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ications

Detailed Information

인온개념의 회화적 적용과 몸의 표현에 관한 연구

Cited 0 time in Web of Science Cited 0 time in Scopus
Authors

전수경

Advisor
김병종
Major
미술대학 미술학과
Issue Date
2017-02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인온 몸 창의력 상상력 동시성 일물양체
Description
학위논문 (박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미술학과, 2017. 2. 김병종.
Abstract
급변하는 회화의 환경(다양한 매체의 증폭, 회화의 위기) 속에 개인으로서 화가가 창의력과 상상력을 구현하고 지속할 방안이 필요하다. 그것을 위해 이 연구는 인온(絪縕: 『주역』, 「계사전하」)개념을 회화의 분석(이해) 도구로 개발해, 그것으로 몸을 표현한 나의 세 가지 연작(2001~13)에 드러나는 예술적 특징을 밝힐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연구는 회화의 미래에 대한 정당한 가능성과 희망을 오래도록 유지되어 온 극동의 예술적 지침을 통해 확인 받게 될 것이다.
다양한 시기 다른 때에 제작된 나의 연작들 중 어느 작품이든 상반된 요소들이 얽힌 채 뭔가 곧 사건이 벌어질 조짐이 일고 인체와 성징이 드러나는 것에서 공통된다. 이러한 요소는 장재(張載)가 우주의 지극한 본체인 태허(太虛)를 설명하면서 그 속에 뒤엉킨 기운의 양태를 인온(絪縕)이라고 표현한 바로 그 개념과 맞닿아 있다. 『주역』의 「계사」를 비롯한 여러 문명권의 창조 신화에서 인온은 창조의 여건을 설정하는 개념으로 다루어진다. 이 때 인온은 주로 혼돈을 지시한다.
『중국어큰사전(漢典)』에서 인온은 고사를 빌어 세 가지 뜻으로 표기된다. 그것들을 종합하면 음양의 두 기운이 결합해서 모든 현상을 기묘하게 조화하는 기운이 모인 상태 정도의 뜻이 된다. 세종 조에 신숙주(申叔舟)는 『동국정운』의 서문에 다 인온의 개념을 통해 음이 이치에 맞게 생겨난다고 표현하면서 정운의 편찬 이후의 달라질 큰 변화를 기대했다. 그런가 하면 고종실록 고종에게 신하들이 황제 즉위를 간청하면서 인온의 개념을 들어 때가 마련되었음 표현하고 이후 제국의 앞날을 기대했다. 이처럼 인온은 변혁, 새 시대를 기다리는 중요한 여건으로 사용되었다. 인온은 다가올 큰 사건을 기대하고 기다리는 의미를 띤다.
장재와 왕부지(王夫之)와 같은 유학자들은 인온을 우주본체인 태허의 상태, 즉 태화(太和)로 또는 도(道)로 봤다. 움직임의 시작을 낳는다고 했다. 한편 태허는 무형, 무감으로서 생성하고 변화하는 총체이자 기의 본체라고 했다. 태허는 기(氣)를 지녔고 만물이 거기서 생겨나고 거기로 돌아간다고 한다. 기는 모으고 흩어지게 하는 작용으로서 태허 속에 미분화된 채 차 있다고 한다. 태허처럼 『성경』의 「창세기」에서 신은 만물을 창조하는 존재로 나타난다. 신이 인간을 창조할 때 신의 이미지에 맞추어 닮게 하고 인간에게 만물을 다스리게 한 것에서 인간의 창의가 창조 주체에게서 부여된 것으로 비친다. 창의력은 신을 닮은 모습으로서 인간에게 부여된 능력이로 해석된다. 이는 성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만물의 본체에서 그것들이 창조되는 곳으로 연역하는 노력을 통해 창의력이 창조에 비롯되는 것을 깨닫는 것이 곧 본성을 찾는 길이다. 따라서 창의는 창조에서 비롯된 인간의 권리이자 능력으로 비친다.
석도(石濤)는 그의 『화어록(畵語錄)』에서 본격적으로 인온을 미술의 문제로 부각했다. 석도는 붓과 먹이 인온하고 있고 여기에 숙련된 화가의 일획(一畫)이 개벽을 이끈다고 주장한다. 이는 곧 장재에 의해 마련된 천도설(天道設)의 이론을 회화의 창의력, 상상력 그리고 동시성과 같은 특질에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석도의 인온 개념을 곽희의 에 적용하면 결의에 찬 용필의 신속함이 일획에 도달했고, 고원(高遠), 심원(深遠), 평원(平遠)의 삼원(三遠)을 모두 활용한 것에서 창조자의 시점을 획득했고 풍경을 구성하는 대상을 유기적인 몸과 같이 구성한 점에서 인온의 창의적 개념을 따르는 것으로 확인된다.
한편 안견의 를 석도의 인온 개념에 적용했을 때 타인의 혼미한 꿈을 동기로 하는 점, 비일상적 구성 등이 일상에 머물지 않고 순리에 마음을 열어 재료의 질서와 함께 호흡하는 점에서 상상력을 구현한 사례로 비친다. 왕좌 뒤편에 설치되었던 이 왕의 권위를 보증하기 위해 상반된 천체(해와 달)을 나란히 동시에 표현한 점에서 석도가 「인온장」과 「요법장」에서 강조한 상반된 요소에 대한 공평한 인지를 주문한 것을 구현한 점에서 동시성을 획득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달리말해 일물양체(一物兩體)를 기가 발현되는 모델로 제시한 장재의 아이디어에도 부합된다.
인온의 몸은 태허의 부절과 기의 복사물로 이해된다. 즉 사람의 몸은 우주본체의 반영한 것으로서 인온하는 몸이다. 정신과 몸의 이원론으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몸 전체에 정신이 퍼져 이들 양자 간에 서로 작용하고 우주를 반영하는 것으로 인온의 몸은 해석된다. 허준의 『동의보감』 첫 페이지에 등장하는 는 그 원리를 반영한다. 서양의 해부도가 죽은 시신의 내부를 묘사하는 것에 반해 는 눈을 뜨고 살아 숨 쉬는 사람을 모델로 그려졌다.
1970년대 중반 전후 미국미술이 비인간적이고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것으로 전개되어 온 것으로 보고 일정한 형식으로 정의하지 못 할 정도로 다양한 시도가 봇물처럼 일어났다. 그 중 몸에 대한 새로운 경향의 회화들이 두드러졌다. 르네상스의 고전적이고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을 거부하거나 입체파의 전통을 따르는 분석적이고 해체된 신체의 추구가 포기된 채 몸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분분했다. 이들 회화에 표현된 몸은 서구전통의 이원론(몸/정신)에서 벗어나 개인과 전체 혹은 남과 여 간의 자연스런 혼합을 보여줌으로써 인온의 몸을 구현한다. 이를 통해 경화된 모더니즘 전통에 저항하고 인간의 본성을 회화를 통해 복원한 것으로 파악된다.

나는 '몸(Body)'을 주제로 삼아 인간의 실존적 상황을 표현한 이른바 인체풍경(bodyscape)을 탐구해 왔다. 인체 드로잉, 사물 등으로부터 모아진 다양한 몸의 이미지를 재해석한 여섯째 날, 인체풍경, Body and Talk와 최근 진행 중인 Duality 연작이 있다. 남성과 여성이라는 두 가지 성으로 대별되는 인간의 몸은 나의 그림에서 재현적 혹은 비유적, 상징적으로 나타난다. 그림에서 남성과 여성은 이원성(Duality)을 상징하는 대표성을 띤다. Sexuality와 Gender로서의 남녀의 개념일 뿐 아니라, 정신과 물질, 빛과 어두움, 선과 악, 음과 양 등 대립 항을 이루어 인식되고 존재하는 것들의 의미를 더불어 내포한다. 남성과 여성은 이원론(Dualism)의 양극을 대변하며 나는 남녀의 이원적 상호관계에 집중한다. 본질적으로 서로 대립하지만 필연적으로 갈망하고 갈등하며 공존할 수밖에 없는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관계와 작용을 회화의 상징적 언어(중의적 수사법)로 표현하고자 한다. 한편 Body and Talk 연작에 등장하는 지퍼, 고리 등 개폐(開閉)의 기능을 하는 사물들은 남녀관계의 이원성과 결속을 의미한다. 남녀란 안과 밖이 하나로 연결된 뫼비우스 띠와 같다. 본성적으로 다른 가운데 서로가 불가분의 관계로 맺어져 있는 것이 그들의 운명이다. 그들은 사랑과 미움, 욕망과 좌절, 신뢰와 배반을 생산한다. 실상 인간의 역사와 희로애락의 중심에 에로스가 있는 것이다. 더불어 페티시즘(fetishism)적 요소를 인간의 창의적인 시지각적 반응으로 여기고 발전시키고자 한다. 어떤 사물을 보고 연상하는 형태 심리적 반응의 근거가 되는 것이 몸(body)이라고 생각한다. 몸이 만들어내는 실루엣과 표정은 어떤 시각적 대상보다 인간의 상상력과 본능을 자극하여 생(生)의 긴장과 에너지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몸에 대한 논의와 그 이미지의 상징적 표현에 대한 재해석과 비평적 탐구는 시대와 호흡하는 시각적 형식과 서사적 내용의 창의적 결합방식으로써 인체 표현의 가능성을 무한히 확장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진행형인 나의 철학적 사유와 고민을 언어체계와 달리 비 확정적이며 보다 다층적인 해석과 서사의 부여가 가능한 회화의 창의적 표현을 지속하기를 소망한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20934
Files in This Item:
Appears in Collections:

Altmetrics

Item View & Download Count

  • mendeley

Items in S-Space are protected by copyright, with all rights reserved, unless otherwise indicated.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