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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된 현재성을 통한 미니멀 사물의 장소형성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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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박미예

Advisor
김광현
Major
공과대학 건축학과
Issue Date
2017-02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미니멀 아트미니멀 건축미니멀 조경확장된 현재성장소형성
Description
학위논문 (박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건축학과, 2017. 2. 김광현.
Abstract
본 연구는 미니멀 오브제의 지각 방식을 고찰하면서, 기존의 편재한 프리드(Michael Fried)의 현전(presence)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지각 방식을 크라우스(Rosalind Krauss)의 논의에 기반을 두어 확장된 현재성(expanded presentness)으로 논했다. 일반적으로 1960년대 중반의 미니멀 아트는 비어있는 형태, 균질한 공간에 진열된 재료, 규칙에 근거한 반복 배열이라는 특징을 갖으며, 프리드는 미니멀 아트를 사물성(objecthood)으로 묘사했다. 반면 크라우스는 미니멀 아트에서 배격되었던 주관적 환영(illusion)을 논하며 오브제가 놓인 맥락과의 관계를 통해 구체적인 형태 · 재료 · 배열을 취하는 사물(object)로서 기술한다. 미니멀 오브제는 이렇게 두 가지의 방식으로 지각될 수 있는데, 이는 포스터(Hal Foster)가 미니멀 아트를 근대의 형식주의적 자율성이 성취됨과 동시에 파괴되는 역사적 교차점이라고 평가했던 양면적 속성과 관련된다.
현전의 지각을 생산하는 미니멀 오브제는 자기충족적인 성향으로 말미암아 오브제를 통해 맥락을 규정하려는 독단적인 성향을 지닌다. 현전의 지각을 대표하는 작가인 저드(Donald Judd)는 주체 내면의 주관과 객관이 통합되고, 정신과 몸이 통합된 보편적 자아를 상정했다. 대상과 심리적으로 거리를 둔 현전에서는 자아의 실존에 기반을 둔 장소 논의는 무의미해진다. 사물성에서 유발된 지금-여기의 경험을 장소적인 것으로 미화하며 실제를 논하나, 이는 즉각적 시공간에 의존한 가공된 실제라고 볼 수 있으며 연극적 상황에 그치고 만다.
반면 놓이는 맥락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는 사물로서의 미니멀 오브제는 이를 경험하는 신체의 지각을 오브제에서 오브제가 관계하는 맥락으로 확장시킨다. 이 과정에서 지금-여기의 즉각적이며 한정적이었던 시공간은 관계하는 맥락의 시공간으로 확대되며 실제성을 획득한다. 맥락이란 오브제가 놓인 물리적 대지맥락 뿐 아니라, 주야와 계절과 같이 변화하는 시간적 맥락을 포함하며 비가시적인 인간 삶의 맥락들도 포함한다. 이러한 지각은 기존의 현전으로는 설명되지 않으며, 재현의 구조에서 발생하는 표상을 기반으로 하는 환영적 지각과도 구별된다. 확장된 현재성은 현전의 지금-여기를 기반으로 실제 시공간의 맥락으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며, 주체의 주관적 선험체계에 근거한 환영적 지각에 기반을 둔다.
한편 1980년대에 성행한 미니멀 건축 · 미니멀 조경은 1960년대의 미니멀 아트와 견주어져왔다. 주로 외관상 유사성의 관점에서 논의되었는데, 지각 방식과 이로 인해 궁극적으로 형성되는 장소의 관점에서의 비교 연구는 미비한 실정이다. 이에 관해 본 연구는 미니멀 아트에 관심한 작가들의 언급과 작품을 고찰할 때, 미니멀 건축 · 미니멀 조경의 지각 방식이 대부분 현전이 아닌 확장된 현재성의 노선과 근접하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들은 미니멀 아트의 지각 방식에 관심하면서도, 저드를 위시한 관념적이며 이상적인 경향을 비판했다. 반면 저드와는 다른 노선에 서 있던 안드레(Carl Andre)와는 유사성을 보인다. 저드는 완결된 오브제가 주도적으로 이끄는 실제를 제시하려 했다면, 안드레는 주변 맥락과의 관계에서 비로소 실제를 논한다는 입장을 취한다. 결과적으로, 안드레에 의해 실험되었던 사물로서의 미니멀 오브제의 가능성이 미니멀 건축 · 미니멀 조경에 이르러 보다 구체화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이들은 공통적으로 확장된 현재성의 지각을 통해 장소형성에 관심했다.
미니멀 건축 · 미니멀 조경이 제시한 장소형성론의 의의는 비단 미니멀 아트와의 연계에서만 한정되지 않는다. 당대의 건축과 조경의 상황에서 기존과는 구별되는 장소형성의 방식을 제안한 것에서 또 다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변화하는 맥락과의 관계에 따라 유동적인 지각을 취하므로 장소를 과정적인 것으로 제안했으며 이 과정에서 능동적인 신체를 상정한다는 특징을 갖는데, 이는 완결되고 독립적인 방식으로 형태 · 재료 · 배열을 고정시키며 수동적 신체를 상정하는 기존의 재현적인 방식과는 차별화 된다. 의미적으로 비어있는 단순한 오브제가 맥락과 신체와의 관계적 구도를 그리며, 이 과정에서 끊임없이 의미를 재생산하므로 장소에 관한 일회적이며 고정적인 관념을 바꾼 것이다.
이러한 경향을 실험한 대표적인 작가로 페로(Dominique Perrault) · 헤르조그와 드 뫼롱(Herzog & de Meuron) · 안드레와 워커(Peter Walker)를 들 수 있다. 이들은 장르를 불문하고 각각 최소화된 선과 면을 통한 맥락으로의 개입, 맥락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재료의 지각 차이, 관계를 함축하는 배열이라는 세 가지의 방식을 통해 신체의 지각을 오브제 자체에서 외부로 확장하고자 했다. 또한, 하나의 오브제가 관계하는 맥락을 다층화 함으로써 감상의 과정을 시간적인 것으로 연속시켰다. 나아가 이러한 방법론은 비단 미니멀로 명명된 작품에 한정되지 않는데, 단순한 오브제와 그것이 놓인 다층적인 맥락과의 관계를 주의한 미술 · 건축 · 조경과의 교집합으로 그 범위를 확대시킬 수 있다. 범위의 확대는 유사한 장소형성의 군을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앞서 미니멀로 제한된 범위에서 살펴본 세 가지의 장소형성의 방법론을 확증하고 구체화할 수 있었다.
그 중 첫 번째인 최소화된 요소의 개입으로 지각의 확장을 꾀하는 경우는 다음의 두 가지의 장소형성의 방법론으로 논할 수 있다. 최소화된 선과 면의 요소는 기존의 맥락에 개입하는 힘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취하여, 신체의 지각을 오브제에서 축소된 선과 면이 매개하는 맥락으로 전환시킨다. 첫 번째로는, 기존에 형성된 맥락에 최소화된 요소를 개입하여 지각의 확장을 유도하는 경우이다. 최소화된 요소는 명쾌한 형태로 가시성을 지니면서도, 동시에 중립적 형태로 말미암아 주변의 요소들과 함께 쉽게 구성된다. 이를 통해 원거리에서 미니멀 오브제는 평면처럼 보이며, 마치 풍경화에서 각각의 요소들이 구성을 통해 픽쳐레스크를 이루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유발한다. 두 번째로, 순수한 선과 면이 이루는 경계의 매끄러움에 더하여 거울과 유리와 같은 반사 혹은 투과 재질이 맞물릴 경우를 들 수 있다. 이 경우 최소화된 선과 면을 통한 경계는 모호해지며 신체의 지각은 주변으로 연속하게 된다.
재료의 변형을 통한 지각의 차이를 유도하는 경우는 다음의 두 가지의 장소형성의 방법론으로 논할 수 있다. 첫 번째로, 부패하고 깎기는 등 재료 자체의 변형을 지각하므로 이를 가한 맥락이 환기되는 경우이다. 이를 통해 오브제는 현재의 시점에서 완성된 것이 아닌, 지속적인 맥락의 작용 속에서 드러난다. 두 번째로, 재질의 반응을 통해 형성되는 공간의 분위기에 의해 지각의 확장이 유도되는 경우이다. 첫 번째의 경우와 같이 재료의 성질이 직접적으로 변화하지 않았을지라도, 빛과 같은 맥락의 작용에 반응하며 오브제의 재료성이 다채롭게 지각되게 된다. 주로 표면이 주목되는데, 신체의 지각은 표면이 마주하는 공간의 분위기로 자연스럽게 확장되게 된다. 이러한 지각의 속성 역시 작용하는 맥락의 변화와 함께 가변적인 성격을 띤다.
마지막으로 배열을 통해 지각의 차이를 유도하는 경우로 다음의 두 가지의 방법론으로 살펴볼 수 있다. 첫째는, 다수의 오브제를 배열하는 방식에서 기존에 형성되어 있는 맥락의 의미를 강조 혹은 변형하는 경우이다. 미니멀 오브제가 개입되는 배열의 방식은 기존의 의미를 그대로 강조하거나 편집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두 번째로는, 신체의 참여를 예견하는 가운데 오브제의 배열이 지각되는 경우이다. 앞서 현전의 미니멀 오브제는 하나 뒤에 또 다른 하나가 뒤따르는 규칙적 배열로 선결성을 갖는다면, 이와는 달리 신체의 참여를 통해 비로소 배열의 의미가 드러난다. 이러한 속성은 미니멀 오브제를 신체의 참여에 따라 우연적이며 지속적인 것으로 지각되도록 만든다.
장소란 이렇게 형태 · 재료 · 배열이 구체적으로 지각되는 방식에서 미니멀 오브제가 맺어 나가는 관계들을 지각함으로 형성된다. 이러한 지각이 바로 오브제 자체에서 그것이 관계하는 범주를 포괄하게 되는 확장된 현재성이다. 사물로서의 미니멀 오브제의 비어있는 속성은 변화하는 맥락 그리고 신체와 관계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관계는 하나의 오브제에서 복수로 발견될 수 있으며, 신체의 이동은 관계의 다층성을 경험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론이 된다. 원거리에서 집합적 형태와 배열로 말미암아 최소화된 요소로 지각되던 미니멀 사물은 신체가 근거리로 진행함에 따라 구체적인 재료성을 드러낸다. 이 과정에서 신체는 복합성을 통해 생성되는 의미의 차이를 발견하게 된다.
장소란 이렇게 시공간상에서 다층적으로 드러나는 의미들을 종합하는 방식으로 형성되게 된다. 사물로서의 미니멀 오브제는 복수의 맥락과 관계할 수 있으며, 지속되는 시간상에서 관계의 변화를 수용해 나간다는 특징을 갖는다. 이러한 장소형성의 방식은 시공간 상의 변화를 수용하는 잠재력을 지니므로, 현대 도시와 같이 끊임없이 맥락의 변화를 꾀하는 경우에 적합한 장소를 제안할 수 있는 방법론이 될 것이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18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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