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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경에 빠진 남성의 정절: 헨리 필딩의 『조셉 앤드류스』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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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전다인

Advisor
민은경
Major
인문대학 영어영문학과
Issue Date
2018-08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Description
학위논문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인문대학 영어영문학과, 2018. 8. 민은경.
Abstract
본 논문은 헨리 필딩이 『샤멜라』와 『조셉 앤드류스』등의 작품을 통해 리처드슨의 서사방식과 도덕률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새로운 소설 모델을 제시하고자 했다고 주장한다. 필딩은 리처드슨이 현실을 생생하게 모사한다는 명목으로 내세운 순간을 기록하는(writing to the moment) 서술방식이 개연성이 없다고 여겼다. 또한, 필딩이 보기에 젊은 남녀의 마음에 미덕과 종교의 원리를 함양하기 위해 쓰였다는 리처드슨의 작품은 여성의 성적 순결만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문제적인 작품이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론 1장은 필딩이 『샤멜라』에서 리처드슨의 여주인공이 지닌 미덕의 허위를 꿰뚫고 작품의 서사방식을 지적했다는 것에 초점을 두어 그가 『파멜라』에 대해 노골적인 비판을 가한 방식을 분석한다. 리처드슨의 작품에서 미덕의 화신으로 추앙받는 파멜라는 필딩의 작품에 와서 미덕을 하나의 장사수단으로 활용하는 샤멜라가 된다. 또한, 파멜라의 일거수일투족을 묘사하기 위해 리처드슨이 채택한 현재시제로 된 편지형식은 B 씨와 저비스 부인 사이에 누워 눈 감고 자는 척하면서도 그 찰나에 어느새 앉아서 편지를 쓴 것으로 묘사되는 샤멜라의 모습을 통해 끊임없이 조롱받는다. 심지어는 파멜라의 편지를 직접 공수해서 발간했다는 편집자의 발언 역시도, 편지의 원본이 무엇인지 아는 올리버 목사에 의해 거짓말임이 탄로 난다.

본론 2장은 『조셉 앤드류스』에서 필딩이 여전히 『파멜라』의 모티프를 활용하되 주인공의 성별을 바꿈으로써 젠더와 미덕을 함께 문제 삼고 있음을 강조한다. 『조셉 앤드류스』에서 필딩은 여성의 순결만을 중시하는 당대 사회의 협소한 도덕률을 꼬집기 위해 남성 등장인물 조셉이 작품 내 수많은 여성 등장인물들에 의해 성적으로 박해받는 모습을 그린다. 레이디 부비는 하인인 조셉을 침대로 불러들어 그로 하여금 자신의 육체를 취하도록 종용하고, 슬립슬롭은 조셉에게 유혹의 눈길을 끊임없이 보내지만 자신의 시도가 먹히지 않자 배고픈 암호랑이처럼 조셉에게 달려든다. 하지만 조셉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사랑하는 여인 패니와의 신의를 지키기 위해 굳건히 자신의 정절을 수호한다. 그는 순결을 지키는 대가가 주인의 집에서 쫓겨나는 일임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자신의 육체를 사수하고 패니를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선다. 본론의 2장은 이처럼 필딩이 중시하는 미덕이 리처드슨의 그것처럼 여성의 처녀성을 우선시하는 협소한 미덕이 아니라, 남성의 정절에도 가치를 두는 보다 포괄적인 미덕이며, 개개인의 마음에서 우러나와 실행으로 옮겨지는 자발적이고 실체적인 미덕임을 피력한다.

본론 3장은 작품이 밀실에 갇힌 개개인의 내밀한 미덕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확장된 미덕을 제시하고 있음을 역설한다. 필딩은 자신의 등장인물들이 실내에만 머무르지 않고 거리를 거닐게 함으로써 다양한 인간상을 마주하게 한다. 그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이 목도하게 되는 현실은 무엇보다 허영과 위선으로 점철되어 있는 형국이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순결 및 정절에만 치중된 미덕이 아니라 그 밖의 여러 미덕을 조명해볼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는다. 특히 작품의 두 주인공 조셉과 아담스가 보여주는 미덕은 단지 개인적인 성적 순결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배려, 이해, 공감, 박애, 자선 등 이타적인 미덕으로, 이는 작품의 대주제인 확장된 미덕을 계시하는 기능을 한다.

헨리 필딩의 작품은 18세기 영국 소설의 큰 흐름 가운데에서 리처드슨과는 완전히 다른 계보를 보여준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리처드슨이 서간체 소설을 재발견했다면, 필딩은 희극적인 동시에 풍자적인 리얼리즘 형식을 채택했다. 또한, 리처드슨의 작품이 대체적으로 한 인간의 내면에 몰입한 반면, 필딩의 작품은 당대 사회에 대한 보다 포괄적인 단면을 그려내는 데에 초점을 두었다. 필딩은 『조셉 앤드류스』의 서문에서 자신의 작품을 산문으로 쓴 희극적 서사시(comic Epic-Poem in Prose)라고 천명한 바 있다. 즉 그는 리처드슨의 심리적 리얼리즘과도 다르고 과거 이상적 로맨스와도 다른, 사실적이고 사회적인 새로운 소설 양식을 개척하는 한편, 자신의 작품을 고전 문학의 전통 안에 안착시키고자 한 것이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44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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