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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있는 아파트 만들기: 수도권 대단지의 사례를 통해 본 아파트 공동체의 사회문화적 함의 : "Making Our Residential Complex More Valuable": The Socio-cultural Context of "Apartment Communities" in South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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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정헌목

Advisor
황익주
Major
사회과학대학 인류학과
Issue Date
2015-08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아파트아파트 단지게이티드 커뮤니티공동체브랜드 아파트공간장소도시주거
Description
학위논문 (박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인류학과, 2015. 8. 황익주.
Abstract
1960년대 국내 최초의 단지형 아파트인 마포아파트의 건립 이래, 중산층을 위한 주택 대량공급 정책에 의해 한국에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아파트 단지는 이후 한국사회에서 보편적인 주거 형태로 자리하게 되었다. 이를 통해 아파트 단지는 가장 일반적인 재산증식 모델로 자리하는 동시에, 소유자의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는 구별짓기 기제로 작동하며 한국의 산업화와 도시화가 낳은 각종 병폐가 집약된 부정적 공간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아파트 단지는 여전히 가장 인기 있는 주거 형태로 여겨지고 있으며 이는 아파트 단지가 처음 등장한 서구의 경우와 비교하면 상당히 예외적인 현상이라 볼 수 있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아파트 단지는 이른바 브랜드 아파트로 대표되는 고급화의 길을 걷는 한편, 보안 강화를 위한 각종 첨단 전자장비의 도입과 함께 외부에 배타적인 게이티드 커뮤니티(gated community)로서의 성격을 갖추기에 이르렀다.
본 연구는 이렇게 현대 한국의 도시 경관을 장악한 아파트 단지, 특히 2000년대 이후 등장한 브랜드 아파트 단지를 분석한 민족지적 연구이다. 연구자는 수도권 소재의 한 도시에 위치한 성일 노블하이츠(가명)라는 대단지 아파트에서 현장연구를 수행하였다. 현장연구에서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자는 브랜드 아파트 단지라는 공간이 지닌 장소성을 고찰하고, 아파트 단지가 지닌 공간적 특징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입주민들의 상호작용을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본 연구는 브랜드 아파트 단지가 처한 현실적 조건들을 진단하고, 그 속에서 형성되는 집단성과 아파트 공동체의 성격을 규명하고자 했다.
우선 연구자는 한국사회에 아파트가 도입된 역사적 과정을 검토하여 아파트 단지라는 특정한 유형이 현재의 표준으로 정착하는 양상을 살펴보았다. 20세기 전반을 풍미한 모더니즘 건축운동의 영향 아래 근린주구 이론이 적용되어 탄생한 아파트 단지는 근대화의 기치 아래 내달리던 현대 한국의 정치적,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며 엄청난 속도로 확산되어 왔다. 이 과정에서 고유의 공간논리를 거주자들과 연결시켜 그들의 의식과 생활 전반의 구성에 관여했던 것이 아파트 단지였다. 반복적인 아파트 매매가 주를 이룬 재산증식 모델이 형성되었고, 거기에 기반을 두고 자신과 가족의 사회적 궤적을 인식하는 현실감각이 탄생했다.
이러한 움직임이 절정에 달한 것은 2000년대 브랜드 아파트의 등장이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브랜드 아파트는 적극적인 광고 공세를 통해 아파트라는 주거공간을 명품으로 부각시키는 한편, 한국사회에서 아파트가 지녔던 기존의 사회적 구별짓기 기제를 더욱 강화해 나갔다. 이러한 구별짓기의 기제를 뒷받침하는 것은 브랜드 아파트 단지가 표방하는 가치였다. 한국사회에서 아파트 매매가 주요한 재산증식 수단으로 인식되면서 아파트의 가치는 곧 부동산 시장에서의 교환가치를 뜻했고, 주거지의 위계체계에서 정점에 가까이 위치한 고급 아파트에 거주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경제적 자본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여기에 추가된 아파트 브랜드의 도입은 교환가치뿐 아니라 주거생활 자체에도 소위 고급 생활양식으로서의 가치를 더하려는 시도였다.
문제는 브랜드 아파트 자체가 표방하는 것과 이를 바라보는 사회적 담론의 차원에서와 달리 아파트의 가치는 저절로 부여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서울 강남을 비롯한 일부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아파트 단지들에서 이는 더욱 급박하고 당면한 과제였다. 특히 2000년대 후반 이후 부동산 시장과 관련한 사회적 상황의 변화는 점차 아파트 단지에서도 가치와 관련한 집합적 실천을 요구했다. 그 전조는 이미 2000년대 초·중반 노후 아파트 재건축 열풍에서부터 관찰할 수 있었다. 재건축 사업은 내 집 마련의 꿈, 재산증식 기회 모색 등을 이유로 이 장에 참여한 행위자들의 욕망이 결정화되는 과정이었다. 이전까지의 아파트 건설과 달리 입주예정자들이 직접 개입할 여지가 열린 재건축 사업에서 이들은 자신이 투자한 아파트가 부동산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실천에 나섰다. 이를 위해 그들은 아파트 단지를 구성하는 보일러나 엘리베이터, 조경 등 각종 공간 요소들의 배치를 뜻대로 이루어내고자 목소리를 높여 집단행동에 나섰고, 브랜드가 없던 아파트에 브랜드를 부여받기 위한 투쟁을 전개하였다. 동시에 이는 입주 이후 단일한 삶의 공간에 함께 묶일 주거 집합체의 공동성을 배태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이 과정을 통해 드러난 아파트 단지의 공간배치와 관련한 집합적 활동에서 아파트의 가치가 교환가치 중심으로 다루어졌다면, 본격적인 입주 이후의 삶에서는 다른 종류의 가치들이 부각되었다. 그 중심에는 입주와 함께 점차 부각되기 시작한 사실, 즉 아파트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이 영위되는 장소라는 사실이 자리하고 있었다. 입주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대부분의 아파트 단지와 마찬가지로 연구대상 단지의 각종 공간 요소들은 대다수 입주민들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갔으며, 단지를 대표해야 할 입주자대표회의는 소위 직업 동대표로 불리는 이들에 의해 좌우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았다. 이때 이 단지에서 등장한 한 소집단은 직접 발로 뛰어 가치 있는 아파트의 이상을 실현한다는 믿음 아래 각종 활동을 펼친 끝에 결국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당선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에 이르렀다. 이후 그들은 단지 내 공간 개선 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는 한편, 아파트 영어마을 조성을 시도하는 등 아파트 단지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작업을 지속했다.
이 같은 활동은 사회적 변화에 따른 위기에 대한 집단적 대응이라는 관점에서 해석 가능하다. 2010년대는 전세계적인 금융위기의 여파와 가계대출 증가, 1인 가구 증가 등과 같은 요소들이 결합하며 아파트 매매를 중심으로 한 재산증식 모델이 예전처럼 작동하지 않기 시작한 시기였다. 그에 따라 한국의 아파트 단지에서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종류의 가치가 요구되기 시작했다. 공유공간 관리나 아파트 단지 전반의 문제를 좌우하는 입주자대표회의와 같은 사회적 요소들로 엮인 생활공간을 둘러싼 가치가 부각된 것이었다. 이처럼 아파트 단지에서 고려해야 할 가치들이 다면화되면서 가치를 생성하고 평가하는 기준과 방법 역시 다양해졌고, 특히 거기에 관여하는 행위자들 역시 복수의 형태를 취하게 되면서 새삼 주목받게 된 것이 집단이라는 문제였다. 결국 성일 노블하이츠의 사례는 가치를 매개로 한, 아파트에 대부분의 자산을 집중해 온 사람들의 집단적인 안전망 재구축 시도였다.
하지만 가치 있는 아파트를 위한 기획으로서 아파트 단지의 공동체성을 부각시키고자 한 이러한 시도는 일정 부분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특히 논문의 마지막 부분에서 다룬, 뜻하지 않게 발생한 어린이 사망사고의 사례는 아파트 단지라는 집단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를 드러내 주었다. 적어도 차량으로부터는 안전하리라 믿었던 단지의 지상공간에서 차량에 의해 발생한 사망사고는 단지에 내재된 많은 문제들을 노출시켰다. 무관심의 문화가 토양이 된 단지 내 공적인 의사소통의 부재는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계기였으며, 결국 브랜드 단지가 제공하는 물리적, 환경적 조건만으로는 완전한 안전을 보장하기에 불충분하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무엇보다 이 사고는 사고수습 과정에서 발생한, 주거 집합체로서 아파트 단지가 지향하는 가치들의 경합 양상을 통해 브랜드 대단지에서 아파트 공동체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본 연구에서 살펴 본 사례는 한국사회가 바라보는 아파트의 가치에 대해 고찰하게끔 한다. 직접적인 상품 가치에 대한 추구에서부터 시작하여 경제적 가치와 무관하지만은 않았던 각종 삶의 가치들이 부각되는 양상은 그간 한국사회의 거시적 변화와 궤를 같이 했다. 한편 어린이 사망사고를 통해 드러난 함께-있음으로서의 집단 자체에 주목하는 움직임은 다양한 관계와 가치들이 잠재해 있는 아파트 공동체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한국의 정치·사회·경제적 맥락이 낳은 특수성과 브랜드 아파트 단지가 채택한 공간문법 간의 상호작용, 그리고 거기서 탄생한 공동체를 바라보는 관점은 수도권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전개된 민족지적 사례를 통해 한 곳에 집결된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20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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