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표법 (대역)

Abstract

현재 우리나라의 로마법 연구는 연구인력의 턱없는 부족과 최신정보의 입수 장애로 말미암아 국제적 경쟁은 아예 생각조차 못하고 국내적 차원에서도 그 존립기반을 유지하기가 지난한 실정임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열악한 연구여건 속에서도 기존의 자료를 한껏 이용하면 일응 가능한 작업이 자로 원전 법사료의 번역·소개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모든 연구의 기초를 이루는 막중한 과업인 원전 법사료의 번역·소개가 전혀 안된 불모의 상태에 아직 처해 있다는 사실은 로마법을 전공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심히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로마법 중에서도 난해한 부분에 속하며 수많은 연구가 쌓였고 지금도 계속 쌓이고 있는 12표법을 본격적인 연구는 고사하고 얼마간의 집중적인 연구마저도 없이 감히 역출하는 만용을 부린 것은 이런 의미에서 우선 최소한의 성의라도 보여야겠다는 의무감과 이러한 시역이라도 앞으로의 발전에 보탬이 되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생각에서이다. 원문을 접하기 힘든 우리 현실과 이용자의 편의를 고려하여 대역의 형식을 취하였다. 오역이나 부적절한 번역을 지적하고 시정케 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막상 활자화하려니 더욱더 역부족임을 절감하게 된다. 번역에 당연히 따라야 할 본격적인 해설과 주역은 물론, 참고문헌의 소개도 후일을 기약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Kunkel/Selb, Romisches Recht (4. Aufl. 1987), 4~7면의 설명을 주로 하여 간략한 해설을 붙이는 것으로 그쳤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앞으로 로마법 원전의 번역작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착실한 번역·소개가 뒤따르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