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불새, 에우로페 - 다와다 요코의 ｢Europa가 시작되는 곳｣에 나타난 어머니상

Abstract

다와다 요코의 소설 ｢Europa가 시작되는 곳｣은 제목 때문에 빈번히 경계라는 주제와 관련해 분석되곤 하였다. 그런데 이 작품의 제목에 들어 있는 Europa라는 단어는 유럽이라는 의미 외에 에우로페라는 의미를 갖고 있기도 하다. 에우로페는 고대 동양에서 소의 모습을 한 여신으로 모계적인 세계관에서 비롯되었다.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이 소설에서 어머니의 이미지가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되어 나타남을 알 수 있다. 특히 시베리아, 불새, 에우로페가 이러한 어머니상을 구현한다. 시베리아는 아시아와 유럽 사이에 존재하는 사잇공간으로 나타나는데, 이러한 사잇공간에서 아시아와 유럽의 이분법적 구분을 뒤흔들며 다양한 의미잠재력을 생성한다. 생명의 불꽃과 연결되는 불새는 이 소설에서 알파벳철자들을 내뿜어 변신시킨다. 특히 불새는 서술자 나의 몸에서 나오는 목소리 및 명확히 규정할 수 없는 SIE라는 대명사와 연결되며, 친숙하면서도 낯선 내 안의 타자를 가리킨다. 마지막으로 모계사회의 여신인 에우로페는 동시에 동물의 형상을 하고 있으며, 동물적인 잠재력을 발산하는 생성적 힘을 나타낸다.시베리아, 불새, 에우로페가 나타내는 생성과 창조의 힘은 무엇보다 자궁에서 아이를 낳는 어머니의 이미지와 연결된다. 그러나 이러한 어머니는 생물학적인 어머니를 가리키기보다는 자신의 뱃속에서 스스로를 낳는 역동적이고 생성적인 다양체를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