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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과 삼공펀치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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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김효철

Issue Date
2014
Publisher
서울대학교 명예교수협의회(Association of Emeritus Professors)
Citation
서울대학교 명예교수회보, Vol.10, pp. 232-234
Abstract
공릉동 캠퍼스에서 가을학기 중간시험을 치르고 학생들의 시험지의 채점을 마친 답안지들을 철하여 정리하고 있는 순간이었다. 송곳으로 힘들여 구멍을 뚫고 있는데 한 학생이 방으로 찾아왔다.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사무용품을 취급하는 남대문시장의 가게에서 구입하였다고 하는 삼공 펀치(three hole punch)가 손에 들려 있었다. 시험지 20장쯤은 단번에 구멍 세 개를 한꺼번에 뚫을 수 있는 강력한 펀치이었다. 덕분에 송곳으로 뚫던 시험지를 순식간에 정리할 수 있었다. 어떻게 이 학생이 내가 펀치가 있으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을까 의문을 품었다. 지난 학기 시험성적을 알아보려 학기말 시험 후 3일 되던 날 내방을 찾았을 때 송곳으로 시험지를 뚫고 정리하는 것을 보았다고 하였다. 그리고 중간시험이 끝나 이제 3일이 되었으니 오늘쯤이 선생님이 펀치가 필요한 시점일 것으로 판단하였다고 하였다. 비록 재수생이었지만 대수롭지 않은 일상생활을 예리하게 관측하는 능력이 있을 뿐 아니라 유추하여 후일을 예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학생임을 깨달았다. 다른 한편으로 이 학생의 탁월한 관찰력과 분석력 앞에 시험받고 있는 스스로를 생각하며 자괴감을 느끼기도 하였다. 당시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의 조선항공학과는 인기 절정에 있었기에 가정교사도 쉽게 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본인이 원하면 하루 두 곳 이상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것도 가능한 시기였다. 방으로 찾아온 학생도 가정교사를 하여 왔는데 인기가 있고 중간에 소개하는 친지의 요청을 거부할 수 없어 부득이 두 곳에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학업에 우선해야 한다는 학생으로서의 본분을 잊지 말라 하였지만 혼란기여서 강의가 없는 경우도 허다하였고 본인의 성적도 상위권에 속하고 있음을 알기에 극구 만류하지는 않았다.
ISSN
2005-0526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94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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