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임실방언의 모음체계 변화 연구

Abstract

본 연구는 전북 임실방언의 세대별 단모음체계와 음운현상을 음향음성학적 방법으로 밝히고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전의 연구에서 전라북도 방언이 10개의 단모음을 보유한다는 사실이 꾸준히 보고되어 왔다. 그러나 이들 연구는 대부분 연구자의 청취와 직관에 의존한 것으로 연구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는 위험이 있었으며 연구 결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기도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또한 한국어의 방언 대부분에서 /ㅐ/와 /ㅔ/의 변별이 사라지고 /ㅚ/와 /ㅟ/가 이중모음으로 변화하는 등 단모음의 개수가 줄어드는 변화 속에서 전북 방언이 겪었을 변화를 반영하기에는 앞선 연구들이 너무 오래전에 발표되었다는 문제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본 연구에서는 음향음성학적 방법론과 통계적 방법론을 도입함으로써 임실방언 모음체계의 특징을 객관적으로 제시하고자 하였다. 노년층과 청년층 여성화자 각 5인으로부터 수집한 자연발화 자료로부터 추출한 모음의 포먼트 수치를 음향분석 프로그램인 Praat(Boersma & Weenink 2018)를 활용하여 측정하였다. 다음으로 측정된 모음의 포먼트 수치를 바탕으로 통계분석 프로그램인 R(R Core Team 2018)를 활용하여 모음 포먼트의 혼합효과모형(mixed effects model)을 세대별로 추정하고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노년층 여성 화자는 선행 연구에서 보고된 바와 마찬가지로 /ㅐ/와 /ㅔ/를 변별하고 단모음 /ㅚ/와 /ㅟ/를 포함하는 10개의 단모음을 모음체계에 보유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ㅐ/와 /ㅔ/는 모든 조건에서 F1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에서 차이를 보였지만 제2음절 이하보다는 제1음절에서 더 명확한 차이를 보였다. 모음 내부에서의 포먼트 수치 변화를 분석한 결과 /ㅚ/와 /ㅟ/는 여전히 단모음으로 발음되었으며 원순성을 띄었다. 다만 제2음절 이하에서 /ㅚ/의 원순성이 유지되고 있지 않아 다른 한국어와 같이 임실방언도 전설 원순 단모음이 사라지는 변화를 겪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청년층 여성 화자의 포먼트 수치를 분석한 결과 총 8개의 단모음을 모음체계에 보유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ㅐ/와 /ㅔ/는 제1음절에서 여전히 변별되었으며 제2음절 이하에서는 변별되지 않아 이 두 음소가 중화 과정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ㅚ/와 /ㅟ/는 조사 시 이중모음으로 발음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자음이 결합하지 않을 경우 스펙트로그램에서 포먼트 전이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어 이중모음임을 쉽게 알아낼 수 있었지만 자음이 결합할 때는 성대 진동이 늦게 시작되는 경우가 많아 전이 구간의 포먼트가 측정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취 판단을 진행한 결과 /ㅚ/와 /ㅟ/가 이중모음으로 발음되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 가운데 포먼트 전이가 보이는 표본을 선별하여 분석한 결과 두 음소는 모두 후설에서 전설로 전이되는 이중모음이라는 것을 발견하였다.

노년층과 청년층의 모음체계를 비교한 결과 다음과 같은 사실이 발견되었다. 노년층에 비하여 청년층의 모음이 발음 영역이 겹치는 경향이 더 적었다. 모음체계의 차이로 모음조화 양상에서도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용언이 활용할 때 노년층은 /ㅐ/는 양성 모음 어미, /ㅔ/는 음성 모음 어미로 서로 상이한 어미를 선택하지만 청년층에서는 /ㅐ/와 /ㅔ/ 모두에 음성 모음 어미를 선택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청년층에서 /ㅐ/와 /ㅔ/가 기본적으로 변별되고 있음에도 모음조화 양상이 동일해진 것은 /ㅐ/와 /ㅔ/의 음가가 비슷해진 결과 일어난 현상이라고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