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가르디의 물과 은

Abstract

This thesis focuses on the two fluid matters expressed in Baptism of Christ by Alessandro Algardi (1598-1654): water and silver. In The Lives of the Artists, Giovanni Pietro Bellori (1613-1696) relates that Algardi sculpted a silver statuette depicting Christs baptism as a gift for Innocent X (1574-1655), the newly elected pope. Gian Lorenzo Bernini (1598-1680), the most prominent sculptor during Urban VIII (1568-1644)s reign, fell into disfavor with Innocent X, while Algardis reputation peaked to the extent of being considered Berninis possible alternative. Algardis gift reveals his intention to achieve the Popes patronage. Unlike previous scholarship that revolved around the stylistic aspects of this statuette, this thesis examines how the unique representation of fluid matters constitutes Algardis strategy to win the Popes favor. Baptism of Christ is distinctive in its representation of the flowing water. Before Algardi, the water was represented as flowing straight to the river without interruption. Algardi attempted to change the direction of the water by introducing an angel who holds up the heavy drapery along which the viewer can envision water flowing until it reaches the Jordan River. According to Bellori, Algardi engaged with several fountain designs when he created this silver statuette. His treatment of water is understood to be the result of incorporating the visual effects of fountains, where artists have manipulated water with their artistry. Embracing the fountains water effects may be interpreted as being a part of Algardis strategy to please the Pope. In Baptism of Christ, Algardi underscores the role of John the Baptist through subtly modified composition that stresses Johns affusion. Algardi was aware that Innocent X commissioned a fountain in Piazza Navona shortly after his election. By presenting Baptism of Christ, Algardi sets up an analogy between the role of John the Baptist and that of Innocent X, who both distributed purifying water and possessed control over it. The fact that fountains played a pivotal role in governing water inspired Algardi to adopt the water effects of fountains to form a visual tribute. In Baptism of Christ, the drapery covering the body of Christ shows a rippling movement. The concept of ingegno provides context for understanding the meaning of this cloth. In seventeenth-century Rome, the ingegno of an artist is defined as the ability to capture and reveal the essence of the subject. To manifest the spiritual purification involved in Christs baptism, Algardi chose to draw on the symbolic meaning of fluid silver through drapery. Christs rippling drapery invites the viewer to imagine silver in a fluid state. According to contemporary discourses on minerals, with which Algardi was familiar, molten metal was a purified matter that was imbued with life. Additionally, molten metals were often associated with Christs blood. Therefore, fluid silver, suggested by the rippling cloth, materializes the spiritual purification Christ experiences on behalf of humanity. Two fluid matters, water and silver, represent Algardis efforts to celebrate the Popes political role and to demonstrate his ingegno and intellect. His efforts paid off since he received several papal commissions. The strategy employed in Baptism of Christ attests that Algardis ingegno resides not only in his massive sculptures but also in small statuettes. Thus, this work compels us to reconsider the hierarchy of sculptures that has prevailed to the present day.

알레산드로 알가르디(Alessandro Algardi, 1598-1654)의 <예수의 세례>는 알가르디가 교황 인노첸시오 10세(Innocent X, Giovanni Battista Pamphilj, 1574-1655)에게 바친 소형 은제상이다. <예수의 세례>는 비록 그 원본이 소실되었으나 알가르디가 제작했으리라 추정되는 테라코타상과 다수의 모본 금속상들이 남아 있어 원본의 형상을 추론할 수 있다. <예수의 세례>는 알가르디가 로마에서 베르니니를 대체할 조각가로 부상하던 시점에 만들어진 소형상이다. 선행 연구에서는 <예수의 세례>에 나타난 시각적인 특징이 지니는 의미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알가르디가 예수의 세례를 재현하였다는 사실에만 주목했다. 그러나 <예수의 세례>의 구성과 세부 표현에는 인노첸시오 10세를 자신의 후원자로 만들고자 했던 알가르디의 복합적인 전략이 담겨 있다. <예수의 세례>에는 물의 역동적인 움직임이 나타난다. 중앙의 천사가 예수의 옷자락을 들고 있어 감상자는 세례 요한이 붓는 물이 예수의 옷자락을 타고 흘러내리는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이러한 시각적인 특징은 예수의 세례를 재현했던 이전 작품들에서 물이 단조롭게 수직으로 떨어졌던 것과 구별된다. <예수의 세례>에서 물이 운동하는 모습은 알가르디가 1640년대 중후반에 구상하였던 분수대에서 나타나는 물의 움직임과 유사하다. 알가르디가 분수의 조형적인 특징을 <예수의 세례>에 도입한 것은 작품에서 주수세례를 베풀고 있는 세례 요한의 역할이 강조된 것과 관련이 있다. 알가르디가 <예수의 세례>를 제작하였을 무렵 나보나광장에는 인노첸시오 10세의 주문으로 분수가 조성되고 있었다. <예수의 세례>에서 세례 요한이 맡은 역할은 현실에서 인노첸시오 10세가 교황으로서 수행하고자 했던 역할에 대응한다. <예수의 세례>에서 세례 요한이 인간을 영적으로 정화할 수 있는 물을 흘려보내고 자신의 힘으로 물을 옮긴다면, 인노첸시오 10세는 송수로와 분수대를 통해 로마를 정화할 수 있는 물을 흘려보내고 자신이 치수(治水)에 능하다는 것을 과시하고자 했다. 알가르디는 <예수의 세례>를 바쳐 인노첸시오 10세의 역할을 세례 요한의 역할에 유비시키고자 했을 것이다. 따라서 <예수의 세례>는 알가르디가 교황의 정치적 관심사를 염두에 두고 바친 시각화된 헌사라고 할 수 있다. 알가르디가 <예수의 세례>에 분수의 시각적인 효과를 빌려온 것도 그가 주목한 인노첸시오 10세의 역할에서 분수가 핵심적인 기능을 담당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알가르디는 <예수의 세례>를 통해 자신의 독창성과 지성을 뽐내고자 했다. 17세기 로마에서 조각가의 독창성은 주제의 본질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창의적인 형상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의미했다. <예수의 세례>에서도 알가르디는 흐르는 은에 대한 17세기의 이해를 빌려와 세례가 수반하는 영적인 변화를 가시화하고자 했다. 예수의 옷자락은 흘러내리는 형태로 인해 실제로 굳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흐르는 상태의 은을 연상시킨다. 17세기 은에 대한 인문학적, 신학적 이해에 따르면 흐르는 은은 정화된 물질이자 생명을 지닌 물질이었으며 예수의 피에서 기원한 물질이었다. 흐르는 은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예수의 옷자락을 통해, 알가르디는 예수가 세례를 받아 인류를 대신하여 영적인 정화를 경험하고 영원한 생명을 얻었다는 것을 표현할 수 있었다. <예수의 세례>는 세례의 본질을 형상화하여 자신의 독창성과 지성을 과시하고자 했던 알가르디의 출사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