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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그 이후의 삶 : 위험사회에서 부모의 피해자 되기 : Life After 'Humidifier Disinfectant' : Parents' becoming victims in a risk 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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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김지원

Advisor
오명석
Major
사회과학대학 인류학과
Issue Date
2018-02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가습기 살균제위험환경보건생활화학제품부모피해자
Description
학위논문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사회과학대학 인류학과, 2018. 2. 오명석.
Abstract
이 논문은 2011년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의 역학(疫學)조사로 인해 처음으로 공론화된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부모 피해자의 경험을 탐구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대규모 살생물제(殺生物劑) 피해 사례로 여겨지나, 동시에 현대인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화학물질·제품 속 잠재적 위험으로 존재하는 수많은 재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논문은 근대화가 낳은 위험(risk)에 대한 울리히 벡의 통찰을 바탕으로, 위험사회에서 부모의 피해자 되기의 한 양상과 그 의미를 고찰했다. 이를 위해 연구자는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피해자 모임과 시민단체들의 연대인 가습기살균제 참사 전국네트워크의 각종 활동 및 가습기살균제 참사 관련 재판·토론회·공청회 등에 대한 참여관찰과, 부모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한 심층면담을 포함하는 민족지적 현장연구를 수행했다.
많은 사람들이 가정에서 일상적 돌봄의 실천으로서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것은 이 사건의 중요한 특징이다. 가습기살균제 첫 사용 당시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였던 피해자들은 이러한 특수성을 잘 보여주는 집단으로서 이 논문의 주요 연구참여자로 모집되었다. 1990년대 당시 가습기살균제는 획기적인 위생상품이자 과학적 모성의 수단으로서 제시되며 시장에 등장했다. 2000년대에 국내 대형마트가 보편화되는 가운데 부모 피해자들은 주로 가족 단위의 외출의 성격을 띠는 대형마트 쇼핑에서 가습기살균제를 구매했고, 매일 자녀의 건강상태와 생활리듬에 따라 일상적으로 사용했다. 이처럼 이들의 가습기살균제 구매와 사용은 당시에는 대개 특별한 의식이나 의미부여를 동반하지 않는, 아주 일상적인 돌봄의 행위이자 부모 자녀 간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수단이었다. 이러한 일상성으로 인해 부모들은 오랫동안 가습기살균제를 자녀의 질환이나 죽음의 원인으로 전혀 의심하지 못했다. 부모 피해자들이 다른 시점에 가습기살균제의 정체를 접하여 과거에 이미 수용했던 자녀의 고통과 죽음을 다시 직면하는 과정은 고통스러웠다. 이 과정은 자신과 자신의 자녀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로 인식하고 피해자로서의 정체성을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것으로, 의심과 확신, 외면과 직면, 두려움과 분노를 오가면서 점진적으로 일어났다.
한편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책임해명을 둘러싼 기업, 정부, 전문가, 피해자,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공적인 대응은 가습기살균제와 폐손상 간의 인과관계,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환경 혹은 소비의 문제로 규정하는 문제, 그리고 가습기살균제에 대한 노출의 불확실성을 주요 쟁점으로 했다. 굴지의 대기업 및 법률사무소와 피해자 간의 지난한 법적 공방에서 대부분 피해자 측이 불합리한 합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국가 또한 화학물질 관리 실패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기업과 소비자 간의 문제라며 피해 사례 조사나 구제 등에 개입하지 않고 있던 가운데 환경부가 2013년 말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손상을 환경보건법 상 환경성 질환으로 지정하여 피해 구제의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은 상당히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가 환경부가 관리하는 대상인 환경의 영역으로 규정되면서 정부는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중립적인 중개자로서 한정적으로나마 개입하게 되었다. 정부가 최소한의 중개자의 위치에서 피해자의 신체를 연구하여 생산된 지식을 바탕으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라는 범주를 만들고, 이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하면서 제한적인 생물학적 시민권의 장이 열렸다.
그러나 이러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제도에서도 살펴볼 수 있었듯이, 폐손상 외 다양한 질환들을 포함하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고통은 대부분 제도와 의학에서 규정하는, 나아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피해로 포섭되지 못하고 있다. 노출의 불확실성이 핵심 문제로 설정되면서, 행정관료제적으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자격과 그에 따른 자원이 분배되고 범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오히려 피해자들의 피해자됨 뿐만 아니라 도덕적인 인격을 시험하고, 많은 경우 이를 훼손하면서 유지된다. 또한 제도 상 1~4단계의 피해단계 통보는 피해자들 간에 피해자됨의 정당성과 대표성을 둘러싼 분화와 갈등을 낳기도 했으며, 기업과 정부는 피해자의 호소와 요청을 아예 무시하거나 소극적으로 유실해버리는 방식으로 이들을 배제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이러한 문제에 계속해서 부딪치는 가운데, 시민사회에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부각되는 방식은 제도적으로 인정받은 공식적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라는 불확실한 범주를 오히려 시민 전반에 확장시켜 대안적인 피해자 되기를 꾀하려는 시도였다.
마지막으로, 부모의 피해자 되기를 이해하는 데 있어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현장이자 일상적 관계인 가족에서 나타나는 이들의 피해자와 부모라는 지위의 관계 또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부모로서 자녀에 대한 애도와 돌봄은, 이들이 공적으로 인정받는 피해자가 되는 과정에 뒤따르는 혹은 그 이후에 남겨지는 과제가 아니라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을 때부터 계속되었던 일상이었다. 부모 피해자들이 자녀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부모 역할을 다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실천했다. 연구참여자 중 일부는 자녀를 적극적으로 제도 상 인정받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자녀의 죽음에 대한 진정한 해명이나 자녀 돌봄의 방법으로 여기며 이를 부모로서 마땅히 실천해야 할 도리로 생각했다. 하지만 동시에, 장기화되는 피해자 항의행동으로 피해자됨과 부모됨을 양립시키기 어렵다고 느끼며 양쪽 모두에 실패하고 있다고 보기도 했다. 부모 피해자가 자녀와의 관계에서 직면하는 가장 극명한 역설은, 자신과 자녀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로 여기는 순간 자신이 공동 가해자로서 책임을 느끼게 되고, 적절한 시기에 자녀에게 일종의 대리사과를 포함하는 이야기를 건네는 데에서 드러났다.
이상과 같이 이 논문은 그 동안 가습기살균제 참사에서 상대적으로 간과되어온 피해자의 목소리에 주목하며, 제도적·의학적인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의 정의에 국한되지 않는 이들의 경험을 다양한 층위에서 드러냈다. 피해자의 정확한 시작과 완성, 혹은 피해자와 피해자가 아닌 상태 간의 경계를 고정할 수 없고, 피해자됨이 피해자 되기로서 더욱 과정적이고 성찰적으로 경험되는 것은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대변하는 위험사회의 재난의 특징이다. 특히 부모인 피해자들에게 자녀에 대한 일상적인 돌봄이라는 구체적인 맥락은 이러한 피해자 되기의 일련의 과정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쳤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4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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