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고가도로 건설을 통해 본 1960년대 후반 서울의 도시 개발

Abstract

청계고가도로는 1960년대 서울의 전시적 도시 건설을 잘 보여주는 건축물이다. 그간 청계고가도로의 건설 과정에 대한 연구는 대개 청계고가도로의 건설 경위에 대한 간략한 소개에 그쳤다. 이러한 간략한 소개에서 청계고가도로에 대한 평가는 서울 도시교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개발시대의 성공의 상징이라는 긍정적 주장과 도시의 흐름을 가로 막고 보행환경을 열악하게 만들었다는 무분별한 개발주의의 산물이라는 부정적 평가로 크게 나뉜다. 구체적 연구는 많지 않지만 손정목이 청계고가도로의 건설 경위와 건설 과정에 대한 회고를 남긴 바 있다. 그는 김현옥 서울시장이 박정희의 서울 동부에 건설한 워커힐 호텔 왕래를 편리하게 위해 건설했다고 주장했다. 이 논문에서는 첫째 청계고가도로의 건설에 있어 김현옥 시장의 개인적 경험이 깊이 반영되었으며, 그에 비해 당시 서울 건설을 두고 경합했던 도시 계획의 이론들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음을 보이려 한다. 당시 김현옥 시장은 서울의 도시 경관을 빠르게 변화시키기 위하여 전시적 효과가 높은 토목·건축 사업을 활발히 진행했고, 특히 도로 건설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특히 김현옥 시장은 도시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중교통보다는 도로와 관련 시설을 늘리길 원했다. 이에 따라 육교, 지하도, 입체교차로, 고가도로 등을 건설하였고, 1966년 말 계획된 삼일고가도로(청계고가도로)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서울시는 청계고가도로 건설을 위해 1967년 3월 건축가 김수근에게 자문을 구했다. 김수근은 청계고가도로 건설의 정당성을 확보해 줄 건축가였으며, 정권의 승인을 얻어줄 인맥이자, 차관 승인을 도와줄 관료였다. 김수근에게 이 제안은 자신의 건축적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김수근은 청계고가도로, 세운상가, 여의도 종합개발계획 등에서 일관되게 선형도시계획을 실현하려고 했다. 그러나 김수근의 도시계획적 이상은 실제 설계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김현옥은 김수근의 선형도시계획의 가로망은 물론 윤치영 시장 때부터 준비하여 김현옥 시장 재임 초기 발표된 도시계획의 방사형 가로망도 실시 설계에 반영하지 않았다. 이는 김현옥의 도시 건설에 있어 도시 계획을 크게 중시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둘째 이 논문에서는 청계고가도로의 건설이 각종 반대와 예산의 제약, 우연적 요소에 의해 최초의 계획과는 다르게 건설되었음을 보일 것이다. 청계고가도로 건설을 비롯한 서울시의 도시 계획은 여러 전문가들은 물론 중앙부처, 국회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전임 윤치영 시장 당시 도시계획과장을 지낸 한정섭은 청계고가도로 대신 지하철을 건설해야 하며, 고가도로 건설 계획도 도시계획과 맞지 않으며, 교통난 해소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한건축학회와 대한토목학회도 고가도로 건설계획을 비판하고, 절충안을 제시하였다. 국회에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고가도로 건설과 도시 건설 행정에 비판했으며, 중앙부처도 서울의 도시계획에 호의적이지 않아 예산 지원에 난색을 표했다. 결국 서울시는 반대와 예산 부족은 물론 때마침 일어난 강남개발과 군사적 긴장 등의 우연적 요소에 의해 고가도로계획을 축소, 변경했다. 마장동에서 연희동까지 건설하겠다는 최초 계획과는 달리 1969년 3월 22일 용두동-삼일로 구간만을 1차 개통하였다. 이때 완공된 청계고가도로는 근대적 외양을 갖추었으나, 구조적 한계로 인해 교통 기능 면에서는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였다. 게다가 이어진 2, 3차 건설에서는 북한과의 군사적 긴장과 때마침 개발된 강남과의 연결성을 고려하여 애초의 계획과 다르게 건설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