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wse

"핀핀코로리(ぴんぴんころり)의 비밀": 일본 나가노현 사쿠시에서의 생명정치와 노년의 자기윤리
The Secret of Pinpin Korori: The Biopolitics and Ethics for the Self of the Old in Super-Aging Japan

Cited 0 time in Web of Science Cited 0 time in Scopus
Authors
김희경
Advisor
박순영
Major
사회과학대학 인류학과
Issue Date
2015-08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생명정치자기윤리통치성주체핀핀코로리인구고령화노년일본
Description
학위논문 (박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인류학과, 2015. 8. 박순영.
Abstract
1990년경 일본사회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척박한 삶의 조건으로 인해 노인을 갖다 버릴 수밖에 없었다는 전설의 무대이기도 했던 나가노현의 이미지는 죽기 직전까지 건강하게(핀핀하게) 자신의 일을 하며 살다가 한 순간에(코로리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노인들이 많이 사는 건강장수도시로 변화하게 되었다. 본 연구에서는 푸코의 이론적 성찰을 비판적으로 적용함으로써 나가노현 사쿠시의 이미지가 이처럼 변화한 데 어떠한 방식으로 생명정치가 작동하였는지를 규명하는 한편, 노년의 건강, 수명, 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는 상황 속에서 노인들이 자기와 맺는 관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고찰해 보았다.
본 연구에서는 우선, 일본정부가 나가노현 노인들을 성공적인 노년모델로 주목하게 된 거시적인 맥락을 규명하였다. 초고령화가 진전되면서 일본정부는 고령인구에 소요되는 비용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가족이 노인을 보호하는 전통과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고 싶어하지 않는 문화적 경향성을 일본적인 것으로 규정하기 시작했다. 일본정부는 이러한 전통적인 삶의 양식을 실천하는 사례로서 나가노현 노인들을 주목했다. 정부보고서에서 나가노현 노인들은 노화와 질환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의료에 의존하는 것을 사치로 여기는 것처럼 묘사되고 있었다. 또한 나가노현의 경우, 가족을 비롯하여 지역사회 주민들이 노인들을 잘 보살피고 있는 것처럼 그려지고 있었다. 일본정부는 나가노현 노인들의 삶의 방식을 이상적인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병원을 자주 드나드는 여타의 노인들을 비난하였다. 이처럼 나가노현 모델은 어떻게 늙는 게 성공적인 노년인가에 대한 일종의 도덕모델로 제시되고 있었다.
둘째, 본 연구에서는 핀핀코로리가 좋다라는 가치를 확산시키는 데 기여하는 모든 종류의 담론과 실천들을 핀핀코로리 프로젝트로 명명하였다. 그리하여, 핀핀코로리 프로젝트가 나가노현 사쿠지역에서 유난히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지역 내부의 맥락을 규명해 보았다. 건강장수도시라는 지역의 이미지는 각종 통계들과 그래프에 기반하여 만들어질 수 있었는데, 이는 사쿠지역의 사례를 과학적인 데이터로 치환하여 자신들의 성과를 증명하고자 했던 의사들의 이해관계와 그렇게 해서라도 희소한 의료자원을 확보하고자 했던 지역주민들의 이해관계가 결합한 결과 탄생할 수 있었다. 지역의 정치가들은 건강장수도시라는 이미지가 지역민들에게 도쿄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사쿠 역시 살만한 곳이라는 설명방식을 제공함으로써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어느 정도 해소하고 있다는 점을 집권을 이어나가는 데 활용하고 있었다. 또한, 초창기 의사들과 함께 지역사회 의료활동에 참여했던 보건사 및 병원직원들은 농민-주체를 만들고자 노력했던 경험 및 기억을 핀핀코로리 프로젝트에 자연스럽게 이식시키고 있었다. 은퇴 후 사쿠에 정착한 노인들은 핀핀코로리 프로젝트에 참여함으로써 자신들은 문제적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자기 자신에게,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증명하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또한, 지역의 상인들은 외부인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관광자원으로 건강장수도시라는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셋째, 핀핀코로리 프로젝트가 가진 한계를 노인들의 관점에서 고찰해 보았다. 대부분의 노인들은 핀핀코로리 프로젝트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노인들은 핀핀코로리 프로젝트에 참여한다고 해서 핀핀코로리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또한, 스스로를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 자체를 가지고 있지 못한 노인들(치매노인들, 저소득 노인들)은 처음부터 배제되고 있었다. 그렇지만, 핀핀코로리 프로젝트에서 나타나는 이 같은 한계들은 곧바로 프로젝트의 소멸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사쿠지역의 병원 및 노인복지시설 관계자들, 상인들은 핀핀코로리를 달성하지 못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이해관계를 모색하고 있었다. 이처럼, 노인들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 각종 전문가들은 노인들을 핀핀코로리하게 만들어주지도 못할 뿐 아니라 더 이상 이득을 보지 못할 것 같다고 판단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버리는 영악한 존재에 지나지 않았다.
넷째, 핀핀코로리 프로젝트가 노인들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노인들의 관점에서 규명하였다. 노인들은 통치를 실행하는 행위자들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통치의 유약함을 비웃거나 통치를 자기들 나름의 방식으로 변형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노인들은 다른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넨넨코로리(와상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한 자신이 나타나는 걸 저지해야 한다는 사실 역시 알고 있었다. 이에 노인들은 엔딩노트라는 새로운 형태의 글쓰기 양식을 통해 넨넨코로리한 자신이 나타날 상황을 미리부터 대비하고 있었다. 이러한 노인들의 실천은 단순히 넨넨코로리한 자기를 자신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담론의 영향을 받은 수동적 선택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자신이 추구했던 윤리적 가치에 기반하여 넨넨코로리한 자기 역시 자신으로 통합시키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노인들은 옳고 그름의 문제로 논의되고 있는 죽음의 문제를 윤리의 영역으로 회복시켜 자신을 완성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이상의 논의를 통해 본 연구는 사쿠지역에서 생명정치는 노인들을 에워싸고 있는 외재적인 어떤 것이 아닌, 노인들의 삶에 견고하게 엉겨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규명하였다. 따라서 생명정치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인류학적 현장연구를 통해 생명과 통치가 어떻게 뒤얽혀 있는지를 규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제시하였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핀핀코로리 프로젝트가 노인들에게 일종의 사회적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었으며, 노인들이 자신과 맺고 있는 관계에까지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규명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정치경제학적 언어로 구성된 인구고령화 담론이 사람들의 삶에 미치는 심오한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인류학적 고찰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자 한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20395
Files in This Item:
Appears in Collections:
College of Social Sciences (사회과학대학)Dept. of Anthropology (인류학과)Theses (Ph.D. / Sc.D._인류학과)
  • mendeley

Items in S-Space are protected by copyright, with all rights reserved, unless otherwise indicated.

Brow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