內聖의 거울에 비친 지역사 - 대만판 동아시아사의 실험 -

Abstract

이 글은 최근 대만에서 출간된 동아시아사의 특징과 그 의미를 탐색한 것이다. 이 글의 주요 분석대상은 대만 최초의 동아시아사인 Lu Zheng-Li(呂正理)의 Another History: A History of the Multiple Interaction among China, Japan, Korea, Taiwan and the Neighboring World(Taibei, 2010)이다. Lu의 책은 행위자의 내면적 수양과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內聖의 관점에서 동아시아 역사주체들의 상호작용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이는 부국강병과 같은 외형적 성과를 중시해온 national history와 대비된다. 주목되는 것은 이 책이 중국 황제들의 대외군사행동을 중국의 확대가 아니라 이웃나라에 대한 침략으로 인식한 점이다. 이러한 성취는 대만의 장소성에 의거해 중국의 안과 바깥을 동시에 살펴 그 제국성을 상대화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다만 성찰이 통치자 개인에 국한된 것은 아쉬운 점이다. 한국과 대만은 서로 자신을 비춰볼 만한 거울이며, 상호 참조하면서 지역사의 구성을 진전시켜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