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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에 있어서의 "자연의 모방" 개념에 대한 시론 : 발레닥시옹 ballet d'action을 중심으로 : An Essay towards "Imitaion of Nautre" in Ballet : focusing on ballet d'a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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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한상윤

Advisor
신은영
Major
인문대학 협동과정 공연예술학전공
Issue Date
2015-08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노베르자연의 모방발레닥시옹판토마임뒤보스콩디약
Description
학위논문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협동과정 공연예술학전공, 2015. 8. 신은영.
Abstract
국 문 초 록

본 논문은, 오늘날 통용되고 있는 발레의 공연 형식을 정립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받는 인물인, 쟝 조르쥬 노베르의 주저(主著),『춤과 발레에 대한 서한』에서, 자연의 모방 개념을 둘러싸고 나타나는 일련의 문제점들을 해명하기 위한 시도이다. 그는 발레의 목표가 자연의 모방이라고 주장하였으되, 이를 사실적인 몸짓 연기인 판토마임으로 간주하였고, 이것의 실행이 원활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춤의 스텝이 단순화되어야 할 뿐더러 없어지는 데 이르러야 한다고 역설했던 것이다. 노베르의 이러한 논의는, 발레의 목표인 자연의 모방이 오히려 발레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낳고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으며, 이러한 이해는 위에서 언급한 그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와 상충된다. 노베르 본인은 재현하는 바 없는 기교적인 춤을 완전히 포기한 적이 한 번도 없었으며, 오히려 자신의 저술을 통하여 이러한 춤의 실행에 관한 전문적인 조언을 상세히 남기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이 안무한 작품에도 기교적인 춤 장면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음을 스스로 밝히고 있다.
이러한 모순들을 해명하기 위하여, 본론 I은 우선 자연의 모방 개념이 발레 이론 상에서 처음에 가졌던 의미는 무엇이었는지에 주목하였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18세기 후반에 이르기까지, 서유럽에서 가장 널리 통용되고 있던 예술 이론은, 여러 예술들이 자연의 모방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연대 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논의는 시는 그림처럼이라는 호라티우스의 조언에 근거를 두고 있었으며, 이렇게 해서 문학과 미술은 서로를 제재로 삼거나 참조하며 공생해 나가게 되었다. 16세기 프랑스에서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발레는, 이같은 지배적인 예술 이론의 영향을 받아 자신의 이론적 토대를 구축하기 시작하였다. 17세기 발레 이론을 집대성한 메네스트리에는, 발레는 몸의 움직임을 수단으로 삼기 때문에 그림보다 사물의 본성 및 영혼의 태도를 더 잘 드러낼 수 있다고 했으며, 비극과 희극이 인간의 행동만을 다루는 것과 달리, 동물이나 추상적인 관념도 춤의 대상으로 삼는다고 했다. 그는 춤의 모방 대상에는 한계가 없고, 춤은 모든 것을 모방한다고 하였다. 이처럼 그가 전체를 모방 대상으로 삼은 점이 춤의 장르적 성격을 규정하게 된다. 그림이 무엇이든 화폭에 담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춤은 무엇이든 몸짓으로 나타내지만, 그림은 한 순간 밖에 보여주지 못하는 반면 춤에는 시간의 차원이 개입되므로, 춤은 그림보다도 실재의 모습을 더 잘 보여주는, 움직이는 그림으로서의 존재 이유를 갖는다. 또, 발레는 모든 것을 모방하기 때문에 인간의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데, 말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므로, 말을 버리는 편이 발레의 포부에 어울리는 것이 된다. 고대적인 의미에서의 시, 즉 연극은 시간적인 차원을 갖지만, 그것이 말을 수단으로 삼기에 인간 밖에는 다룰 수가 없는 것이다. 움직임을 수단으로 삼는 발레는, 이렇게 해서 말 없는 시라는 고유성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이 말 없음에 의해 발레는 도덕과 교육 대신, 유희와 즐거움을 위한 것이 된다. 이로써, 서사 구조를 갖지 않은 발레는 오페라나 비극의 막간극이라는 위치를 부여받게 되는데, 이는 다음 세기에 주요한 비판의 대상이 된다.
본론 II는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첫번째 부분에서는, 18세기에 이성주의적인 언어관에 대한 전적인 신뢰에 균열이 발생하면서, 공연에서는 스펙타클, 즉 시각적인 것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의사 소통에 있어서는 몸짓이 대안적인 수단으로 주목받게 되는 양상을 다루었다. 18세기 전반의 예술 담론 양상을 잘 보여주는 뒤보스는, 예술 작품의 판단에 있어 학문에 입각한 토론보다는 감상자의 주관적인 느낌이 더 믿을만한 것이라고 하였으며, 예술 작품의 창작에 있어서도 아카데미의 규칙이란 천재성을 지닌 작가에 한해서만 쓸모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비극의 힘이 스펙타클의 시각적인 호소에서 나온다고 생각했으며, 이러한 관점에서 연기의 시각적인 측면, 즉 몸짓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그리스 로마 고전에 입각하여 이러한 주제를 논하면서, 고대에 몸짓만으로 이루어졌던 배우의 예술인 판토마임에 주목하였다. 계몽주의 시대에 들어서자, 판토마임은 더 이상 고전 연구의 차원에 머무르지 않게 된다. 콩디약은 인간이 언어보다 앞서서 가장 오래된 기호 체계인 행동 언어를 발명하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방적인 몸짓으로 이루어진 이 언어를 당대 무대 예술로서의 판토마임 및 춤과 동일시하였다. 뒤이어, 디드로는 이 판토마임을 당대의 연극과 발레 관행을 개혁할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제시하였다. 그는 연극에서 말을 줄이고 판토마임을 통한 몸짓 연기의 비중을 높일 것을 주장하였으며, 춤 역시 판토마임을 도입하여 서사 구조를 갖춘 독립된 공연 형태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고찰을 통하여 얻어진 관점을 바탕으로, 본론 II 의 두번째 부분에서는 노베르의 텍스트를 본격적으로 다루면서, 앞서 제기된 모순들을 명확히 드러내고 그것들의 해명을 시도하였다. 노베르는 뒤보스와 마찬가지로 천재성 없는 안무가와 무용수들의 노예적인 모방에 반대하며, 이에 대한 해법으로 자연의 모방을 제시하는데, 이것은 곧 판토마임을 가리킨다. 그는 발레 안에 판토마임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기존 발레의 기교적인 스텝을 비롯하여, 이를 가능케 해 주는 아카데미의 규칙들을 철폐할 것을 주장한다. 노베르는, 발레의 모방 역시 연극에서와 마찬가지로 원본과 모본이 흡사한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그의 언급들은 발레가 춤을 버리고 판토마임으로 대체되어야 한다는 의미인가 ? 그러나 이렇게 이해할 경우, 그가 자신의 발레 작품들 안에 춤을 온존시켰을 뿐 아니라, 모방하는 바 없는 기교적인 스텝들의 실행 방법들에 대해 직접 자세한 지침을 남겼다는 점을 설명할 수 없게 된다. 노베르가 춤을 배제시키려 하지 않았다는 전제를 가지고 텍스트를 다시 살펴보면, 그는 행동적인 춤 danse en action을 행동 장면 scene daction과 같은 의미로 사용하며, 노베르가 스텝을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danse en action에 한해서이다. 발레와 판토마임이 결합된 새로운 장르의 이름인 ballet daction은 정작 노베르의 텍스트에서 보이지 않으며, ballet daction을 danse en action과 혼동하였을 때 위와같은 오해가 발생한다. 따라서, 노베르는 자연의 모방이라는 목표를 통하여 발레에 판토마임과 그것을 통한 서사 구조를 도입하자고 주장하였던 것이며, 이로써 발레는 막간극의 지위에서 독립적인 공연 형식으로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이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31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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