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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非婚)을 통해 본 현대 일본의 가족 관계와 젠더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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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지은숙
Advisor
권숙인
Major
사회과학대학 인류학과
Issue Date
2016-02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비혼비혼됨친밀권노인돌봄돌봄제공자헤게모니적 남성성일본
Description
학위논문 (박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인류학과, 2016. 2. 권숙인.
Abstract
오늘날 일본은 아시아의 ‘생애미혼자 대국’으로 일컬어진다. 2010년 현재 일본의 50세 여자 열 명 중 한 명, 남자 다섯 명 중 한 명은 법률상 혼인 기록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은 거의 모든 사람이 일생에 한 번 이상 결혼했고 결혼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사람으로 대접을 받기 어려운 개혼(皆婚)사회였다. 이 연구는 현대 일본에서 일어난 이러한 변화를 일본 사회의 가족 관계와 젠더 질서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 비혼자의 증가와 생애미혼율의 상승을 단순히 경기후퇴나 가족해체의 결과로 나타난 실패자들의 증가가 아니라 전후 일본에서 형성된 가족 관계와 젠더 질서에 의해 위치 지워지는 사회구조적 집단의 형성이라는 관점에서 조명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논증하기 위해 비혼됨에 영향을 미친 주요한 시대적 흐름을 열쇠말로 삼아 전후 일본을 가족의 시대(1945~1970년대), 싱글의 시대(1980~1990년대), 돌봄의 시대(2000년 이후)로 구분하여 살핀다.
가족의 시대가 비혼됨의 형성과 비혼 1세대의 등장을 특징으로 한다면, 싱글의 시대는 비혼자의 증가와 비혼됨의 변용, 돌봄의 시대는 비혼과 돌봄의 결합을 통한 비혼됨의 재구성을 각각 특징으로 한다. 본 연구는 다양한 비혼자 집단에 대한 현장연구에 근거해 젠더 질서에서 비혼자들의 위치와 비혼됨의 의미 변화를 규명하는데 주력한다. 물론 시대 구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구체적인 개인을 놓고 볼 때 어느 시대의 산물로 분류할 것인가는 모호한 경우가 많고 한 사람이 여러 시대에 걸쳐 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시대 구분이 유의미한 것은 비혼을 통해 현대 일본의 가족 관계와 젠더 질서의 변화를 보겠다는 이 연구의 목적에 유용한 틀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패전 후에서 1970년대 말까지로 설정된 가족의 시대는 모두가 가족을 만드는 시대였고, 비혼자에게도 가족을 대신할 무엇인가를 구축하는 것이 화두가 되었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형성된 비혼 여성 집단은 이른바 전쟁독신자들이었다. 이들은 아시아·태평양전쟁에서 젊은 남성들이 대량 전사함으로써 초래된 전후의 결혼난과 전후 근대가족의 보급에 따른 적령기 규범의 강화를 배경으로 등장했다. 오랫동안 개혼사회를 유지해왔던 일본에서 이들은 우레노코리로 불리며 혹독한 사회적 무시와 차별에 노출되었다. 이들 1세대 비혼자들은 을 결성해서 대항적 공공권을 창출하면서 인정투쟁을 벌였고 이를 바탕으로 비혼 여성들 간의 긴밀한 유대관계를 형성했다. 이 연구는 이들의 유대관계를 사이토 준이치의 친밀권 개념을 차용해 분석하면서 이들이 결혼과 가족 밖에서 구축한 자립을 근간으로 한 대안적 여성성의 함의에 주목한다.
싱글의 시대는 1980년대에서 2000년까지 약 20년을 다루고 있는데 이 시대를 통해 남녀 비혼자 모두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이 시기는 거시적으로는 냉전 종결과 전지구화를 배경으로 일본의 전후체제가 붕괴하는 과정으로 규정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가족의 절대성이 무너지면서 개인화가 진행되었던 시대라는 의미에서 싱글의 시대로 이름 붙였다. 비혼화의 방아쇠 구실을 한 것은 거품경제의 붕괴와 전지구화에 따른 고용유동화였지만, 변화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강한 성별분업에 기반한 가족-기업시스템의 붕괴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싱글의 시대에 비혼 여성을 둘러싼 사회적 상황은 이전에 비해 개선되었다. 전쟁독신 세대 여성들이 출생가족으로부터 사실상 방출된 상태에서 성년기를 보내면서 경제적 자립의 달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살았던 것에 비해 싱글시대의 비혼 여성은 노동 시장에서의 지위향상을 꾀하고 남과 다른 자신만의 개성으로서 비혼됨을 구축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여성 고용 시장의 활성화와 더불어 여성의 생애선택이 다양화하는 전반적인 변화와 궤를 같이 한 것이었다. 즉 여성의 생애과정이 다양화 되는 변화 속에서 비혼도 생애과정의 하나로서 시민권을 얻게 된 것이다. 그러나 싱글의 시대에 비혼 여성들이 잃은 것도 있었다. 무엇보다 사회집단으로서의 비혼의 정체성이 약화된 것을 꼽을 수 있다. 전시대 여성들이 독신부인연맹과 같은 단체를 만들어 사회집단으로서의 인정을 획득하기 위해 노력한 것에 비해 싱글의 시대에 증가한 비혼 여성들은 ‘비혼 딸’이라는 형태로 근대가족 안에 포섭된 상태에서 더 나은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기 위한 개인적인 노력에 몰두했다. 이에 따라서 비혼됨이 담고 있었던 가족주의 사회에 대한 저항으로서의 의미는 퇴색했고 그 자리에 ‘개성’이 등장했다. 비혼이 평범하게 결혼하는 남들과 다른 개성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비혼 여성들이 1980년대 이후 형성된 대중소비사회의 주역으로 부상하면서 소비자로서의 비혼 여성의 이미지를 강화하는데 기여했다. 노동자·소비자로서의 비혼 여성의 여성성은 강조된 여성성(emphasized femininity)으로서 주부의 여성성에 대한 대항적 성격도 담고 있었다. 그러나 결혼으로부터의 자유에 현실적 의미를 부여해 주는 노동 시장에서의 지위 보장이 여전히 미비하고, 섹슈얼리티에서의 해방을 수반한 것이 아니었던 까닭에 노동자·소비자로서 비혼 여성의 여성성은 젠더 질서를 바꾸는 혁신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돌봄의 시대는 2000년을 기점으로 현재까지를 아우른다. 개호 보험제도가 발족한 2000년 이후의 시기를 중심으로 가족 내에서 노인돌봄의 분배를 둘러싸고 이루어지는 자녀 세대 간의 역동에 주목해 비혼됨의 변화에 접근한다. 이것은 저출산·고령화의 인구 변동 속에서 노인돌봄이 사회적 과제로 부상하고 비혼 자녀가 부모 돌봄자로 호명되는 과정이 21세기 비혼자의 비혼됨에 주요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이 연구의 문제의식을 반영한다. 이전까지의 비혼됨이 여성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면 돌봄의 시대에 들어서 비혼됨은 남녀 비혼자를 모두 포괄하게 되었다. 돌봄이 자녀의 배우자가 아니라 친자녀가 수행해야 할 의무로 인식 전환되면서 비혼 여성뿐 아니라 비혼 남성이 부모의 주돌봄자가 되는 경우도 증가했다. 그리고 이러한 돌봄 규범의 변화는 가족주의 사회에서 주변화된 집단인 비혼자를 더욱 주변화하는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한편 부모 돌봄이 자녀의 생애에 미치는 영향은 젠더와 혼인 여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우선 비혼 딸이 자녀 세대에서 부모 돌봄자가 될 가능성이 확연히 높았다. 그러나 비혼 딸의 부모 돌봄자로서의 적합성이 상승해 온 것에 비해 돌봄 상황에서 돌봄수혜자를 비롯해 다른 가족에게 행사하는 권한이나 돌봄에 따른 권위획득과 보상이라는 측면에서 비혼 딸은 여전히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런가 하면 비혼 아들이 기혼 아들보다 부모 돌봄자로 더 적합하다고 간주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은 비혼자의 부모돌봄자화가 친자의 돌봄 규범의 강화라는 차원에서뿐 아니라 헤게모니적 남성성(hegemonic masculinity)을 중심으로 한 젠더 질서의 작동이라는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할 문제라는 것을 시사한다. 즉 비혼자가 부모 돌봄으로 유입되고 사회적으로 주변화 되는 것은 가족주의의 작동이라기보다는 부족한 ‘여자’를 대신해 새로운 돌봄제공자를 만들어내는 통치기술의 영향으로 파악해야 하는 현상인 것이다. 이것은 비혼자를 공동체의 생물학적 재생산에 기여하지 않는 비생산적인 집단으로 낙인찍고 하위신분으로 위치 짓는 젠더 질서의 작동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까닭에 비혼자에 대한 사회적 배제와 억압을 시정하려는 움직임은 사회전체의 젠더 질서의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담게 된다.
이 연구는 전후 일본에서 나타난 비혼자의 증가를 근대가족의 해체 혹은 가족의 개인화라는 맥락에서 조명하는 것의 한계를 지적하고 비혼자 집단이 형성되어온 역사적인 맥락과 비혼자가 사회집단으로서 주변화 되고 있는 현실에 주목해야 함을 주장한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결혼 여부로 비혼자를 구획 짓고 결혼에 관한 비혼자의 의식을 중심으로 비혼됨의 내용을 규정해 온 기존의 비혼연구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비혼은 단지 의식이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한편에서는 교육의 기회, 노동 시장의 상황, 각종 제도와 정책 등의 삶의 물질적 조건에 의해 규정되며, 다른 한편에서는 근대가족을 둘러싸고 이루어지는 담론과 이데올로기 차원의 젠더 정치에 의해 구성된다.
Language
Korean
URI
http://hdl.handle.net/10371/120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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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ears in Collections:
College of Social Sciences (사회과학대학)Dept. of Anthropology (인류학과)Theses (Ph.D. / Sc.D._인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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