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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을 나는 닭(草原飛鷄): 중국 내몽고 초원 사막화 방지의 생태정치 : Flying Chickens on the Grasslands: The Eco-Politics of Grassland Restoration in Inner Mongolia, Ch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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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이선화

Advisor
이현정
Major
사회과학대학 인류학과
Issue Date
2015-02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생태정치생태학자몽골족탄소 고정초원 회복사막화 방지윤리적 소비생태 모델내몽고중국
Description
학위논문 (박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인류학과, 2015. 2. 이현정.
Abstract
중국에서는 1990년대 후반 이후 북방 건조지역의 사막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사막화를 방지하고 초원을 관리하기 위한 다양한 초원정책을 시행해 왔다. 연구자가 현지조사를 실시하였던 네이멍구의 목축민들은 사막화 방지를 위한 금목 정책의 실행으로 대대로 기르던 소와 양을 초원에 방목하지 못하게 되어 경제적인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었다. 네이멍구에서 2001년부터 생태 연구기지를 운영해 온 중국과학원 식물연구소의 생태학자는 이러한 현지 주민들의 경제적 곤란을 해결하면서도 사막화를 방지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제안으로 초원비계 프로젝트-초원에서 닭을 방목할 것-를 제안하였다.
본 연구는 중국 네이멍구 훈산다커 사지에 위치한 황막초원 지역에서 사막화 방지를 위해 중국과학원 식물연구소의 생태학자들에 의해 실시된 생태학적 실험 및 시범 프로젝트에 대한 민족지이다. 연구자는 인간과 비인간을 포함하는 다양한 행위자들이 공통의 생태문제로 연결된 네트워크 속에서 서로 관계를 맺고, 타협, 조정, 논쟁, 협력하는 생태정치(eco-politics)의 과정을 기술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연구자는 2010년 6월부터 2012년 1월까지 약 17개월 동안 훈산다커 사지에 위치한 바인후수를 중심으로 현지조사를 수행했다.
첫째, 연구자는 네이멍구 초원의 사막화 방지를 위한 제안들에 참여하는 행위자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그리고 새로운 비인간 행위자인 닭의 등장에 따라서 사막화 방지가 어떠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는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초원비계 프로젝트의 닭이 초원에 등장하기 이전, 지난 10여 년간 사막화 위기에 대한 쟁점이 이동함에 따라서 초원의 사막화 방지를 위해 동원되는 인간 및 비인간 행위자들이 변화해왔다. 초원비계 프로젝트는 몽골족의 경제적 이득, 이산화탄소 발생의 감소, 초원 퇴화 방지를 동시에 이루어 내는 데 초점을 맞춤으로써 셋 중 하나에 편중된 기존의 사막화 방지 노력의 한계를 극복하려 했다. 이를 위해서 초원의 사막화 논쟁에서 이전에는 논의되지 않았던 새로운 행위자로서 닭이 제시되었다. 닭의 등장으로 과학자, 목축민, 풀, 가축 등과 같은 기존의 행위자들의 관계는 재배치되었다. 그럼으로써 닭은 새로운 방식으로 과학자들이 사막화를 방지하고, 몽골족들은 경제적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였다.
둘째, 초원비계가 연구되고, 개발되고, 상품화되어 학계와 시장에 등장하게 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초원비계가 다양한 행위자들의 관계를 통해서 그 연망을 확장하고 공고히 해 가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생태학자는 초원 목축민 마을에서 닭을 방목하기 위해서 생태실험시범기지를 짓고 과학적 실험을 진행하였으며, 마을의 목축민들에게 닭을 기르는 방법을 교육하고 시설을 제공하여 자신이 주장하는 초원비계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도록 하였다. 그 과정에서 초원비계에 연루된 행위자들은 닭의 등장으로 재편된 관계 속에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초원비계의 연망을 공고하게 구축해나갔다. 이 과정 속에서 과학자는 과학적 지식을 생산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하였으며, 닭은 초원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맞추어 습성이 변화되었으며, 목축민은 목금민으로 변모하여 새로운 생활양식을 습득하고 변화된 생활양식을 가지고 초원에서 살아가게 되었다.
초원비계 생태 모델은 이상적인 모델의 이면에 숨겨진 갈등을 찾아내기보다는 일상에서 갈등과 충돌에도 불구하고 관련 집단들이 협상과 타협을 통해 공통의 목적과 이익을 추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과학자와 목축민은 이해관계의 충돌과 갈등에도 불구하고 묵인하기와 감수하기를 통해 초원비계의 생태 모델을 전시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었다. 그래서 과학자와 목축민 그리고 닭 간에 충돌과 갈등이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도 외부의 방문객에게는 초원비계가 하나의 생태 모델로 전시될 수 있었다. 그 결과 초원비계의 생태 모델은 미디어 등의 매체를 통하여 다른 지역으로 변형 없이 이동가능해지고 소개될 수 있었다.
생태학자는 실험을 통해서 샘플을 채취하고 측정하여 풀, 토양, 닭 등과 같은 초원을 구성하는 행위자들을 이동 가능한 형태로 변형시켜 실험실로 옮겨올 수 있었다. 그의 실험실에서 초원은 다른 연구들과 비교 가능한 표와 그래프의 형태로 재현되고 형식화되었다. 이런 생태학자의 실험과 연구는 다른 초원을 연구하는 과학자와 참고문헌과의 동맹을 통해서 자신의 주장이 강화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생태학자가 직간접적으로 계산해 낸 초원의 다양한 수치와 주장들은 탄소 고정과 경제적 이익을 나타내는 공식으로 산출되었다. 생태학자의 공식은 실제로는 초원과 사막화를 구성하는 행위자들이 필드로부터 실험실, 그리고 논문의 지면으로 변형되는 과정을 거쳐 생성된, 그들의 관계를 설명해주는 결과인 것이다. 나아가 생태학자는 이전까지는 긴밀한 관계를 맺지 않았던 행위자들을 연결시켜 공식을 만들고 과학자가 원하는 초원비계의 세계상을 청사진으로 제시할 수 있었다.
셋째, 초원의 생태정치는 다양한 행위자의 실천 속에서 다음과 같이 나타났다. 초원비계는 학술대회에서 발표되고 출판을 통해서 과학지식에 등록되었다. 그리고 정부 정책 제안과정에서의 모범사례로 제시되었다. 그 뿐만 아니라 생산-가공-운송-판매의 네트워크가 초원에서 도시로 확장되면서 초원비계는 도시의 소비자에게까지 도달하였다. 본 연구는 이처럼 초원비계를 통해서 사막화방지가 윤리적 소비로 연결되는 과정을 기술함으로써, 초원비계를 통해 초원뿐만 아니라 도시적 삶의 양식이 변화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초원비계를 매개로 한 초원과 도시의 동맹의 유대가 탄탄해질수록 초원비계가 사막화 방지에서 차지하는 의의는 더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초원비계라는 과학적 실험이 현실세계의 일상생활의 실천 속에서 삶의 생태계를 변화시키는 역할에 이르는 실천적 함의를 보여준다.
이상의 논의에서, 연구자가 주장하는 생태정치를 다음과 같이 제시할 수 있게 되었다. 첫째, 생태정치(eco-politics)의 에코(eco)는 인간과 비인간이 상호 연합을 통해서 동등한 자격으로 함께 거주하는 세계로 정의될 수 있다. 둘째, 사막화 방지의 생태정치에 참여하는 이해관계당사자는 초원비계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실행한 생태학자들을 중심으로, 목축민, 토종소와 젖소와 같은 가축들, 닭, 생산과 운송 및 소비를 담당하는 사람들과 초원비계의 닭과 달걀을 구입하는 소비자들로 늘어나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마지막으로, 초원비계의 생태정치는 닭을 통해서 재구성되고 재배치된 초원의 식생, 목금민과 윤리적 소비자 그리고 이를 증명하는 생태학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생태계라고 할 수 있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20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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