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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되는 전쟁과 공동체의 문학 : The duration of the war and literature about the community : focused on Hwang Sun-won, Han Mu-suks novels
황순원, 한무숙의 소설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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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남은혜

Advisor
방민호
Issue Date
2020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Description
학위논문(박사)--서울대학교 대학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2020. 2. 방민호.
Abstract
본고에서는 1910년대생으로 태평양전쟁기와 한국전쟁이라는 지속적인 예외상태를 통과하면서 이루어진 황순원, 한무숙의 1950년-1960년대 중반까지의 작품이 가지는 전후문학으로서의 의미를 논구하였다. 황순원, 한무숙의 전후소설은 전쟁에 잠식된 지금-여기가 아니라, 전쟁 이전부터 지속된 과거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전후문학에 미달하는 것으로 평가되어왔다. 그러나 전쟁 자체에 주목하거나 전쟁으로 인해 종전의 삶과 얼마나 달라졌는지에 천착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 이전부터 지속된 삶이 전쟁이라는 참혹한 국면을 통해 어떻게 굴절되면서도 지속되는지를 포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전후소설은 새로운 전후문학으로서 의미를 가진다. 두 작가가 공유하는 세대적 특징뿐 아니라 과거, 공동체, 이야기, 전통을 매개로 형상화된 작가의식의 공통적인 지점을 분석함으로써 단절과 청산이라는 키워드로 이해되어 온 기존의 전후문학과 달리 연속사적인 시야에 토대를 둔 전후문학의 의의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벤야민의 역사철학담론에서 과거에 대한 인식과 회억(eingedenken) 등의 사유와 더불어, 공동체적 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근대적 소설과 대조를 이루는 이야기(erzählung)에 대한 담론을 참고하여 두 작가의 작가의식을 새롭게 평가하고자 했다. 또한 레비나스와 아감벤의 공동체에 대한 사유를 통해, 집단으로서의 큰 단위 공동체가 아니라 가까이 있는 타자와의 관계에 도래하고 그로부터 모색되는 공동체를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의 의미를 해석하였다. 이는 재건해야 할 국가와 민족이라는 거대한 집단으로부터 내려오는 방향이 아니라 상처받은 개인들의 이야기를 보존할 수 있는 관계들로부터 시작되는 방향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황순원과 한무숙의 전후소설에 나타나는 공동체는 나와 타자와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기초로 하는 소집단의 결합체로, 서로의 이야기를 통해 결속되는 타자와 타자 사이에 순간순간 도래하며, 그러한 공동체를 통해 이야기가 전승되고 기억되면서 그 이야기를 듣는 또 다른 존재들과 공동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움직이며 생성되는 공동체이다. 이를 규명하기 위해 이야기로 보존·전승되는 공동체의 특징과, 전쟁으로 인한 공동체의 파괴에 대한 형상화, 전후 새롭게 건설하고자 하는 공동체에 대한 구상의 순서로 황순원과 한무숙의 작품을 차례로 분석하였다.
2장에서는 전쟁기와 전후에 발표되었지만 전쟁을 직접적으로 서사화하지 않은 작품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전쟁과 떨어져있는 세계를 그리거나 전쟁 이전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작품들을 통해 두 작가의 작가의식과 문학적 특징이 연계될 수 있고 그러한 특징들이 전쟁과 전후 현실을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는 작품군과 연계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황순원 소설에서 공동체는 유전(流轉)하는 존재의 이야기를 통해 이어지고 생성된다. 땅과 공동체를 잃고 유전하는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작품화했다는 점에서 작가 황순원이 카인의 후예라는 점을 확인하고 텍스트를 분석하는 데 참조점으로 삼았다. 이를 통해 종적으로 전승되고, 횡적으로 연계되는 타자와의 관계뿐 아니라 독자와 텍스트의 관계를 통한 공동체로까지 확장시키는 이야기의 특징이 황순원 소설에서 가지는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황순원의 문학 속 공동체는 인간과 자연물이 생명으로서 유비를 이루는 특징을 가진다는 점도 분석하였다.
한무숙의 대상 텍스트에는 전쟁이 단편적인 배경으로만 등장하면서, 이야기꾼을 통해 자리를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텍스트의 기반에는 할머니—어머니—딸로 이어지는 여성들의 구술 공동체의 경험이 자리한다는 점에서 황순원의 이야기와 구분된다. 작가는 고향을 실체화된 공간으로서의 특성과 분리시키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도래하는 유동적인 것으로 표상하였다. 또한 여러 텍스트에서 변주되고 있는 후일담 서사를 통해 거대한 역사의 흐름에서 소외된 그늘에 선 존재와 그 존재를 품고자 하는 인물을 통해 공동체의 기반이 되는 관계에 대해 모색하고 있다는 점을 논의하였다.
3장과 4장에서는 두 작가의 작품 중에서 태평양전쟁과 한국전쟁의 전쟁이 직접적으로 서사화된 작품들을 단편과 장편의 순서로 분석하였는데 이는 시기적으로도 1950년대-1960년대로의 이행과 맞물린다. 황순원이 전장(戰場)을 서사화하는 것과 달리 한무숙의 소설에서는 대부분 후방(後方)에서의 삶에 주목하였다. 그러나 두 작가 공히 반공담론과 국가주의적 이데올로기에 포획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후문학으로서 중요한 위치를 공유하고 있다.
3장에서 분석한 황순원의 단편소설에서는 유전(流轉)하는 존재를 중심으로 서사화하면서 공동체에 미치는 전쟁의 폭력을 고발하고자 한 작가의식을 논의하고자 했다. 황순원 소설 속 군인들은 대부분 낙오한 상태에서 적이 아니라 전쟁 자체의 상황으로 생존의 위협을 당하고 전쟁의 한복판에서도 살생을 금기시하는 서사를 보인다는 점에서 여타의 전쟁소설과 구분된다. 황순원은 태평양전쟁과 한국전쟁에 이르기까지 지속되는 전쟁 속에서 깨지는 공동체를 보이는 한편, 그로 인해 유전하는 존재들이 맺는 관계 속에 잠재된 구원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전쟁의 전후를 다룬 황순원의 소설은 생존의 문제를 벗어나 생활의 차원에 이른 존재들의 고민과 복수의 불가능성을 서사화하였다. 이는 동일성의 폭력의 악순환을 벗어나 생명을 지속시키는 데 참여하는 것으로 전쟁이라는 적을 극복하고자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무숙의 중·단편소설에서는 태평양전쟁과 한국전쟁, 4·19에 이르는 시기에 지속되는 전쟁과 재난 속에서 자리를 떠나온 존재의 고통을 형상화하였다. 이러한 역사적 시야를 기반으로 한국전쟁 후방의 삶에 주목하여 반공이념이나 국가주의로 상쇄되지 않는 개별적인 존재의 고통을 드러내면서 젊은 세대의 죄책감과 노년 세대의 외로움을 포착하였다. 한무숙은 전쟁 유가족, 귀환 동포, 세대갈등, 아프레걸, 사창굴 등 전후 현실과 구체적으로 접합되어 있는 요소를 다양하게 서사화하였고, 보호자로서의 남성과 결합되지 않는 연애 서사라는 특징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재평가할 수 있다.
4장에서 분석한 1950년대 후반-1960년대 장편소설에서 황순원은 전쟁을 겪은 새로운 세대가 타자와의 관계를 재설정하여 새로운 공동체를 결속할 주체가 될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황순원이 단편소설에서 반복적으로 제시하였고 장편에서 심화시킨 피해자이자 가해자라는 문제는 민족차원이나 이념으로 구분지어지는 문제가 아니라 나와 이웃인 타자와의 관계에서의 문제이다. 지속되는 전쟁 속에서 동일성의 폭력을 경유하며 자신의 본질과 고통스럽게 대면하는 존재들의 모습과, 단절된 타자와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책임의 문제를 경유함으로써 유전(流轉)하는 존재의 공동체를 문학 속에서 설계하고 있음을 보았다. 그리고 여기에는 이야기를 통한 관계의 변화와 살아남은 자의 부끄러움으로 초래되는 존재론적인 인식의 변화가 선행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한무숙의 1960년대 장편소설에서는 운명과 전통에 대한 전유를 통해 과거의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현재의 소임을 다하는 존재들에게서 새로운 공동체의 가능성을 찾는다는 점을 분석하였다. 한무숙의 전후소설은 고향 표상과 미(美)에 대한 담론을 매개로 공감을 이루는 개인들이 국가나 민족이라는 집단보다 선행하는 공동체의 요소로 그려진 미적(美的) 공동체의 문학을 형상화하였다. 중·단편소설에서 생명과 여성의 잠재성을 통해 탐색하였던 탈동일성의 공동체로부터 장편소설에 이르러 미적(美的) 공동체로 나아갔다는 점 또한 알 수 있다.
황순원과 한무숙이 가치를 둔 과거의 삶과 공동체가 어떤 특정 시점의 것이거나 민족 단위의 실체가 아니라는 점을 논의하고, 두 작가 공히 소통할 수 있는 세대론을 개진하고 있다는 점을 밝힌 것은 당대의 지형과 문학사에서 새로운 의미가 있다. 사적인 개인들의 새로운 삶의 태도와 그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관계가 공동체의 근본요소라는 점과, 전쟁을 겪으며 단절된 세대 간의 소통을 요청하고 있다는 점을 보다 넓은 의미의 전후문학이라는 시야에서 새롭게 평가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본고에서는 황순원이 유전(流轉)하는 존재와 그들이 이룰 수 있는 공동체의 문학을 형상화하였고 한무숙은 미적(美的) 공동체의 문학을 통해 지속되는 예외상태에 대응하고자 했으며, 황순원이 보다 형이상학적인 차원에서 문학과 인간 존재를 통해 전후 현실에 접근한다면 한무숙은 인습과 구조적 모순에 희생당하는 보다 실제적이고 미시적인 차원에서 고통당하는 자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는 점에서 독자적인 의의를 가진다는 점을 규명하였다.
This paper investigated the significance of the 1950s to mid-1960s post-war novels by Hwang Sun-won and Han Mu-suk, who were both born during the 1910s and commonly wrote on the themes of the past, community, stories, tradition, and the longing towards the other in the aftermath of the Pacific War and the Korean War. In order to analyze the themes of a community under an atypical state that persisted from the Japanese colonial period to the Korean War, this study explored Levinas and Agambens theory on communities and Benjamins discourse on Eingedenken and Erzählung.
Chapter 2 examined the characteristics of communities that are preserved through narratives in works unrelated to war. Based on this, the research identified common literary attributes of the two authors and discussed its connection with the group of works that directly delved into the realities of war and its aftermath. In Hwangs novels, the community exists through and is generated by the story of a wandering being. For Han, the hometown exists, not in real terms, but in the exchanges between people, and the basis of community is revealed in the motif of recollections and alienated beings in history.
Chapter 3 investigated the destruction of the community recounted in the short stories of the Pacific War and the Korean War. The fallen soldiers in Hwangs works are not threatened by their enemies but by the state of war where their very existence is under threat. Hwang, while describing the battlefield, tried to break the chain of killing by refusing murder and narrating the impossibility of revenge. Han showed the pain of individuals that cannot be nullified by the struggles of anti-communism or nationalism in periphery areas, capturing the guilt of the younger generation and the loneliness of the older generation. Han narrated the realistic aspects of bereaved families, returnees, the post-war generation, and brothels, and her works are characterized by the narrative of the male guardian and unrealized love.
In Chapter 4, the novels were analyzed to understand the literary construction of the new post-war community. Hwang paid attention to the value of responsibility in relation to others and designed a community of wandering beings connected through past stories. Han put forth the relation among collective individuals, mediated through the hometown and traditional aesthetics, as the pretext of a community, and proceeded in exploring the aesthetic nature of community by appropriating fatalism. The forming of new communities by the generation that had undergone war through reestablishing their relationships with others and the seeking of communication in the midst of disconnected generations were aspects re-evaluated in this research.
Hwang and Hans post-war novels have been considered to fall short of fully-fledged post-war literature by focusing on past stories and not the now and here. However, their writings can be evaluated as new post-war literature which embodies how life becomes warped after the war and continues in its aftermath. Hwang delineated the wandering being and the literature of their community, while Han responded to the atypical state through the literature of a community based on aesthetical aspects. Hwang approached post-war reality on a metaphysical level, while Han contained stories of sufferers on a real and micro-level. Their post-war novels are meaningful because the communities are shaped not from a collective conscious concerned with ethnicity and the rebuilding of the state, but in relationships that preserve the stories of vulnerable individuals.
Language
kor
URI
https://hdl.handle.net/10371/167797

http://dcollection.snu.ac.kr/common/orgView/00000016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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