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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과 제국과 기억 : 김소운의 『조선시집』에 대한 전후 일본의 평가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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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윤상인

Issue Date
2010-02-15
Publisher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Citation
일본비평, Vol.2, pp. 54-87
Abstract
김소운의 『조선시집』은 일제강점기 및 전후 일본에서 번역된 한국문학 작품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역시집이 달성한 높은 완성도에 대해서 전전의 일본문학 대가뿐만 아니라 전후의 일본지식인들도 찬탄을 아끼지 않는다. 번역자인 김소운은 종주국 일본인에게 조선의 마음을 알려 민족의 자긍심을 살리고자 했다고 이 역시집의 출판의도를 밝혔다. 그러나 『조선시집』의 번역 내용을 살펴보면, 역자의 주장을 수긍하기 힘들다. 무엇보다도 이 역시집에 채택된 시가 거의 모두 서정시라는 점과 미묘한 정치적 표현조차도 역자에 의해 서정적으로 분식(粉飾)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아울러 형식상에서도 대부분의 원시를 일본 시가의 전형적 운율형식인 7・5조로 바꾸어 놓았고, 내용 면에서도 원시의 세계를 일본전통의 시적 규범과 정서 속으로 수렴시키는 번역 태도가 뚜렷하다. 우에다 빈의 『가이초온』(海潮音)을 통해 많은 일본인들이 일본어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인식했듯이, 김소운의 『조선시집』 역시 일본인들에게 아름다운 일본어라는 자국어 관념을 강화했다. 『가이초온』을 모범으로 삼은 『조선시집』 역시 원천 텍스트인 조선의 근대시를 일본어로 끌고 갔다. 식민지 현실, 그것도 중일전쟁, 태평양전쟁의 전시 시국에서 조선문화의 복속 상태는 날로 심화되고 있었다. 이 시점에 종주국 일본에서 출판한 김소운의 번역시집은 포로를 또 한번 포로화한 것일 뿐이다. 그것은 이 역시집에 수록된 시인들에 대한 폭력이었고, 배반이었다. 김소운은 언어와 민족의 경계에서 언어적으로, 또한 정치적으로 번역자는 반역자(traduttore, traditore)라는 이태리 격언을 실천했다.
『조선시집』과 이에 관한 언설에서 드러나는 기형적 양상은 일차적으로는 식민지 지배/피지배의 역사와 그 결과로서의 문화적 권력관계에 기원을 두고 있으며, 아울러 식민지 지배에 대한 전후 지식인의 역사 수정주의적 인식과 대응에서 비롯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ISSN
2092-6863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9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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