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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성의 문학적 재현: 『여인의 초상』, 『각성』, 『나의 안토니아』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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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이선주

Advisor
신문수
Major
사범대학 외국어교육과
Issue Date
2018-02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신여성자존감책임의식과시적 소비모성에로스타나토스노동
Description
학위논문 (박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사범대학 외국어교육과, 2018. 2. 신문수.
Abstract
본 논문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라는 미국사회의 격변기에 새로이 등장한 이른바 신여성이 당대의 미국소설 속에 어떻게 재현되고 있는지를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신여성들의 두드러진 두 가지 자질, 즉 자기애에 바탕을 둔 자립적 주체성과 남다른 책임의식에 초점을 두고 살펴보고자 하는 시도이다. 우선, 급격한 변화의 시기에 독립적인 자아를 추구하며 고등교육을 받고 스포츠를 즐기고 전문직에 진출해서 경제적 자립을 추구하며 궁극적으로 사회개혁을 도모하는 여성들을 흔히 신여성이라 지칭할 때, 『여인의 초상』의 이사벨 아처, 『각성』의 에드나 폰텔리에, 『나의 안토니아』의 안토니아와 레나 등과 같은 여성인물들이 과연 엄밀한 의미에서 신여성이라 규정될 수 있는지 명확치 않을 수 있다. 사실 이러한 문제 제기가 바로 이 논문의 한계와 의의를 역설적으로 동시에 노정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른바 신여성이란 상징적인 유형으로 포괄적인 의미에서 스스로를 개조해나가는 의지를 보이는 현대적인 이상형을 통칭한다는 마사 패터슨의 이야기처럼, 본 논문이 당시의 신여성들에게서 가장 주목하고 천착하고 있는 것은 파생적인 사회활동보다는 그것의 강력한 유인이 되었던 신여성으로서의 본령, 즉 바로 이전 세대의 여성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자아발전을 위한 성찰, 주체로서의 자존감과 자립의지 그리고 책임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이사벨, 에드나 그리고 안토니아는 문학적으로 재현된 신여성들로 간주될 수 있고 이후 활발한 사회개혁을 가져오는 후배들의 괄목할만한 전위라 할 수 있다. 또한 이사벨과 에드나는 외양이나 베블런이 이야기하는 과시적 소비라는 삶의 방식에서 당시 새롭게 등장한 깁슨걸과 상당한 접점을 보이기도 한다. 깁슨걸이 보다 더 적극적이고 파격적인 새로운 유형의 여성들의 등장을 위한 길을 닦아놓은 것처럼, 자아성찰에 대한 이사벨과 에드나의 노력은 노동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여성인물 안토니아에게로 이어진다고 할 수 있다.
먼저『여인의 초상』을 살펴보면, 이사벨 아처는 나르시스트적인 환상과 지나친 자신감을 가진 신여성의 한 유형이라 할 수 있다. 유럽대륙을 자아형성을 위한 일종의 실험실로 선택했던 이사벨은 막대한 유산이 가하는 압박과 본연의 자아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인해, 세상을 직접 체험해보고자 했던 활기를 쉽게 포기하고 오즈먼드를 결혼상대로 선택하는 치명적 오판을 범한다. 연민으로 왜곡된 모성애, 맹목적인 자기중심주의 그리고 나이브한 상상력은 스스로를 가부장적인 결혼이라는 덫에 빠지게 만든 그녀의 또 다른 한계이다. 다만 실패한 결혼이라는 시점에서, 마가렛 풀러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코린과 같은 유형의 여성이라 할 수 있는 이사벨은 왜 어리석은 결혼을 선택했는가?라는 문제가 아니라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문제로 다시 시선을 돌리고 자신의 삶을 조종하려는 주위인물들을 초월해 자아를 재정립하는 남다른 책임의식과 자존감을 다시 한번 복원하게 된다. 새로운 자아를 형성하는 하나의 실험실로서 유럽을 선택했던 미국 여성으로서 마치 신대륙을 개척한 청교도들이 그러했듯이 그 곳에서 자신이 겪는 모든 경험들을 관찰하고 스스로를 성찰하는 과정을 통해 마침내 미숙했던 모습을 조금씩 탈피하고 전보다 더 성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때 팬지나 랠프와 맺게 되는 남매애에 가까운 모성도 가부장제에 종속된 모성이 아니라 그것을 대체하는 성격의 모성이라 간주될 수 있다.
『여인의 초상』이 1870년대 미국에서 유럽으로 건너와 자신의 운명을 대변하고자 한 이사벨의 이야기라면 『각성』은 그보다 20년 쯤 후인 1890년대 미국 뉴 올리언즈 크레올 사회에서 한 남자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어머니로 살아야만 했던 신여성인 에드나의 이야기이다. 이사벨이 교양이 풍부하고 낭만적 상상력으로 가득한 미혼여성이라는 신여성의 외형적 조건을 갖춘데 비해서 에드나는 모성애에 대한 인위적 찬양을 미끼로 여성을 영원히 가정이라는 영역에 한정해 가두려 하는 함정에 대해 누구보다 처절하게 반응해야 하는 기혼여성의 입장에 서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그녀는 결혼과 모성으로 환원되는 자신의 정체성에 가해진 속박을 벗어나기 위해 그 절망적인 분노를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해소하고자 한다. 어머니가 되기 이전이라면 어쩌면 이사벨처럼 자신만의 낭만적 삶의 방식을 육체적 생명과 공존시키며 탐색해 나갈 수 있었겠지만 에드나에게는 이미 너무 늦어버렸고 죽음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고 할 수 있다. 본질적인 자아를 지키고자 하는 강한 자기애로 인해 비록 육체적 죽음을 선택했을지언정 마지막 자존심만은 꿋꿋이 지켜내 정신적인 죽음만은 모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에드나는 자신이 느껴온 막연한 분노가 각성을 계기로 스스로의 내면을 파고들도록 허락함으로써 자기 파괴적 형태인 죽음을 추구하게 된다. 결국 에드나의 타나토스적인 욕망은 우회적인 분노의 표현이자 신여성들의 주체적 삶에 대한 절절한 갈망을 비껴 말한 것이라는 명제가 유효해질 수 있다.
『나의 안토니아』는 이전 세대의 신여성들인 이사벨이나 에드나와는 또 다른 유형의 신여성의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1910년대 미국 중서부의 네브라스카에서 강한 개척지여인으로 살아가게 되는 안토니아는 토착민과 대비되는 낯선 이민자 사회의 일원이며 동시에 가부장적 권위 하의 여성이라는 이중의 함정으로 고난을 겪게 되는 인물이다. 이사벨이나 에드나가 중산층의 삶을 향유하며 경제적 어려움은 그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았던 반면에 안토니아는 당장 토굴 속에서 겨울을 나야 하는 생존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비추어진다. 따라서 어린 시절부터 언어를 비롯한 교육에 대한 열망이 지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여행이나 토론, 독서, 예술 활동과 같은 신여성들의 특권으로부터는 아예 배제되어진 여성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안토니아가 이전 세대의 선배들과는 다른 양상을 띠는 여성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신여성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는 이유는 누구보다도 강한 자립의지와 자신의 삶에 대한 열정, 책임의식을 구현해냈기 때문이다. 특히 노동에 대한 안토니아의 시각은 이사벨이나 에드나의 다소 소극적인 입장과는 비교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주고 있다. 개척지의 주인공은 남성이 되어야 한다는 통념을 전복시키고 적극적인 노동을 통해 가족과 대지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안토니아는 세 여성인물 중 누구보다도 책임감 있는 모습을 구현하며 대지모로서 체화하는 양상을 보이게 된다. 강한 생명력으로부터 나오는 자립의지는 안토니아와 같은 개척지의 이민 여성들에게 삶을 복원시키는 기제로 작용했고 마치 샐러드 볼과 같은, 안토니아가 만드는 보헤미아식 콜라쉬와 같은 다원적인 미국사회의 정체성을 성공적으로 구축해냈다고 할 수 있다. 이사벨이 낭만적 상상력과 솔직함, 자유와 독립에 대한 드높은 이상과 자신감으로 주체적 신여성으로서의 자신의 초상을 완성하고 에드나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본연의 자아를 지키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면 안토니아는 불모지를 개척하고 가족의 삶을 책임지고자 하는 자립의지로 보다 강인한 신여성의 모습을 구현해냈다고 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은 여성인물들은 모두 사회적 통념에 저항하고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을 사랑한 자의식과 책임감을 지닌 새로운 유형의 여성 즉 신여성들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참다운 삶의 가치는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의 내면에서 울려나오는 본연의 목소리에 따르는 충실한 삶이다. 본 논문의 가장 큰 의의는 산업화와 자본주의로의 급격한 전환 속에 정체성의 혼란을 겪어야만 했던 이러한 신여성들의 이야기를 고찰해 봄으로써 오늘날의 여성들 역시 간접적인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결혼과 모성이 여성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반추해 보고 사회를 바라보는 성숙한 시선을 키우며 자아성장을 위해 가장 긴요한 조건들을 성찰하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며 삶의 지표를 스스로 확인해보게 될 것이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40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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