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독일 장기요양보험제도 비교연구 - 비공식 돌봄 제공자 지원정책을 중심으로

Abstract

노인 인구의 급격한 증가와 이로 인한 복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여러 국가에서 장기요양보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도입하였으며, 제도가 시행된 지 올해로 10년이 되었다. 노인 인구 돌봄을 사회화하여 계획적이고 전문적인 요양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졌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으며, 시행 이후 혜택의 대상 범위와 급여 수준을 꾸준히 확대해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적 제도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노인 돌봄의 영역에서 가족의 역할이 여전히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어왔다. 또한 최근에는 노인이 자신의 가정 혹은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Aging in place가 장기요양의 중요한 가치로 중요시되는 상황이다. 생활 전반과 긴밀히 연결된 장기요양 서비스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와 같은 변화는 배우자나 자녀와 같은 가족 구성원의 필요성을 확대시키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핵가족화와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 등의 사회적 변화로 인해 가족이 돌봄을 제공하는 데 환경적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이를 배경으로, 계속해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비공식 요양 제공자에 대해 어떠한 방향으로 정책적 접근이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모색하기 위해 독일과의 제도 비교연구를 수행하였다.

먼저 두 국가 장기요양보험제도의 전반적인 구조와 특징을 비교하고, 이를 토대로 비공식 요양 제공자 지원정책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비교한 후 각 정책적 특성이 제도 전체에 주는 영향 및 파생되는 제도적 차이를 분석하고자 하였다. 제도 분석의 틀은 Gilbert and Terrell의 복지정책 분석틀을 사용하였다.

분석 결과, 두 국가의 장기요양보험제도는 대상의 범위나 급여의 수준 등 여러 측면에서 차이를 보였고, 특히 연구의 초점인 비공식 요양 제공자 지원정책에서는 차이점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부분은 재정적인 측면으로, 현금급여 정책의 유무 등으로 인해 독일의 경우 비공식 요양 제공자 지원에서뿐만 아니라 장기요양보험제도 전체 차원에서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대상자에게 혜택을 제공하여 효율성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나타났다. 또한 비공식 요양 제공자가 돌봄 노동의 대가로 사회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여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등,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비용을 낮추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경우 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된 기간이 길지 않고, 비공식 요양 제공자에 대한 정책적 접근이 아직 활발히 논의되지 못한 단계임을 알 수 있었다.

분석 결과를 통해 한국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비공식 요양 제공자 지원과 관련하여 몇 가지 정책적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다. 첫 번째로, 무엇보다 장기요양보험제도의 체계에서 비공식 요양 제공자의 역할을 어떻게 인식하고 정책적 접근을 해나갈지 방향과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 이와 함께 구체적 정책 차원에서는 현금급여 원칙에 대해 재논의할 필요가 있으며, 비공식 요양 제공자들이 돌봄 부담으로 인해 사회안전망에 적절히 대비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응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상담 서비스 등 기존에 시행하고 있는 정책의 세부 내용을 개선하고 대상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계속되는 고령화로 인해 장기요양에 대한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여전히 큰 역할을 차지하는 비공식 요양 제공자에 대한 정책적 대응 필요성도 커질 것이다. 이 연구는 제도 전반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세부사항들이 보완되어야 한다는 한계가 있지만, 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있는 선험국 독일과의 비교를 통해 한국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필요한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