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주머니를 가진 나로 재탄생하기: 장루를 가진 암환자의 사회 심리적 적응 과정

Abstract

장루란 정상적인 배변 기능을 상실했을 때 복벽을 통해 변이 배출될 수 있게 만든 인공 배변 통로로서, 주로 직장암을 비롯하여 자궁경부암이나 난소암의 환자들에게 적용되는 치료적 시술이다. 하지만 장루를 통한 배변은 환자들에게 사회,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주고 이로 인해 장루 보유자의 삶의 질은 매우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본 연구의 목적은 근거이론방법을 적용하여 장루를 가진 암환자의 사회 심리적인 적응 과정을 사회 문화적 맥락 속에서 파악하고자 하였다. 연구 질문은 장루를 가진 암환자의 사회 심리적 적응 과정은 어떠한가?이다 본 연구의 참여자는 암으로 인해 영구 장루를 갖게 된 17명의 장루 보유자로, 개인 심층면담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였다. 모든 면담은 참여자의 동의하에 녹음하여 필사한 후 Strauss와 Corbin(2008)의 분석 방법에 의거하여 분석하였다.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다. 장루를 가진 암환자의 사회 심리적 적응과정을 나타내는 핵심범주는 황금 주머니를 가진 나로 재탄생하기로 나타났다. 이는 장루 주머니에 갇힌 삶에서 장루 주머니에서 벗어난 삶으로의 해방을 의미한다. 인과적 조건은 살기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나타났으며, 사람 같지 않은 나와의 대면에서 시작하여, 장루와 배변에 구속된 일상, 사회 심리적 위축, 나의 존재 숨기기, 장루 받아들이기, 장루와 친구 되기의 여섯 단계로 진행되었다. 사람 같지 않은 나와의 대면 단계는 대변도 못 가리는 수치스러운 신세로 전락한 본인을 대면하는 단계이다. 장루와 배변에 구속된 일상 단계는 먹는 것과 배변을 처리하는데 얽매이며, 신체적인 고통에 시달리는 과정이다. 사회 심리적 위축 단계는 심리적인 위축감과 가까운 가족 및 타인과 사회로부터 받는 상처 및 소외감 등을 겪는 단계이다. 나의 존재 숨기기 단계는 본인의 존재를 감추기 위해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은폐하는 시기이다. 장루 받아들이기 단계는 자가 관리 능력을 획득함과 동시에 장루를 지닌 몸이라는 바뀔 수 없는 사실에 대해 체념하고, 장루와 함께 살아볼 준비를 하는 단계이다. 장루와 친구 되기 단계는 장루관리의 달인이 되어가면서 적극적인 신체 활동과 사회활동을 통해 진정한 나 자신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단계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장루 주머니에서 해방에서는 변의 의미가 더러운 것에서 소중한 것으로 바뀌게 되면서 장루 주머니는 황금 주머니로 탈바꿈하였다. 동시에 장루 주머니에 갇혔던 삶에서 벗어나 소중한 삶의 주인공으로 재탄생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 영향을 주는 중재적 조건은 그래도 가족, 장루 환우들의 지지, 타인의 격려와 인정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는 장루를 가진 암환자의 사회 심리적 적응 과정을 한국의 사회 문화적 맥락에서 총체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이들의 경험을 심층적으로 고찰하고 이해를 도모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본다. 본 연구 결과는 장루를 가진 암환자의 사회 심리적 적응을 도울 수 있는 맞춤형 중재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