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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자-연결망 이론을 통해 본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TNR)과 공존의 정치 : Trap-neuter-return and the politics of coexistence with stray cats from the perspective of Actor-Network The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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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이종찬

Advisor
윤순진
Major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Issue Date
2016-02
Publisher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Keywords
행위자-연결망 이론길고양이캣맘TNR동물권
Description
학위논문 (석사)--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2016. 2. 윤순진.
Abstract
도시는 인간에 의해, 인간을 위해 건조된 공간이었기 때문에 비인간 동물이 살아가기엔 녹록지 않다. 때문에 이들은 주로 음식물쓰레기와 같은 인간이 배출한 잉여자원에 의존하게 되며 먹이를 구하거나 구애하고 번식하는 행위가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치거나 갈등을 일으키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몇몇 비인간 동물은 인간에게 동정의 대상이 되거나 환대받기도 하는데 그중에서도 사람들의 눈에 가장 띄는 것은 캣맘/캣대디라는 존재가 있는 길고양이일 것이다.

전국적으로 100만 마리, 서울시에만 20여만 마리가 사는 것으로 추정되는 길고양이는 이제 우리가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일상적인 존재가 되었다. 뉴스에 종종 보도되는 길고양이 학대 사건이나 이들을 돌보는 캣맘/캣대디와 주민 간의 충돌 사례는 길고양이를 둘러싼 갈등이 인간과 동물 간의 관계에서 인간과 인간의 관계로 확대되어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갈등을 줄이기 위해 길고양이를 포획하여 중성화 수술을 한 뒤 재방사하는 방법이 도입되었고 이를 통해 인간과 길고양이의 공존이 모색되고 있다.

길고양이는 도시 내 동물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이자, 인간-동물, 인간-인간이 충돌하는 사회적 갈등 요소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비인간 행위자이다. 이 연구에서는 다양한 인간, 비인간 행위자들의 이해관계 조정을 통해 재구성되는 사회의 역동적인 변화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행위자-연결망 이론의 관점을 활용한다. 행위자-연결망 이론에 따르면 길고양이와의 공존은 그 자체로 인간과 기술과 동물이 혼재된 이종적 연결망이자 그 결과물이다. 이 연구는 문헌조사와 심층면접을 통해 공존의 연결망에 대한 분석을 수행하여 길고양이는 우리 사회에서 어떤 존재이며 그 의미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길고양이는 어떻게 다른 도시 내 동물과 달리 지금의 지위를 획득할 수 있었는지, 이 과정은 어떤 의의를 갖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쥐를 잡기 위해 길러진 고양이는 인간의 생활환경이 변하자 더 이상 그 역할이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게 되었고 90년대 중반부터 인간에게 문제가 되기 시작하였다. 먹이를 찾아 산과 들에서 생태계를 파괴하거나 도시 내에서 소음과 위생문제를 일으키는 존재로 구제(驅除)의 대상이 된 것이다. 야생화된 고양이는 자연 보호를 위해 포획하여 제거될 수 있는 들고양이와 유기동물 보호법에 의해 보호조치 이후 안락사되는 길고양이로 나뉘었다.

안락사에 대한 대안으로서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제시된 포획-중성화-재방사 사업(TNR)은 길고양이를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끌어모아 그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치환해 길고양이와의 공존을 만들어내는 장치이자 필수통과점으로 작동하였다. TNR은 그 자체로 다양한 인간-비인간 행위자들로 구성된 연결망으로서 담론적 효과를 통해 길고양이 문제에 대한 설득력 있는 해결책으로 이해관계자들에게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2006년 서울시 용산구에서 일어난 한강맨션 길고양이 사건은 지자체가 보다 적극적으로 TNR을 시행하게 된 계기가 되었고 서울시는 2008년부터 전 자치구에 이를 확대 적용하였다. 번역의 과정을 통해 공존의 연결망에 가입한 동물보호단체, 캣맘/캣대디, 길고양이, 지역 주민, 지자체, 수의사 등의 이해관계자들은 새롭게 조정된 역할을 부여받았고 이런 역할이 잘 수행될 경우 공존의 연결망은 안정화 될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제도적 회색지대에 있었던 길고양이는 TNR의 대상으로 성문화된 제도적 지위를 획득할 수 있었다. TNR은 필수통과점이 되어 귀 표식을 통해 길고양이가 공존의 자격을 드러내도록 한다. 길고양이가 입양되지 아니하고 길 위에서의 삶을 유지하며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미 아니면 곧 이것을 통과해야만 한다. TNR이 인간과 동물 사이에 인도적인 공존의 길을 터준 것이다. 공존의 연결망에 가입된 모든 행위자는 TNR을 통해서만 각각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길고양이 학대와 캣맘/캣대디와 주민 간의 갈등 소식은 아직 공존의 연결망이 단단하게 자리 잡아 블랙박스화되지 못했음을 드러낸다. 다양한 행위자들 내부의 대표성 문제와 이해관계의 충돌은 그 자체로 고정되어 있지 않고 항상 불안하며 변화하는 행위자-연결망의 속성을 보여주고 있다.

세상을 인간과 비인간의 혼종적 연결망으로 보는 행위자-연결망 이론은 인간의 이해만 반영하는 정치가 아니라 비인간 존재도 고려하는 정치의 생태화를 이야기한다. 길고양이로 인해 사람들 간의 새로운 만남과 교류가 발생하고 정책의 결정과 실행과정에서 시민참여가 일어났다. 제도적으로 달성된 공존의 연결망이 이제 마을에서 출발해 지자체를 통과하는 정치를 통해 더 단단해지려 하고 있다. 이상적인 TNR이 이루어지는 현장은 비인간 존재에까지 확장된 인간 공동체를 구현하며 공존을 실현하는, 정치가 생태화되는 하나의 실례(實例)이다. 이는 TNR을 단순히 민원 해결의 수단이 아닌, 근래에 주목받고 있는 마을만들기와 같은 지역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 기획과 구성의 한 축으로 고려해볼 수 있는 함의를 갖는다. 인간 외 존재에게까지 확장된 공존의 공동체의 형성은 사람들의 생태적 감수성을 높이며 우리의 인간성을 더욱 함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 연구는 TNR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며 만들어내는 연결망의 분석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TNR에 반대하거나 연결망에 들어오지 않는 행위자들에 대한 분석은 간접적이거나 미흡하게 이루어졌다는 한계를 갖는다. 또한, 다소 생소한 주제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며 사례를 통한 이론의 비판적 검토와 보완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였는데 이는 향후 보다 충실히 연구되어야 할 과제로 남는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29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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