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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 개념의 역사성
무용기보법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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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최기섭
Advisor
신혜경
Major
인문대학 협동과정 공연예술학전공
Issue Date
2017-02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안무코레오그래피무용기보법푀이에라반포스트모던 댄스
Description
학위논문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공연예술학전공, 2017. 2. 신혜경.
Abstract
본 논문은 안무 개념의 역사적 변천 과정을 해명한다. 라울 오제 푀이에의 무용기보법 『안무』와 루돌프 폰 라반의 무용기보법 『안무』에 대한 분석을 중심으로 안무 개념이 형성된 과정을 미학적・사회적・정치적 맥락에서 고찰하고, 이를 통해 오늘날 안무가 무용기보법과 분리된 것이 ‘춤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의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밝힌다.
춤(choreia)과 쓰기(graphia)의 합성어인 안무(choreography)라는 용어는 18세기 초 푀이에가 출간한 무용기보법의 제목으로 처음 사용되었다. 이러한 어원적・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전통적으로 안무 개념은 ‘무용기보법을 통해 춤을 쓰는 것’으로 규정되어 왔다. 그러나 무용기보법을 사용하여 춤을 기록하는 모든 행위를 안무라고 볼 수는 없다. 춤을 기억하고 보존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 무용기보법이라면, 안무는 그 이상을 함의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가령 푀이에의 무용기보법은 춤의 창작을 위한 매체로서 고안된 것이며, 그에게서 안무란 그러한 창작과 쓰기의 동시적 행위를 가리키는 이름이었다. 한편 20세기 초 루돌프 폰 라반은 움직임의 원리를 분석하기 위한 목적으로 새로운 무용기보법을 고안했는데, 그 또한 자신의 무용기보법의 제목을 푀이에와 마찬가지로 ‘안무’라고 명명하였다. 푀이에의 무용기보법은 유럽 전역에서 유례없이 오랫동안 널리 사용되었으며, 라반의 무용기보법은 출판 이후 개정을 거듭하여 가장 과학적인 기보 체계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현재까지도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요컨대 안무 개념의 형성에 기여한 것은 무용기보법 일반이 아니라 푀이에와 라반의 무용기보법이라고 할 수 있다.
푀이에와 라반에게서 안무란 춤의 연행 이전에 무용기보법을 사용하여 움직임을 창작하거나 분석하는 작업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20세기 중반에 이르러 안무는 무용기보법과 무관한 개념이 되었지만, 이러한 안무 개념 역시 무용 공연을 위한 사전 작업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안무 개념과 연속성을 지닌다. 이와 같은 안무 개념의 역사적 변천 과정에서 특별히 주목해야 할 점은 각각의 안무 개념에 춤에 대한 사유, 즉 ‘춤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해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본고는 이와 같은 관점을 바탕으로 푀이에와 라반이 확립한 춤의 원칙과 그들이 춤을 사유하는 방식에 주목하고 안무 개념이 무용기보법을 통해 출현할 수 있었던 조건을 분석한다. 이를 토대로 안무와 무용기보법이 독립된 개념이 된 바탕에 과거로부터 규정되어 왔던 춤의 원칙에 균열을 가하고 춤에 대한 사유의 지평을 확장시키는 실천이 있었음을 논증한다.
푀이에의 무용기보법은 마치 작곡을 하듯이 춤을 창작하기 위한 매체로 사용되었으며 이로부터 확립된 최초의 안무는 ‘움직임의 작성’이라는 의미로 정의할 수 있다. 푀이에는 『안무』에서 공간과 움직임의 측면에서 춤의 원칙을 확립한다. 사각형과 선으로 규정된 공간과, 수평과 수직의 원리에 입각한 움직임으로 구조화된 춤은 ‘2차원적 조형성’으로 나타나며, 이는 푀이에의 시대 안무를 가능케하는 전제이자 안무 개념이 무용기보법을 통해 형성되는 조건이다. 부동적 형상으로서 2차원적 조형성은 기하학적 패턴의 조화로운 춤을 강조하는 당대 궁정 발레의 미학적 이데올로기일 뿐만 아니라, 왕의 지배 아래에 놓인 백성들이 조화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음을 드러내려는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작용한다. 정치적 기획의 일환으로서 푀이에가 확립한 춤의 절대적 원칙은 다양한 기원의 춤들을 단일화시켜 극장 무용으로서 발레가 유럽 문화권 전체의 전통 무용 형식이 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무엇보다 푀이에의 원칙에 따라 춤을 기호로 환원시키는 안무가는 세계를 ‘나’의 관점에서 재구조화하는 시각적 주체를 탄생시킴으로써, 정면에서의 관조를 위해 대상화된 2차원적 조형성의 발레를 서양 무용의 지배적인 형식으로 확립시킨다.
라반은 새로운 무용기보법을 고안하고자 자신의 기획을 ‘새로운 안무’라고 일컬으며 안무를 ‘움직임 원리의 서술’이라는 의미로 확립시킨다. 안무가 무엇인지 구체화하는 저작인 『안무』에서 라반은 푀이에와 마찬가지로 공간과 움직임의 측면에서 춤의 원칙을 규정한다. 결정체 내부의 ‘주위 공간’과 ‘스케일’과 ‘고리’의 움직임으로 구조화된 춤은 ‘3차원적 조형성’으로 나타나며, 이는 라반의 시대 안무를 가능케하는 전제이자 안무 개념이 무용기보법을 통해 형성되는 조건이다. 20세기 초반 발레의 억압적 규율로부터 벗어난 새로운 춤 운동의 선두에 섰던 라반은 독일 ‘표현주의 무용’의 선구자이며, 미국의 ‘모던 댄스’는 그의 이론과 원칙을 자양분 삼아 출현한다. 모던 댄스가 흡수한 것은 라반의 표현주의적 이념만이 아니다. 춤과 노동이 근본적으로 동일하다는 전제 하에, 라반은 안무를 진보의 원리에 입각한 근대성의 이데올로기와 결부시켜 새로운 춤 운동의 중심에 운동적 주체를 위치시킨다. 끊임없이 움직일 것을 윤리로서 강요하는 라반의 명령에 따라 운동적 주체는 오직 움직임의 원리를 찾아내고 그것의 스펙터클을 드러내고자 하는 욕망만을 추구한다.
1960년대의 이른바 ‘포스트모던 댄스’ 세대에 이르러 움직임은 춤의 존재론적 본질로 부상하게 되며, 이에 따라 필연적으로 움직임을 구성하는 방식 그 자체만을 강조하기 위한 개념이 ‘안무’라는 이름으로 출현한다. 포스트모던 댄스 예술가들은 과거 안무로부터 규정되어왔던 춤의 규정성, 즉 공간과 움직임의 측면에서 규정된 원칙에 다각적으로 접근하는 실험을 전개한다. 더 이상 조형성에 귀속되지 않은 춤이 무대에 등장하게 되면서 안무와 무용기보법의 관계에 균열이 가해지기 시작한다. 한편으로 그들은 극장 공간에서 벗어나 새로운 춤의 공간을 발견하여 춤의 공간을 확장시킬 뿐만 아니라 기존의 극장 공간 속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여 과거 안무가 규정한 공간의 원칙을 무력화한다. 전통적인 춤의 공간을 전복시키는 이들의 실험은 무용수의 공간이란 무엇인지 묻는 동시에, ‘본다는 것’의 의미를 재고하게 함으로써 푀이에의 안무로부터 탄생한 시각적 주체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한다. 다른 한편으로 예술가들은 움직임을 철저하게 단순화시켜 극장 무용의 전통이 끊임없이 강요해왔던 춤의 기교를 제거한다. 수단이 아닌 움직임 자체의 가능성에 주목했던 그들은 사물의 움직임마저도 춤의 자족적인 요소로 다룬다. 부동적인 자세를 취하지도, 유동적으로 움직이지도 않는 이들의 실험은 라반의 안무에서 비롯한 운동적 주체의 명령을 중단시킨다.
Language
Korean
URI
http://hdl.handle.net/10371/13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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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ears in Collections:
College of Humanities (인문대학)Program in Performing Arts Studies (협동과정-공연예술학전공)Theses (Master's Degree_협동과정-공연예술학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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