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구의 점유형태변화 선택 결정요인 연구

Abstract

자가와 임차로 이분화된 해외와 달리 국내 주택시장에는 전세라는 점유형태가 하나 더 존재한다. 전세는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상당한 규모의 보증금을 맡기고 일정 기간 임대료 없이 거주한 후 퇴거 시 보증금을 돌려받는 임차유형이다. 과거 경제 성장기에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제도권 주택금융이 미흡한 상황에서 임대인에게 전세는 자금조달 기능을 수행했고, 임차인은 전세를 통해 매매가격 대비 저렴한 전세보증금만으로도 월 임대료 부담을 피해 주거안정을 이룰 수 있었다. 국내 주택시장이 발달해 오는 과정에서 전세는 비중 있는 역할을 수행해왔고 임대차 시장 내 전세는 다른 임차 유형들보다 큰 부분을 차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 전세가격 상승과 전세 비중 감소이다. 과거와 같은 주택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고 제도권 주택금융이 발달한 시점에 전세시장 축소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본 연구는 전세시장의 축소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향후에도 계속될 구조적 변화라 인식하고 전세로 거주했던 가구들의 점유형태변화 선택을 실증적으로 분석하였다. 구체적으로 직전에 전세에 거주했던 가구들의 현재 점유형태 선택과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한 가구들의 보증금 배율 설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규명하였다. 이를 위해 우선 주택수요 이론, 점유형태 선택 선행연구, 보증부 월세 레버리지 이론을 검토하여 전세가구들의 주택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설명변수들을 도출하였다. 그리고 2014년 국토교통부 주거실태 조사 자료를 이용하여 점유형태변화 선택의 이항로지스틱 모형과 보증금 배율의 선형회귀 모형으로 실증 분석을 실시하였다. 점유형태변화 선택 분석결과, 상대주거비용 및 인구가구 특성이 동일한 조건에서 직전 전세가구 중 현재소득이 높은 가구일수록 전세유지보다 자가전환 확률이 낮아지고 전세유지보다 월세전환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유사하게 보증금 배율 추정에서도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한 가구 중 현재소득이 높은 가구일수록 낮은 보증금과 높은 임대료를 설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순자산이 높은 가구는 전세유지보다 자가전환 확률이 높고 월세전환 확률은 낮았으며 월세전환 시에도 높은 보증금과 낮은 임대료를 설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전세가격 상승 시기에 현재소득이 낮은 전세가구들은 전세를 계속 유지하고자 하며 월세로 전환했다고 하더라도 높은 보증금과 낮은 임대료를 설정해 주거비 상승을 회피하고자 하는 경향을 확인하였다. 그동안 전세가구는 전세가격이 상승하면 보유한 전세보증금에 일정 추가 자금을 보태어 자가소유가 가능할 것이라 인식되었으나 낮은 소득으로 추가 자산 확보가 어려운 전세가구들은 전세를 계속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전세가격 상승이 지속되고 전세 공급물량이 부족한 상황 속에서 전세가구의 주거안정 확보를 위해서는 자산뿐만 아니라 전세가구들의 소득 수준에 대한 정책적 고려도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본 연구는 전세시장 축소기에 전세로 거주했던 가구들의 점유형태변화 선택을 실증적으로 분석하여 전세가구들의 주택수요 발현 양상에 대한 미시적 이해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정책적으로는 전세가구들의 자가소유 촉진은 주택시장 안정에 중요한 축이지만 소득 제약과 자산 부족으로 전세에 계속 거주할 수밖에 없는 임차가구들에 대한 정책적 고려도 필요하다는 시사점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