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경찰관의 재량행위에 관한 연구

Abstract

본 연구는 일선 경찰관의 권위감 상실경험과 적응과정을 근거이론적 방법을 적용하여 분석하고 있다. 최근 사회의 제반 권위가 하락함으로 인해 여러 가지 사회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으며, 정부 관료제도 신공공관리론 입장에서의 비판 등에 직면하여 어느 때보다도 권위가 추락해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권위의 추락에 대해 일선 관료의 시각에서 그들의 경험을 분석하고 있는 연구는 매우 부족하다. 따라서 본 연구는 시민을 직접 대면하고 있는 일선 경찰관이 어떻게 권위감 상실을 경험하고 있으며 또한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 그 과정을 동태적으로 파악하는 데에 목적을 두었다.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우선, 한국 사회가 민주화되고 시민들의 인권의식이 성장함에 따라 경찰의 공권력에 대해 권위를 인습적으로 인정하던 문화는 사라지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시민들의 인권의식은 상승하였으며, 공무집행방해 등에 대해서도 인권보호라는 목적으로 그 처벌이 관대화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언론은 경찰을 깎아 내리고 인터넷을 통해 경찰의 부조리한 모습이 쉽게 드러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일선경찰관들은 권위감의 상실을 경험하게 되었다. 경찰관이 나타나기만 해도 무서워하던 과거와는 다르게 오히려 무시하고 반항하는 시민들을 많이 접하게 되었다. 이제는 주취자들이 지구대에 와서 난동을 부리고 공무집행방해행위를 자행하더라도 경찰관은 그런 것을 다 받아주어야만 한다. 경미 범죄에 대한 훈방도 이제는 민원제기를 의식하여 할 수 없게 되었다. 심지어 법적 근거가 있는 업무조차도 많은 부담을 느끼면서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와 같이 권위를 인정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경찰관은 무력감을 느끼고 심리적 탈진을 경험하고 있었다. 그러나 경찰 수뇌부, 검찰, 입법자들은 이러한 환경 변화에 대해 일선 경찰을 배려해주기는커녕 오히려 이들을 권위감 상실경험의 상황으로 내몰고 있었으며 통제만을 강화하고 있었다. 한편, 권위감 상실을 체험하는 경찰관들은 자기 나름의 방식대로 이것에 적응하고 있었다. 이들의 적응 방식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었는데, 면접자료에서 도출된 기준을 가지고 그 유형을 네 가지(탈관료제형, 회귀유발형, 원칙고수형, 소극회피형)로 나눌 수 있었다. 본 연구의 의의는 다음과 같다. NPM이후 성행한 성과중심으로서 경찰개혁에 대한 논의를 하기 전에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할 경찰의 현실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하게 하였다는 의의가 있다. 행정학의 실용학문으로서 높은 문제지향성과 맥락적 민감성을 고려할 때 본 연구와 같은 접근은 그 중요성을 갖는다. 경찰의 공권력 상실, 시민에게 얻어맞는 경찰, 조폭들의 눈치를 본 경찰 등 최근에 일어나는 경찰의 문제들은 사실 본 연구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뿌리깊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경찰수뇌부가 총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라는 식으로 주문하는 것은 일선 경찰의 수긍하기 힘든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연구들을 축적하여 간다면 급속한 민주화를 겪은 한국의 정부관료제의 권위감 상실이라고 하는 현실문제를 발견하고 이에 대해 엄밀한 이해와 유용한 해석을 담은 지식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방법론적으로 행정학계에서 잘 사용되지 않는 심층 면접을 통한 근거이론을 적용해 보고, 그 적실성을 검증해본 의의가 있다. 즉, 암묵지와 같은 현장의 이야기를 수집하여 귀납적으로 분석하였기 때문에 관련 현상에 관한 문헌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론화에 기여할 수 있었다는 공헌이 있다. 본 연구에서와 같은 경찰의 근무현실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없이, 조직몰입, 조직시민행동 등 설문 조사하여 인과관계를 통계적으로 검증하는 경우, 그 해석에 있어 피상적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