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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의 모성 기획과 균열에 관한 질적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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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최은영

Advisor
정진성
Major
사회과학대학 협동과정 여성학전공
Issue Date
2014-02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모성 기획과 균열생애기획전략적 모성모성의 자원화모성 정체성.
Description
학위논문 (박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협동과정 여성학전공, 2014. 2. 정진성.
Abstract
본 연구는 모성에 대한 인식과 의미의 변화가 개별 여성의 경험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를 살핀다. 기존의 정상적 모성 개념에 부합하는 출산자 여성뿐만 아니라 출산의 경계 밖에서 모성을 수행하는 이들의 경험세계와 의미망을 현재의 사회·경제적 맥락에서 해석하고자 한다. 사회의 변화가 모성의 변화를 수반한다는 전제 아래, 신자유주의가 한국사회의 일상에 편재되는 변화의 흐름과 저출산·고령사회화라는 인구구조의 변동을 경험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맥락에서 모성이 사유되는 방식의 변화와 변화된 모성의 특성을 고찰하였다.

오랫동안 여성은 모성과 자연스러운 관계 속에 위치지어 졌으며, 모성(母性)은 어머니와 아이의 관계에서 구성되는 어머니 됨의 속성으로 인식되어 왔다. 한국사회 여성주의 논의에서 모성에 대한 접근은 사회의 젠더관계와 섹슈얼리티가 교차하는 전략적 지점으로서 어머니 역할과 지위에 대한 정의가 사회‧역사적으로 구성되는 것임을 입증하고자 하였다. 어머니 됨(motherhood)은 여성 삶의 전 영역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직‧간접적 경험으로서 출산적 모성(maternity)과 양육적 모성(mothering)의 경험 안팎에서 형성된다. 본 논문에서는 모성의 출산적 측면(maternity)과 양육적 측면(mothering), 모성(motherhood) 정체성의 측면을 세 축으로 모성 인식의 변화를 분석한다. 이는 출산이라는 생물학적 사실에 근거를 두지 않고 모성인식의 형성과정을 살피는 전략으로, 여성을 출산하는 어머니로 환원하지 않으면서도, 당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여성 주체의 행위성을 부각할 수 있고, 사회의 정치‧경제‧사회적 변화와의 관계 속에서 역동적으로 구성되는 사회구성물로서 모성을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출산과 정상가족을 중심으로 정상적 모성이라는 지배 이데올로기가 모성과 관련을 맺고 있는 대부분의 여성들의 경험을 어떻게 구성하고 여성들은 어떻게 저항하는가를 살피고자 하였다. 모성 인식의 변화뿐만 아니라 그간의 모성을 둘러싼 의미망과 경험세계의 이면에도 초점을 맞추어 모성 정체성의 특성을 탐색하였다. 이를 통해 모성 인식의 한국적 특수성과 변화의 맥락을 발견하고자 하였다. 출산적 모성을 강화하는 문화적 현상과 다양한 모성주체를 소비주체화 하는 것을 포함해서 양육적 모성을 강화하는 문화적 현상을 주목하고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 개인에게 이러한 문화적 현상들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어떤 모성 인식을 하게 되는가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출산자 어머니에 국한되지 않게 사례를 구성하였고, 여성의 위치를 정상 가족 내에 한정하지 않았다. 다양한 생물학적 속성과 양육적 자원을 갖는 다양한 위치의 여성들을 심층면접 하였고, 여성의 입장에서 인식하고 경험한 모성을 살펴보았다. 이는 변화하는 모성 인식의 다양한 층위와 현재성을 포착하고 모성주체의 다변화 과정을 포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한국사회는 모든 여성이 생애 언젠가는 어머니가 될 존재로 사유되는 잠재적 어머니 담론이 강력한 사회이다. 한국사회에서 생물학적 어머니는 좋은 엄마가 되는 핵심적 조건으로 작용하며 생물학적 출산자 어머니에게 우월한 위치를 부여해 왔다. 그러나 신자유주의가 한국사회의 일상에 편재된 IMF 외환위기 이후 저출산·고령사회화라는 인구구조의 변동과 맞물리면서 출산장려주의를 표방하게 된 한국사회의 맥락에서 모성이 사유되는 방식은 변화 해 왔으며 새로운 모성주체의 형성을 가능케 했다. 2000년대 이후 나타난 두르러진 변화는 모든 여성이 어머니가 되지 않는 현상으로서 결혼과 출산이 기피되고, 결혼을 했으나 자녀출산을 하지 않는 무자녀여성이 증가하고, 입양과 같은 생물학적 출산의 경계를 넘나드는 어머니 위치가 빈번하게 등장하기 시작했다. 성장발전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한국사회는 생물학적 모성이데올로기를 강화하고 출산을 독려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 개인의 경험세계에서는 임신․출산하는 출산적 모성의 의미가 약화되는 변화가 나타났다. 예컨대, 생물학적 어머니만이 할 수 있었던 태교와 모유수유 같은 모성의 기능들이 혼자의 힘이 아닌 조력자를 필요로 하게 되었으며, 영아기의 엄마 존재의 중요성 역시 다른 양육자에 의해 대행 되어도 되는 것으로 변화하였다. 또한 모든 여성이 어머니가 되지 않는 사회적 현실이 개인 주체의 경험 속에 자리하게 되었다. 임신과 출산 경험을 포함하는 출산적 모성인식과 양육적 모성의 인식 과정에 갈등의 양상도 발견되었다. 가족구성 행위가 다양해짐은 물론 생애 기획에 임신, 출산, 양육이 매개되는 방식은 더욱 다변화되었다. 이는 생물학적 어머니 됨이 모성의 핵심적 조건이었던 기존 정상적 모성이라는 지배 이데올로기에 대한 행위주체의 저항으로 개인의 삶의 맥락에서 스스로가 구축한 모성 인식을 의미하며, 개념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존재함을 인식하게 하였고, 출산적 모성의 속성이 출산자, 또는 여성에 국한되어 형성되지 않는 변화 가능성을 내포한다.

한국사회의 모성은 그간 출산적 모성의 압도적 위치를 지지해 온 모성의 생물학적 기반이 탈각되는 현상이 나타나며 생물학적 속성과 무관한 모성의 발현도 이루어졌다. 예컨대, 임신․출산한 몸의 경험을 지우고, 생물학적 출산자로서 자신을 정체화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나타나며, 임신․출산 행위는 자신의 자원을 극대화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 여기에는 변화된 성역할태도 요구를 비롯하여 출산을 자원으로 협상이 이루어졌다.
입양이나 재혼, 가족 구성원의 양육 등으로 생물학적 출산자가 아닌 양육적 모성의 발현도 이루어졌다. 또한 양육적 모성의 발현과 관련하여 일과 모성의 긴장관계에 있지 않은 경우도 모성을 구매, 대행, 위임 가능한 것으로 사유하고 있었으며 전일제 엄마 되기를 거부하였다. 즉 정상가족 안의 여성들이 모성의 통념에 모두 순응하는 것처럼 외견상 보일 수 있으나 이들 역시도 변화된 모성 인식을 하고 있다. 이들에게서 발견된 심리적 속성은 아이를 위해 전적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지 않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구성하지 않았으며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논리를 적극 수용하고 있었다. 또한 아이를 통제하고자 하는 욕구, 아이의 양육을 대행시키고자 하는 욕구는 자기를 위한 투자와 아이로부터 자유를 얻고자 하는 욕구의 발현이었다. 출산적 모성 경험의 유무는 엄마노릇의 차이로 연결되지 않았으며, 다만 엄마로 호명되지 않는 엄마들의 엄마노릇이 존재하고 있었다. 양육적 모성은 소비, 구매, 대행, 위임 가능한 영역으로 확장되었고, 양육적 모성 역할의 주체 역시 다양화되었다. 어머니 역할은 어머니가 하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 역할을 하는 주체에 의해 이루어진다.

변화된 사회·경제적 조건 하에서 개인의 모성 인식 역시 변화하고 있으며, 이들은 생애기획으로서 모성을 사유하는 특성을 나타냈다. 자신의 생물학적 조건을 주체적으로 사유하며 삶의 시기마다 개인이 구성한 모성 인식을 적극 적용하며 생애기획을 하였다. 즉, 결혼을 비롯한 가족구성행위와, 임신, 출산, 피임, 낙태, 불임, 입양 등 출산적 모성의 조건, 양육적 모성의 조건과 사회‧경제적 조건을 합리적으로 해석하며 자신의 생애를 기획하고 있다.
가족구성행위의 다양화와 개인의 삶의 맥락에서 출산적 모성 인식을 하는 개인주체의 변화, 그리고 양육적 모성의 제반 영역이 상품화되어가는 사회‧경제적 조건의 변화를 경험하며 주체의 모성 인식은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 사회 여성의 모성 인식은 출산적 모성의 기반이 약화되는 변화를 경험하고 이를 통해 모성의 속성이 더 이상 생물학적 속성에 지배받지 않고도 가능한 사회로 변화하고 있음을 인지한다. 또한 변화된 모성인식을 하는 주체들은 사회의 모성규범을 내면화하며 통념적 모성과 현실 사이의 불일치를 경험하며 다양한 모습으로 저항한다. 이들은 본인의 생물학적 조건과 자원의 규모에 따른 자기관리 주체로서 여성성과 연루되지 않고 모성을 사유하는 것이 가능한 주체이며, 생물학적 속성보다는 양육적 속성을 중심으로 모성을 사유하는 주체이고 모성을 본능과 분리하여 실천하는 주체이다.

한국 사회 속에서 모성의 신비는 점점 사라지는 대신 다양한 모성적 속성이 발견되고 있다. 기존의 모성적 속성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며 모성 이데올로기를 비판적으로 사유하였다. 모성의 버거움과 과부하를 숨기지 않았으며 주변 자원을 활용하여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하였다. 모성의 신비는 생명이 만들어지는 과정의 경이로움과 출산의 기쁨과 같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신비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임신․출산의 경험이 경이롭지만은 않으며, 임신․출산 과정의 의료화에 의해 지식화되고 탈신비화되고 있다. 또한 낙인을 피하기 위해 아이를 키우는 보람과 기쁨을 연기하였고, 도구적이지 않은 모성, 헌신적인 모성을 가진 존재로 자신의 모성을 가시화하였고, 출산의지와 모성이 있는 존재로의 표명이 이루어졌으며, 이러한 전략은 관계의 특성에 따라 전략적으로 발화되었다. 또한 비난의 대상이 되는 모성은 과거의 비정한 모성에서 과도한 모성으로 변모하였다. 비정한 모성은 생물학적 속성이 강조된 맥락에서, 과도한 모성은 양육적 속성이 강조된 맥락에서 사유된다. 한국 사회의 모성은 출산적 모성의 속성은 약화되는 반면 양육적 속성은 강화되고 있다.

모든 것을 상품화하는 신자유주의의 시장중심주의는 모성의 제반 영역을 상품화하기에 이르렀으며, 출산적 모성뿐만 아니라 양육적 모성, 모성성의 거래를 가능케 하였다. 출산적 모성은 의료화 과학화되고 양육적 모성은 위임, 대행, 거래 된다. 모성 시장을 진화시키고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자본주의의 이중전략은 위기를 생산하고 소비를 부추긴다. 또한 모성 소비주체를 다양화하기 위해 생물학적 출산자 외 아버지를 비롯하여 다양한 가족 형태를 포용하기도 한다. 엄마이기도 하면서 경제주체가 되는 방식의 맘(mom)들을 생산해 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되지 않는 엄마는 맘으로 호명되지 않았다. 모든 것을 자본의 논리에 포섭하는 신자유주의는 모성을 상품화하였고, 모성을 경험하는 개인을 합리적 선택의 주체로 호명하였다. 변화된 모성인식과 다양화된 주체에 의해 행해지는 모성역할의 지속적인 접점에서는 모성의 경제적 거래가 이루어진다.

개인의 삶의 맥락에서 모성을 사유하는 주체는 젠더 역할과 섹슈얼리티 지형의 변화 속에 위치하면서도 한국적 가족주의와 출산장려주의 그리고 신자유주의 담론에 의해 젠더 역할의 목록을 늘리는 수준으로 변화하고 있다. 모성은 소비의 극대화를 위한 자본주의의 전략의 지점이 되고 있다. 진화하는 모성 시장을 통해 모성의 상품화, 의료화, 과학화가 촉진되고, 소비주체를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서 생물학적 어머니 외 다른 주체들을 양육주체화 한다. 또한 위기를 생산하고 소비를 부추기는 과정은 위기에 대한 소비를 모성주체에게 고스란히 전가하였다. 생물학적 출산자에 국한되지 않는 모성경험의 가능성이 증가하고 이를 통해 모성적 윤리의 사회적 확장이 가능하게 되고 있으나, 결국 다양한 위치에서 모성 실천을 하는 여성주체는 신자유주의가 구축한 모성 시장의 질서를 따르고 있으며, 모성 소비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모성양극화를 심화한다. 역설적이게도 기존의 모성인식과는 다른 사회‧경제적 조건을 경험하며 모성규범의 경계 안팎에서 형성되지만 모성의 상품화와 양극화를 촉진한다.

본 논문은 변화하는 사회‧경제적 조건이 여성의 모성 인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여성의 입장에서 검토한 것으로 출산적 측면과 양육적 측면에서의 모성 인식 변화양상과 모순적으로 경험되는 모성 정체성의 특성을 가시화하였다. 모성 인식에 출산적 모성을 강화하는 방식보다는 양육적 모성 환경의 구축이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바, 모성이 사회통합을 장려하는 사회윤리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여성의 생애를 관통하는 화두로서 모성을 사유할 필요성이 제시된다. 이러한 점에서 모성의 사회 보살핌 윤리화를 꾀하고 모성의 외연을 확장한 의미가 있다. 이러한 작업은 생물학적 속성에 구애받지 않고 모성 인식이 가능한 여성주체의 형성과 시장의 논리에 모성 기획의 주도권을 내어 준 것처럼 보이는 양상 역시도 여성주체의 행위성의 일부로 보는 것으로 모성의 여성주의적 전유를 위한 작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20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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