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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바라보는 눈 : 히로시 스기모토의 바다 모티프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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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박준혜

Advisor
김영나
Major
인문대학 고고미술사학과
Issue Date
2016-08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히로시 스기모토선불교사진바다 모티프개념미술알레고리미니멀리즘
Description
학위논문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고고미술사학과 미술사학전공, 2016. 8. 김영나.
Abstract
1970년대부터 뉴욕에 거점을 두고 활동해온 일본인 미술가 히로시 스기모토(杉本博司, Hiroshi Sugimoto)는 1976년부터 일련의 흑백 사진 연작을 찍기 시작하였다. 본고에서 중점적으로 다룰 스기모토의 바다 모티프는 그의 초기작인 (1980- )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모티프로 작용해왔다. 본고는 흑백의 사진 연작에서부터 미디어 아트에 이르는 바다 모티프의 확장 과정을 되짚어봄으로써 스기모토의 작업이 1970년대 뉴욕 동시대 미술계와 갖는 접점을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관람자에게 유도되는 경험의 성격을 살피고자 하였다.
본 연구는 스기모토의 작업이 아름답고 숭고하며 시대를 초월한 것처럼 여겨져 온 감상 위주의 해석에서 벗어나 그의 작업을 역사적인 맥락에 위치시키려는 시도이다. 지금까지 스기모토의 작업은 근원적인 문제에 천착하고 선불교적 내용이 반영된 일본적인 작품으로 수용되어 왔다. 이에 따라 본고에서는 스기모토가 1972년 미국에 이주하고 1974년부터 뉴욕에 정착하면서 정립한 정체성이 당시 미국에 널리 퍼져있던 선불교 사상과 연관되는 지점과 그 성격에 대해 보다 비평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려 하였다. 1970년대 미술계의 주목을 받지 못하면서 생계를 위해 시작한 고미술상은 스기모토가 뉴욕에 존재하던 동양 미술에 대한 관심을 인지하고 종교적인 유물에 대한 지식을 쌓는 계기가 되었다.
스기모토가 미국에서 일본인으로서의 정체성과깨달음에 대해 질문을 받기 시작하면서 전략적으로 체화(體化)한 선불교적 논리와 고미술상으로 활동하면서 정립하였던 미술사적 내러티브는 스기모토의 작업에서 바다 모티프를 통해 잘 드러나고 있다. 연작에서 최초로 등장한 바다 모티프는 스기모토가 바다 앞에서 경험한 종교적 체험과 관련된다. 바다를 바라보던 중에 하나의 점이 점점 커져 자신을 삼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스기모토의 언급은 당시 미국에서 일본 문화의 정수로 수용되고 있던 선불교의 핵심 개념인 순수경험(純粋経験)을 상기시킨다. 스즈키 다이세츠(鈴木大拙)와 니시다 기타로(西田幾多郎)에 의해 원래의 종교적 맥락에서 벗어나 변형된 형태로 정립된 이 개념은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환경 사이의 일체감을 뜻하는 것으로, 서로 다른 두 개념이 하나로 맞물린 상태이자 자아의 본질을 인식하는 직관적인 깨달음의 상태를 의미한다. 스기모토는 여러 차례 바다는 자신이선불교적 경험을 한 장소이자 스스로 기억할 수 있는 최초의 순간을 간직한 곳이라 언급한 바 있다.
스기모토는 그 기억 속 바다의 모습을 반복하기라도 하듯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찍은 에 동일한 형태를 도입하였다. 3년 여의 시행착오 끝에 대기와 바다가 정확하게 사진을 이등분하는 기하학적인 흑백 사진 연작을 시작한 것이다. 유사한 수평선의 반복을 나타내는 각각의 사진은 스기모토가 최초의 인간이 보았을 법한 태고의 바다를 나타내려 했다는 의도에 따라 바다 주위의 환경이 배제된, 마치 회화와 같은 이미지로 귀결되고 있다. 그러나 각각의 사진에는 바다의 지명이 그 제목으로 쓰여 기하학적인 이미지가 실제로는 현실에 존재하는 바다를 찍은 사진임을 시사한다. 사진 속 바다는 이처럼 회화와 같은 재현성과 물리적 대상을 포착한 데서 비롯된 지표성이 서로 긴장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은 스기모토가 서로 다른 바다 앞에서 동일한 시각을 구현하고 특정한 순간을 반복하는 마치 의례와 같은 행위의 기록으로 기능한다. 이처럼 사진이 작가의 퍼포먼스적인 수행성을 담는 것은 1970년대 주류를 형성하고 있던 개념미술가들이 사진을 활용하던 방식과 유사하다. 비평가 리즈 코츠(Liz Kotz)와 로잘린 크라우스(Rosalind Krauss)가 1970년대 사진이 가지는 기능의 전환으로 주목했던 기록상의 메커니즘, 즉 일반적인 템플렛을 세우고 이를 특정한 상황에 적용시켜 사진으로 기록하는 방식은 스기모토의 작업과 향유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이때 스기모토의 사진 속 바다는 현실에 존재하는 바다와 물리적인 관계를 맺는 지표(index)이자 태고의 바다를 나타내는 상징(symbol), 그리고 의도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스기모토의 시각에 대한 아이콘(icon)으로 기능하면서 복합적인 기호의 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바다 모티프는 스기모토 개인의 경험과 밀접하게 맞닿아있는 연작에서 나아가 다양한 작품으로 확장되어 가는 과정에서 인간 의식에 대한 알레고리로 작용하였다. 크레이그 오웬스(Craig Owens)와 스티픈 멜빌(Stephen Melville)이 제시한 알레고리의 개념은 스기모토의 작업 안에서 바다 모티프가 작용하는 과정을 잘 나타낸다. 바다 모티프는 시대를 넘나들면서 역사적인 서사를 교차시키는 한편, 스기모토의 이전 작품을차용하고 의미를 확장하면서 사진과 조각과 같은 서로 다른 매체의 혼용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이로써 바다는 외부 세계와의 거리를 파악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고,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을 통해 자신의 역사를 세우는 인간 의식의 알레고리로 작용하면서 관람자의 능동적인 해석을 도모한다. 작가 스스로 연작의 확장된 형태라고 언급하였던 (1995)는 스기모토가 처음으로 종교적 모티프를 사용한 작품으로 이때바다는 삶과 죽음에 대해 고찰하는 인간의 의식이라는 의미가 강하게 함축되어 있다.
이어 스기모토가 기획한 2003년 전시인 《역사의 역사(L'histoire de L'histoire)》에서 처음 선보였던 (1987)은 처음으로 그의 사진이 조각 안에 삽입되어 매체의 혼용이 등장한 작품이다. 13세기 가마쿠라 시대에 부처의 사리를 담는 유물로 사용되었던 금속의 프레임 안에 사리 대신 연작 가운데 하나를 넣어 완성시킴으로써 신앙이 사라진 시대 사람의 의식만이 숭배 가능하다는 스기모토의 논리를 시각화하였으며, 바다의 의미도 인간의 의식을 기반한 인간의 역사로 확장되었다. 이러한 형상화는 마찬가지로 사진 연작을 조각 안에 삽입하였던 오층탑 <5원소(Five Elements)> (2011) 연작에서 보다 구체화되어 나타났다.
카메라 렌즈에 사용되는 광학 유리로 만들어진 <5원소>는 연작이 그러하듯 일정한 거리를 사이에 둔 연속된 배열을 통해 관람자의 신체적인 관람을 유도한다. 조각이 가지는 투명한 재질에 의해 관람자는 조각을 보는 자신과 다른 관람자를 인지하고 자신이 위치한 물리적인 공간 안에서 작품을 바라보는지금, 이 순간을 의식하게 된다. 이는 스기모토의 전시 형태가 가지는 연극적 성격이라 할 수 있는데, 미국 이주 이후 스기모토가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회고하기도 했던 미니멀리즘과의 접점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스기모토의 전시 공간은 언제나 연속된 배열과 빛을 사용하고, 각각의 작품 또한 단순화된 형태로일체감을 가짐으로써 미니멀리즘 작가들이 추구하였던온전함(wholeness)을 상기시킨다는 점에서 미니멀리즘과의 유사성을 갖는다.
결국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스기모토의 작업에서 그 핵심적인 성격은 1970년대 그가 캘리포니아에 이어 뉴욕에서 자리를 잡으면서 정립한 정체성과 관련되는 것이었다. 개념미술과 미니멀리즘이라는 동시대의 미술계와 교차하는 지점 또한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바다 모티프를 통해 이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작업들이 모여 서로 다른 속도를 이루고 있는 공간에서 관람자는 자신의 위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도록 유도된다. 연작이 만드는 사유의 공간과 (1997)가 야기하는 몰입의 순간이 갖는 속도는 현저히 다르지만 모두 현존의 감각을 느끼도록 유도되기 때문이다. 동시대를 표상하는 일상의 모습이 담겨 있지 않아 시간을 초월한 것처럼 여겨져 왔던 스기모토의 사진은 이로써 지금 이 순간, 현재를 바라보게 하는 기제로 작용하는 것이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3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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