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단지와 단위세대 평면에서 나타나는 공간구조의 유전적 속성

Abstract

본 연구는 아파트의 물리적 환경에 대한 비판의 타당성과 물리적 환경의 근본적인 변화 여부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시작한다. 연구의 목적은 아파트의 공간구조에서 유전적 속성의 존재 여부에 대하여 규명하는 것이다. 아파트의 물리적 환경에서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고 유지되는 것이 무엇인지 실증적인 분석에 기반을 두고 밝히는 것이다. 한국에서 아파트가 보편화된 주거유형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 근저를 이루는 것으로 아파트의 물리적 환경에 내재하는 질서, 즉 공간구조의 유전적 속성이 존재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본 연구는 진행된다. 유전적 속성은 물리적 환경의 뼈대를 이루는 공간구조 상에서 변하지 않고 유지되는 속성을 뜻한다. 이 속성은 다수의 사례들에서 여러 번에 걸쳐서 반복적으로, 공통적으로 도출되어야 한다. 연구 대상은 1966년부터 2013년 상반기까지 서울시에 건설된, 주거동 10개동 이상의 아파트단지와 3LDK, 4LDK 단위세대 평면이다. 분석방법은 공간분석 기법 중 공간구문론을 활용하여 각각의 물리적 설계안을 정량화한 후 시계열 분석을 수행한다. 시기는 사회적 배경 및 이슈, 관련 제도의 변화, 주거단지 계획의 경향을 기준으로 총 7시기로 구분한다. 공간구조의 속성은 위상학적 중심성을 보여주는 통합도 지표를 통해서 해석한다. 분석결과, 아파트 단지 내에서 주요 지점의 중심성은 단지출입 공간,상가, 주거동, 기타 편의시설 순으로 높게 나타났으며 그 위계는 전 시기에서 동일하게 유지되었다. 이 결과는 단지형 공간구조가 지니는 속성과 같은 보편적인 계획원리에서 기인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보편적인 계획원리가 전적으로 유전적 속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의 유전적 속성은 보편적인 계획원리에서 기인한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는 여러 가지 계획 관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편, 단지의 중심성 위계는 변하지 않았지만 그 내에서의 변화는 있었다. 단지의 공간구조는 시간이 지날수록 단지출입 공간의 중심성은 하락하고 기타 편의시설은 중심성 편차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단지 외부공간으로부터는 단지가 격리되고 동시에 단지 내부에서는 공간들이 통합된 형태로 변해가는 이중적 속성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단지의 공간구조가 지니는 이중성은 단지 고유의 공간구조가 유지되면서 외부에는 닫힌, 게이티드 커뮤니티적 성격이 강화되고 있음을 뜻한다. 단위세대 평면은 거실 중심의 공간배치가 유지되었다. 3LDK 평면에서는 부엌/식당 중심의 공간배치 경향이 우세하게 나타났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비율이 감소하고 거실 중심의 공간배치 비율이 증가하였다. 4LDK 평면에서는 전 시기에 걸쳐서 강력하게 거실 중심의 공간배치 경향이 나타났다. 평면의 유전적 속성은 거실이 수행하는 공간의 기능이 생활공간에서 여전히 중요시되고 있음을 보여줌과 동시에 변화하는 생활양식을 무리 없이 수용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이는 단위세대 평면의 공간구조에 사회문화적 관념이 내재한 한국적 속성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단위세대 평면에서 거실의 중심성이 높지만 그 정도에 있어서는 시기별로 변화가 존재한다. 3LDK 평면은 7기, 4LDK평면은 6기와 7기에서 거실과 다른 공간들 간 중심성 수준이 좁혀졌다. 이는 거실의 위계성이 약회된 것으로 평면에서 각 실들 간의 연계가 강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아파트단지와 단위세대 평면의 유전적 속성은 아파트의 물리적 환경을 재해석하는 관점으로 그 중요성 및 가치가 있으며, 실제 거주자가 아파트라는 주거공간 계획을 수용하는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본 연구는 전수조사에 기반을 두고 정량적 분석을 통해서 유전적 속성이 실재함을 밝혔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의가 있다. 또한, 디자인 및 계획적 측면보다 더 근본적인 공간배치의 문제, 즉 공간구조를 논의하였고 주거공간 설계에서 주요 범주가 되는 단지와 평면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성을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