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과 여성성 - 테리 맥밀란(Terry McMillan)의 Waiting to Exhale과 캔디스 부쉬넬(Candace Bushnell)의 Sex and the City를 중심으로 -

Abstract

패션과 여성성의 관계를 사유함에 있어서 두 번째 물결 페미니즘은 패션을 활용하여 자신을 꾸미는 여성이 가부장제 사회가 만들어낸 성차별주의적 고정관념에 갇혀 남성에게 예속된 성적 대상으로 전락하지 않기를 바랐다. 이 페미니즘 기조는 남성의 기대치와 평가기준에 부합하도록 전통적인 성역할을 반영해 자신을 치장하는 방식이 성차별주의적 통념을 정당화하고 강화한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관점에 따르면 여성은 자신을 속박하는 여성다움 이미지를 무비판적으로 답습하지 않아야 하며, 남성 중심적 가치체계가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어떠한 부조리에도 침윤되지 않은 주체성을 지켜야 했다. 이에 반해 포스트페미니즘은 여성이 남성 중심 가치체계를 고스란히 반영한 인습적 패션을 자기 주도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본다. 이때 여성다운 옷차림은 여성이 개인적인 욕망을 순전히 드러내어 목표를 달성하는 효과적인 방편이다. 그는 남성의 기대치에 걸맞게 자기 매력을 극적으로 표출하여 자신의 시장 가치를 높이고자 한다. 따라서 그는 클리셰를 의도적으로 이용해 자발적으로 불명예스러운 전형의 화신이 된다. 지배적인 여성미 규준을 있는 그대로 따라 적극적으로 복속과 전락의 모양새를 취하는 이러한 행위는 기탄없는 자기표현이자, 욕구를 적확하게 채워주는 찬탄으로 자신을 고양하는 순전한 유희이다. 남성 본위 가치체계의 전모를 파악한 여성은 그것을 이득을 취하기에 적합한 쾌락과 흥미의 장으로 전환하여 선정적인 여성성을 능란하게 전유한다. 이를 통해 그는 궁극적으로 남성 중심 사회가 터무니없는 요구사항을 내세우며 여성을 얼마나 천박하게 대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포스트페미니즘 사조가 미국 사회에 널리 퍼진 1990년대에 캔디스 부쉬넬(Candace Bushnell)과 테리 맥밀란(Terry McMillan)은 각각 칼럼집 Sex and the City와 소설 Waiting to Exhale에서 자기 치장을 통해 클리셰적 여성성을 체현하는 여성 인물을 제시한다. 백인 여성 캐리와 흑인 여성 로빈은 여성성 클리셰를 현란하게 과시하는 미장을 자책 없이 즐긴다. 남성과의 관계를 의식하며 세심하게 치장해 통속적 모양을 내는 이 여성 인물들은 전통적 여성성을 거부한 성과를 계도적으로 내세우는 투사나 개척자가 되려 하지 않는다. 캐리와 로빈은 여성적 패션을 구속으로 여기지 않는다. 이들은 자기 의사를 명백하게 표현하여 욕망과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전형적 여성다움을 소신 있게 선택하며, 익숙한 여성미를 표출하는 자기 모습과 정체성에 순전한 자부심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