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주의 관점에서 본 세계보건기구의 설립과 역할

Abstract

WHO는 1948년 설립 이후 인류 전체의 건강(Health for All)이라는 당위적 목표 아래 보건분야 국제협력을 도모하고 촉진함으로써 천연두‧소아마비 퇴치, 알마-아타 선언과 같은 성과들을 도출했으며, 국제 보건분야의 대표적 행위자로 자리매김해 왔다. 하지만 그들의 가시적 성과에는 설립 초기와 냉전기 회원국 간의 불화가 존재했고, 설립 이후 WHO의 위상 또한 부침을 겪었다. 이처럼 대표적 기능적 국제기구인 WHO도 국제환경의 변화와 국가 간 분쟁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으며, 이런 경험은 WHO의 내부 요인에 대한 기존 논의들의 분석범위가 보다 넓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이 연구는 WHO의 설립과 역할을 설명하는 국제관계이론으로 기능주의(functionalism)를 제시한다. 특히 미트라니(Mitrany)의 이론을 연대순으로 정리한 임버(Imber)의 5단계 정리를 이용해 설립 이후 WHO가 직면해온 문제들과 그 해결과정을 분석한다. 이를 위해 보건영역 국제협력의 시작부터 WHO의 설립, 냉전기의 역할과 부침에 대해서는 역사적 사실을 서술한 2차 자료를 주로 참고하였으며, 탈냉전기 WHO의 역할은 주요 성과라 할 수 있는 사례를 선정해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 임버의 기능주의 정리는 WHO의 설립과 역할에 있어 어느 정도 적절한 설명력을 보였다. 1851년의 국제위생회의 개최는 국가들이 보건영역에서의 국제협력이 필요함을 인식하는 첫 번째 단계, 보건분야를 담당할 국제기구로서 WHO가 설립된 것은 두 번째 단계에 해당한다. 최근의 FCTC, IHR 사례는 각 국가들이 전염병과 담배에 대한 공동대응이라는 일종의 국제규범에 합의하고 스스로에게 주어질 여러 제한요인들을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기존에 볼 수 없던 글로벌 거버넌스 측면의 의미를 갖는다. 이런 과정은 임버 정리의 세 번째 요소에 해당한다. 하지만 마지막 두 요소는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WHO가 거둔 성과에는 WHO가 상대적으로 비정치적 분야를 다룬다는 기능주의 요소뿐 아니라 전문직 중심의 인적구조, 민주적 의사결정 방식 등의 요소들이 작용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보건영역의 필수성‧상대적 비정치성은, 영향력 있는 행위자들의 증가, 공통 관심사의 증대, 상대적으로 모호해진 주권 개념 등으로 상징되는 글로벌 거버넌스 시대에도 보건영역 국제협력에 대한 요구와 필요성이 여전할 것임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