한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편 식민지 시기 가족은 민족을 상상할 수 있게 하는 지표였다. 부계혈통을 중시하는 전통가족 관념은 민족 경계를 넘어 형성된 가족에 부정적 인식을 보였다. 근대문학은 이와 같은 근대법과 관습적 규범에서 정상가족으로 여겨지는 형태에 내포된, 가족의 배타적 성격을 문제적으로 나타냈다. 본적과 혈통의 문제로 환원되지 않는 고향의 의미를 형상화하거나, 남성과 달리 적(籍)의 이동이 용이했던 여성이 민족 경계를 넘어 행한 연애와 가족형성의 문제를 서사화했다. 여기에는 민족 국가라는 경계를 넘어선 가족의 의미에 대한 사유와 순혈주의적 전통가족에 대한 비판이 담겨있다.
이와 같이 이 논문은 식민지 시기 전반에 걸쳐 가족을 중심으로 펼쳐졌던 크고 작은 사건들이 가족법의 문제와 긴밀한 연관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가족과 국가 사이에서 개인의 삶과 권리의 문제를 법감정의 차원에서 폭넓게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의 의미를 규명하였다. 이 논문은 먼저 식민지 시기 전반에 걸쳐 법을 매개로 가족에 어떤 변화가 나타났는지를 살피고, 이를 통찰하고 유의미한 문제의식을 생산했던 근대문학의 대응/응전 양상을 살펴봄으로써 문학과 사회를 고찰하는 한 관점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한국근대문학에 재현된 근대가족의 형성 문제는 협력과 저항, 전근대와 근대, 개인과 가족, 젠더불평등의 어느 한 틀만으로 살펴볼 수 없으며, 이 모든 문제가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양상을 들여다볼 때 그 의미를 온전히 해명할 수 있다. 식민지 가족법이 해방 이후 계승되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식민지 조선의 작가들이 가족을 중심으로 보여준 더 나은 삶을 향한 풍부한 가능성의 지표들은 문학사적 의미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가족을 이해하는 데도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37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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