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이론의 기원으로서의 지구자기 연구: 지구자기 관측과 패러데이의 자기력 이론의 연관을 중심으로

Abstract

이 논문은 영국의 과학자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의 자기력 이론이 지구자기 관측분야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며 완성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이러한 논의는 19세기 영국 과학의 역사서술에서 서로 분리된 것으로 여겨졌던, 훔볼트식 과학양식(humboltian science)의 유행과 새로운 분과로서의 물리학의 출현이라는 두 흐름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데 일조할 수 있다. 19세기 전반 영국은 물리학이라는 분과가 정립되기 이전이었으므로, 자기 현상을 비롯한 자연현상들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단일한 정체성을 형성하지 않았다. 수학방법론과 실험실 연구를 주축으로 하는 물리학자의 연구특성은 19세기 중반을 전후해서야 뚜렷해졌다. 이전 시기인 19세기 전반에 영국 과학자들은 유럽대륙에서 성행하던 훔볼트식 과학양식을 수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훔볼트식 과학은 빛, 열, 자기의 물리 현상뿐 아니라 동․식물, 지질, 해양에 이르는 전 지구적 현상을 다루며, 연구방법에서도 한 곳이 아닌 지구 곳곳에서 정확한 자료를 수집하는 특징을 지녔다. 특히 지구자기 현상은 훔볼트식 과학의 전형적인 형태로, 당시 적극적인 해외팽창 정책을 펼쳤던 영국은 세계 곳곳에 자기 관측소를 설립하며 정확한 관측자료 수집에 공을 들였다. 지구자기 관측이 19세기 영국의 거대과학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패러데이의 자기력이론이 지구자기관측과 맺는 연관성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는 그의 자기력 이론이 단초가 되어 이후 전자기장 이론으로 이어진 연속성만이 부각되어 패러데이를 당시 새롭게 등장한 물리학자 집단과 비교하는 연구경향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패러데이의 전자기 실험은 현장에서의 정확한 관측을 중시하는 훔볼트식 과학과는 다른 영역의 작업이라 여겨졌던 탓에 패러데이의 자기연구는 지구자기 관측과 쉽게 연계되지 못했다. 하지만 패러데이의 자기력 이론은 지구자기 관측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다. 자기력 이론의 독창성은 자기력이 전달될 때 매질의 상태에 따라 힘이 작용하는 방향과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전달매질인 대기가 자성을 띤다는 사실로 인해 고안된 것으로 패러데이는 매질에 따른 자기력의 변화를 전도력의 작용이라고 정의했다. 전도력은 지구자기 관측네트워크가 구축되어 관측 자료들이 축적되었음에도 그 속에서 일관된 규칙을 찾기가 어려웠던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해결책이었다. 전도력은 지구자기 방향요소의 변화규칙을 잘 설명해냈다. 반면에 지구자기 강도요소의 관측데이터는 전도력으로 쉽게 설명되지 않았고 패러데이는 실험실에 관측소의 강도측정환경을 구현하여 기존의 자기강도측정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비판만 한 것이 아니라, 자기강도가 측정해야 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따져 물음으로써 패러데이는 자기력을 구성하는 요소를 개념적으로 정교하게 설명해냈다. 이처럼 자기력 이론은 매질조건과 자기력 측정치와의 상관관계를 알아보려한 패러데이의 실험을 통해 성립되었다. 요컨대 패러데이의 자기력 이론은 지구자기 관측 자료를 토대로 하여 실험방법론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결실이었다. 패러데이의 가설은 관측만으로 드러날 수 없었던 문제점을 제기했으며, 관측환경을 구현한 실험연구는 패러데이의 자기력 이론을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