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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안에서 좋은 삶의 가능성 : The Possibility of the Good Life within the Family: A Study on the Normative Concept of the Family Based on Axel Honneth's Recognition Theory
악셀 호네트의 인정이론에 근거한 규범적 가족개념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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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장성빈

Advisor
정호근
Issue Date
2023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악셀 호네트인정가족사랑과 정의이데올로기인정투쟁사회적 고통
Description
학위논문(박사) -- 서울대학교대학원 : 인문대학 철학과(서양철학전공), 2023. 8. 정호근.
Abstract
본 연구는 악셀 호네트(Axel Honneth)의 인정이론(Anerkennungstheorie)을 통해 가족 안에서 가능한 좋은 삶의 조건을 모색한다. 가족 안에서의 좋은 삶을 인정이론적 관점에서 규명하려는 본 연구의 시도는 두 가지 세부 목표를 갖는다. 하나는 인정개념이 왜 가족에 필요하고, 그것의 도입이 어떠한 효과를 갖는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것이다. 인정개념은 한편으로 사랑과 정의라는 두 도덕적 지향을 포괄하면서 기존의 긴장을 넘어설 뿐 아니라, 가족 안에서 형성하게 되는 상호인정관계가 인간에게 얼마나 불가결한 것인지도 밝혀준다. 이로써 가족 해체가 이야기되는 오늘날에도 가족이 왜 여전히 중요하며, 우리가 서로의 좋은 삶을 위해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도 분명해진다. 두 번째 목표는 가족이라는 영역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왜곡된 인정의 사태에 대한 규명과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방안에 대한 모색이다. 인정이 만일 지배에 강하게 연루되어 있다면, 인정은 좋은 삶의 조건이 아니라 단지 지배질서의 재생산에 기여하는 기제일 것이다. 좋은 삶에 기여하는 인정과 왜곡된 인정을 구분함으로써 특정한 인정규범이 진정으로 인정의 당사자를 위한 것인지가 검토될 수 있어야 한다. 두 가지 차원의 문제들은 서로 연결되면서 가족 안에서의 상호 인정이 좋은 삶에 기여할 수 있는 조건이 무엇인지를 드러낸다.
가족은 인간이 최초로 맺게 되는 인륜적 관계다. 인간은 가족 안에서 태어나고 성장하며, 독립하여 새로운 가족을 형성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생의 마지막 순간에는 혼자가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들 곁에서 마감하고자 하는 기대를 품는다. 인간의 생과 가족은 불가분하며, 따라서 가족을 인간 생의 근본 조건 중 하나로 부르는 것은 정당하다. 그러나 이 근본 조건에 대한 규범적 논의는 여전히 미완으로 남아 있다.
근대적 핵가족이 탄생한 이후, 가족은 사랑과 결합되었다. 가족은 자유로운 결합의 산물로 간주되었으며, 그들의 관계를 유지해주는 것은 서로에 대한 순수한 사랑이었다. 사랑의 관계 안에서 가족은 서로를 대체 불가능한 이로 여기고, 서로를 돌보며, 서로에게 위안이 되어주었다. 그러나 사랑은 정말로 모두의 규범이 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정치적인 요구들을 침묵시키는 용도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로써 등장한 것이 가족에 대한 정의의 요구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the personal is political)이라는 구호와 함께 등장한 페미니즘의 두 번째 물결은 가족이 더 이상 사적인 공간으로만 여겨질 수 없음을 선언했다. 가족 안에서의 일로, 개인적이고 사적인 고통으로 여겨졌던 여성들의 삶이 실로 공적이며, 정치적인 문제라는 것이었다. 페미니즘 운동의 발자취를 따라서 가족에 정의의 도입이 요구되었다. 가족 내적인 불평등의 해소, 날마다 취약해지는 여성의 삶에 대한 구제는 단지 사랑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었다.
이로써 근대 핵가족은 문제적인 장소가 되었다. 사랑과 정의라는 오늘날 가족에 대해 불가결한 두 축이 쉽게 조화되기 어려운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족을 나와 동일시하며 그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대체 불가능한 이로 여기는 동시에, 상대를 나와 구분되면서 동등한 자율성을 갖는 보편적 존재자로 대우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갖게 되었다. 가족의 규범적 재구성은 사랑과 정의라는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사이를 지나쳐 갈 것을 요구한다. 구성원들 각각에게 가족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명확하게 개시되지 않고 긴장 상태에 머물거나 불확정적으로 남을 때, 이는 가족이라는 관계를 간단하게 족쇄로 여길 가능성을 높인다.
악셀 호네트의 인정개념은 사랑과 정의라는 이질적인 지향을 포함하면서 가족이론의 좋은 토대가 된다. 첫째, 인정개념은 사랑과 정의 각각을 고유한 내용을 갖는 도덕적 국면들로서 포괄한다. 둘째, 인정개념은 사랑과 정의 각각이 왜 중요한지를 인정이 좋은 삶의 조건이라는 사실에 근거해 보여준다. 셋째, 인정이론은 국가나 제도의 개입과 관련한 경계설정의 부담을 피하고, 대신에 내적인 투쟁가능성에 주목한다.
그러나 호네트의 인정이론에 근거해 좋은 삶의 조건으로서의 상호인정을 가족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작업이 요구된다. 하나는 인정의 세 가지 형식 모두가 가족 안에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야 한다는 점이다. 사랑(Liebe), 권리(Recht), 그리고 연대(Solidarität)라는 인정형식의 삼분법은 호네트 인정모델의 핵심이다. 그러나 󰡔인정투쟁󰡕에서 대상관계이론을 통해 어머니와 아이의 관계를 사랑의 전형으로 제시하면서, 호네트는 가족을 단지 사랑의 영역으로만 보고 있다는 의혹을 받게 되었다. 만일 그러한 비판이 타당하다면 인정이론은 가족의 문제에 유효한 응답일 수 없으므로, 가족은 다른 인정형식들과의 결합으로 이해되어야만 한다. 호네트는 가족 안에서의 권리에 대해 언급하면서 정의로운 가족을 분명하게 승인하고 있지만, 이러한 가족모델을 보다 구체화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가족 안에서의 연대 형식에 대해서도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있다. 가족 안에서 세 가지 형식에 따르는 상호인정은 고유한 자기관계를 산출할 뿐 아니라 가족 자체를 유지하도록 하는 조건들로 명시되어야 한다.
두 번째 과제는 인정이 좋은 삶에 기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왜곡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승인하면서도, 그것을 어떻게 거부하고 지양할 수 있는지에 대해 밝히는 것이다. 인정이 지배와 친화적이라는 사실은 인정이론적 가족이론을 위협한다. 인정이 그 자체로 이미 지배이거나, 지배에 기여하는 인정의 메커니즘을 구별하지 못하게 된다면, 단지 인정 형식을 가족 안에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가족 구성원들의 좋은 삶이 보호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호네트가 제시한 이데올로기로서의 인정(Anerkennung als Ideologie) 개념은 지배에 기여하는 인정과, 좋은 삶에 실제로 기여하는 인정 사이의 구별을 위한 시도다. 그러나 그의 개념화는 지배의 문제를 협소화할 뿐 아니라, 해방의 계기를 인지적 차원에서 모색한다는 점에서 인정의 왜곡 문제에 대한 만족스러운 대응이 되지 못한다. 특히 그것은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왜곡된 인정의 유형들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없다.
가족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왜곡된 인정은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첫째로, 사회적으로 이미 왜곡된 인정규범들을 수용함으로써 재생산되는 경우가 있다. 가족 구성원들이 그러한 인정의 규범들이 자신의 좋은 삶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요구들을 따르고 있는 사태다. 두 번째 유형은 사회와 가족이 단절 혹은 고립을 겪어 사회의 인정과 가족 내부의 인정이 불일치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이미 변화한 사회적 인정규범들을 새롭게 수용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문화적 질서를 고수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유형은 양육자와 같이 가족 안에서 더 큰 권력을 가진 이들이 다른 이를 제어하고 조종하려는 왜곡이다. 이는 범죄적인 학대나 무시의 사례에 가까워 보이나, 당사자의 관점에서 그것이 왜곡된 인정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왜곡된 인정의 성격을 부분적으로 갖는다.
먼저, 두 번째와 세 번째 유형의 경우에는 당사자들이 고립된 인정질서 속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가 된다. 상이한 인정질서에 속하는 이들과의 교류와 소통은 당사자가 자신의 인정질서를 의아한 것으로, 더 이상 자연적인 것으로 보지 않도록 하는 낯선 경험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당사자는 더 나은 인정을 요구하는 투쟁의 동인이 되는 사회적 고통의 경험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런데 두 번째 유형에서 인정에 대한 당사자의 요구가 다른 이들에게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 구성원들도 마찬가지로 왜곡된 인정 질서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가족 관계에 내재하는 가족적 인정은 다른 가족 구성원의 고통과 그로 인한 요구를 쉽게 외면하지 못하게 하는 최소한의 약속이며, 특정한 종류의 소통들은 그것이 망각되지 않도록 돕는다.
사회적 인정을 수용해 일어나는 왜곡된 인정의 첫 번째 유형에서, 사실 변화시켜야 하는 것은 개별 가족이 아니라 사회 전체이기 때문에 개별 가족이 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은 한편으로는 연대 투쟁의 주체가 되며, 다른 한편으로는 고통 받는 당사자가 왜곡된 인정 속에서도 견뎌내고 대항담론을 촉구할 수 있도록 하는 회복과 지지의 영역이 되어 주면서 사회 전체적인 변화에 기여한다.
Language
kor
URI
https://hdl.handle.net/10371/197248

https://dcollection.snu.ac.kr/common/orgView/000000178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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