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의 경제적 조건이 계급별 투표에 미치는 영향 - 2010년 지방선거를 중심으로

Abstract

지금까지 한국에서 투표를 설명하는 핵심기제는 지역주의였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지역균열이 점차 쇠퇴하면서 다양한 요인들이 투표행위를 설명하기 위해 새롭게 제시되기 시작했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계급균열의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되었다. 계급균열에 따라 구획된 유권자들이 자신의 계급을 대표하는 정당에 투표하는 서구와 달리 한국에서는 계급이 투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계급이 선거 연구에서 주요 연구대상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특기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계급과 투표 간의 관계를 다룬 기존 연구들은 아직까지 계급이 투표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지, 영향을 미친다면 그 방향은 어떠한지, 그리고 그 기제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기존의 연구들은 개인 수준의 분석단위에서 구성한 계급구조를 독립변수로, 투표에서 후보선택을 종속변수로 삼아 단순히 두 변수 간의 관계를 변량분석 또는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통해 살펴보는 단선적인 분석에 집중해왔다. 이런 분석은 계급의 효과가 전국적으로 동일하다는 전제 위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지역사회는 계급 재생산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계급형성과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계급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사회의 경제적 조건이 다르다면, 투표에 미치는 계급의 효과 역시 지역사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계급균열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불평등이 개인수준을 넘어 지역사회 간, 지역사회 내에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목적은 한국에서 계급이 투표선택에 미치는 영향을 지역사회의 경제적 조건이라는 구체적인 맥락 위에서 분석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존의 연구들이 간과한 계급형성 지역사회의 효과를 파악하고자 한다. 분석에 포함된 지역 사회의 경제적 조건은 지역사회별 경제력 수준과 불평등 수준, 그리고 두 요인의 시간에 따른 변화이다. 이를 위해 무상급식과 보편적 복지라는 계급적 성격을 가진 의제가 최초로 부각된 2010년 제5회 지방선거를 분석대상으로 삼았다. 분석에는 개인수준의 자료인 2010년 한국종합사회조사(KGSS)와 집합수준의 자료인 시군구별 빈곤율, 부동산 가격 등을 사용하였다. 그리고 서로 다른 분석단위를 가진 다층자료를 활용하는만큼, 군집효과를 처리하기 위해 로지스틱 다층모형을 실시하였다.

연구 결과, 지역사회의 경제적 수준에 따라 계급별 투표선택이 달라지는 것이 확인되었다. 지역사회의 경제력이 높아질수록 노동계급은 다른 계급에 비하여 보수정당에 투표할 가능성이 감소하는 것이 검증되었다. 지역사회 내부의 불평등 역시 계급별 투표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사회 내부의 경제력 격차가 커질수록 다른 계급에 비해 자본계급의 보수정당에 지지가 높아졌다. 다음으로 지역사회별 경제력 수준과 불평등의 시간에 따른 변화의 경우, 경제력 수준이 상승한 지역에 거주하는 노동계급일수록 구중간계급과 신중간계급에 비해 보수정당 지지율이 감소한 반면, 불평등의 변화는 유의미한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경제력 수준이 낮거나 하락해온 지역일수록 노동계급의 계급배반투표가 발생하고, 경제적 불평등이 높은 지역일수록 자본계급의 계급투표가 나타난 것이다. 이는 지역사회의 경제력 수준이 높을수록 노동계급의 계급배반투표가 발생한다는 서구의 연구들과는 구분되는 한국적 맥락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