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후 북한 공공재원조달을 위한 적정 토지제도

Abstract

통일 후 북한의 경제 재건, 인프라 건설, 사회보장 실현 등에는 상당한 규모의 공공재원이 투입된다. 이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가장 자주 언급되는 대표적인 재원조달방안이 통일세이다. 통일세에 관한 논의의 배경에는 남북한 체제 단일화 및 북한토지의 사유화가 암묵적으로 전제되어 있다. 그러나 북한 토지를 국유화하여 토지지대를 공공재원으로 활용하면, 통일세와 같이 국민 저항이 크고 경제 활동에 부담을 주는 재원을 줄이거나 대체할 수 있다. 그런데 이처럼 북한 토지지대를 공공재정의 주된 수입으로 활용하는 방식은 결과적으로 북한이 남한과 다른 조세체계를 수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을 국가 체제의 관점에서 넓게 해석하면, 통일 후 북한 토지의 국유화는 1국가 2체제의 통일한국을 지향한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북한 토지소유권 처리 문제는 다각적인 측면에서 이해되어야함에도 불구하고 기존 연구들은 대부분 법리적 측면만 천착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기존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본 연구에서는 북한 토지 문제를 통일 후 국가 공공재원조달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예상 가능한 몇 가지 시나리오를 구상하여 어떠한 토지제도가 나은지를 평가하고자 하였다. 특히 본 연구는 시간적으로 통일 이후라고 하는 미래의 불특정 기간을 다루기 때문에 실증적인 지식보다 원리적인 이해를 얻고자 수리모형을 구축하여 모의실험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해석하였다. 모의실험을 위해 공공재원조달방식과 토지제도를 기준으로 네 가지 시나리오를 구상하였다: 시나리오1은 북한 토지를 사유화하고 북한 공공 인프라 개발을 위한 재원으로 통일세를 활용하는 시나리오이다. 시나리오2는 북한 토지를 국유화하고 통일세를 대체하여 토지지대를 공공 인프라 재원으로 활용하는 시나리오이다. 시나리오3은 시나리오2를 확장한 것으로 지대수입을 공공 인프라 재원으로 활용할 뿐 아니라 다른 조세를 감면하는 수단으로도 활용하는 시나리오이다. 시나리오4는 시나리오3에 통일세를 도입한 것으로 북한 공공인프라 재원으로 북한의 토지지대와 남한의 통일세를 절충적으로 활용하는 시나리오이다. 이상의 네 가지 시나리오를 일반균형조건을 만족하는 비선형 연립방정식으로 모형화하고 모형의 해를 후생경제학적 관점에서 평가하였다. 주요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① 통일세를 활용하여 북한 공공재원을 조달하는 방식은 세율이 약 19% 정도일 때 총사회후생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② 시나리오별 후생 변화를 살펴보면, 사회총후생을 가장 극대화하는 것은 시나리오3으로 이는 남한 지원 없이도 북한의 재원조달체계를 효율적으로 설계함으로써 사회 전체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③ 시나리오에 따라 남북 각 지역별 후생 변화 방향이 서로 상반되는데 이는 통일 후 북한의 토지문제나 국가 체제를 정하는데 있어서 지역간 합의 도출 과정이 중요함을 시사한다. ④ 북한 인프라 투자를 위한 재원조달의 규모가 큰 상황일수록 시나리오 선택에 따른 후생 차이가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통일 후 남북 경제력 격차 해소를 위한 목표를 높게 잡을수록, 또는 통일 비용이 과다하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이 되는 상황일수록 북한의 토지제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점점 더 중요한 이슈로 부각된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