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정(沈師正, 1707-1769)의 〈촉잔도(蜀棧圖)〉 연구

Abstract

This study is an attempt to newly examine Sim Sajeongs (1707-1769) intent of The Road to Shu by focusing on the image of Chengdu in Sichuan Province, China. The Road to Shu by Sim is a landscape painting depicting the mountains and rivers of Sichuan. This landscape painting is generally thought to have illustrated the famous poem The Hard Road to Shu by Li Bai (Li Bo, 701-762). However, Sim Sajeong inserted an image in The Road to Shu that is not found in The Hard Road to Shu This image is Chengdu, the capital city of the Sichuan Province. The image of Chengdu is inserted at the end of The Road to Shu. Therefore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interpret the theme of The Road to Shu by focusing on the image of Chengdu created in this painting. Chengdu is the place where the poetic concept of the bulyeogwi (Ch. burugui) was formulated. The bulyeogwi means that coming back is better (than leaving). And the bulyeogwi implies sadness caused by the situation of leaving Chengdu and ultimately the will to return to the city. In addition, the bulyeogwi is very closely connected to the painter's life. The structure of the bulyeogwi is the same as that of The Road to Shu by Sim Sajeong. That is, Sim's The Road to Shu is composed to move from The Hard Road to Shu to Chengdu. This construction provides the possibility that The Road to Shu can be interpreted as visual representation of the bulyeogwi in connection with the life of the painter. In other words, The hard road to Shu, a journey to Sichuan Province, is the background of the bulyeogwi that symbolizes the political misfortune experienced by Sim Sajeong. In addition, Chengdu, the final destination of the journey, connotes Sims willingness to restore the prestigious status of his family that was lost in a political strife. Therefore, Sim Sajeong's The Road to Shu is considered to be an autobiographical landscape painting that shows his own feelings about his unfortunate life. Furthermore, The Road to Shu was produced at the request of Sim Yujin (1723-1787), a member of the extended Sim family. Sim Yujin asked Sim Sajeong to create a specific painting called landscape of Shu. This request suggests that Sim Yujin understood the implications of the landscape painting of Shu by Sim Sajeong. Like Sim Sajeong, Sim Yujin was socially marginalized and politically unsuccessful. But unlike Sim Sajeong, he was a person who had the potential to achieve the bulyeogwi. Therefore, it is assumed that the The Road to Shu reflecting Sim Sajeong's own thoughts was painted to entrust his wishes to Sim Yujin of the same family.

본 논문은 성도(成都)의 이미지에 착안하여 〈촉잔도(蜀棧圖)〉에 담긴 함의와 제작 의의를 새롭게 고찰해보려는 시도이다. 심사정(沈師正, 1707-1769)의 〈촉잔도〉는 실재하는 사천(四川) 지역을 대상으로 한 산수화(이하 촉 산수화로 지칭)이다. 아울러 촉 산수화의 화제는 지역적 특징과 밀접하게 연관된 촉도난(蜀道難)이다. 그러나 심사정은 〈촉잔도〉에 촉도난과 상이한 분위기를 지닌 도상(圖像)을 삽입하였다. 이 도상은 〈촉잔도〉의 마지막 부분에 보이는 사천지역의 도성(都城)인 성도(成都)이다. 이에 필자는 심사정의 〈촉잔도〉에 묘사된 성도의 도상에 초점을 맞추어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성도는 불여귀(不如歸)의 시상(詩想)이 태동한 장소이다. 불여귀에는 성도를 떠나게 된 상황에 기인한 슬픔과 귀환의 의지가 함축되어 있다. 아울러 불여귀는 저자의 삶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심사정의 〈촉잔도〉는 불여귀의 구조가 내재되어 있다. 즉 심사정의 〈촉잔도〉는 촉도난에서 성도로 나아가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양상은 〈촉잔도〉를 화가인 심사정의 삶과 결부지어 불여귀로 해석될 여지를 제공한다. 즉 성도로 향하는 여정인 촉도난은 불여귀의 시단(始端)으로 심사정이 경험한 정치적 불운이 내포되어 있다. 또한 여정의 종착지인 성도는 불여귀, 즉 과거의 영예로웠던 가문의 지위를 회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함축되어 있다. 따라서 심사정의 〈촉잔도〉는 현실에 대한 자신의 심회와 염원이 함축된 자전적(自傳的) 산수화로 여겨진다. 더 나아가 〈촉잔도〉는 같은 집안사람인 심유진(沈有鎭, 1723-1787)의 주문으로 제작되어 그에게 전달되었다. 만년의 심사정은 자신이 처한 현실과 그 한계를 인지하고 있었다. 이 시점에서 심유진은 심사정에게 촉 산천이라는 구체적인 그림을 주문하였다. 이러한 주문은 심유진이 촉 산수화에 담긴 함의를 이해하였음을 암시한다. 더욱이 심유진은 심사정과 동일한 조상의 후손으로 정치적으로 유사한 처지에 놓인 인물이었다. 또한 그는 심사정과 달리 불여귀를 성취할 가능성을 지닌 인물이었다. 그 결과 심사정 자신의 소회가 투영된 〈촉잔도〉는 궁극적으로 자신의 염원을 같은 가문의 사람에게 일임(一任)하기 위해 그려진 것으로 추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