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TV 시청 관습: 시청 이벤트, 동시화 및 가내화의 탈구

Abstract

이 연구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을 배경으로 나타나는 TV의 변화를 시청 관습의 차원에서 분석하고 그 의미를 탐색한 것이다. 이 글은 특히 탈구의 관점을 통해 시청의 변화를 다차원적인 변화 강도의 차이를 통해 그 양상이 드러나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탈구는 주류적인 것으로부터의 이탈과 이탈의 방향과 크기, 즉 벡터를 강조하는 개념으로서 몰적-분자적 동학을 통해 현상에 다가가는 관점을 제공해준다. 포스트TV를 혁명적 현상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전통적 관습과 새롭게 생겨난 관습 간 긴장과 이완의 관계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오늘날의 TV를 전통적 TV와의 연계 속에서 그 본질을 이해해야 하는 것으로서 포스트TV라 명명하고 시청의 구조와 맥락을 포함하는 시청 관습을 연구 대상으로 함으로써, 시청 패턴의 변화를 살피는 데서 한 걸음 나아가 그것이 보여주는 사회문화적 의미를 이론적으로 보다 풍부하게 해석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는 특히 시청 이벤트, 시간, 공간의 차원에서 발생하는 시청의 탈구에 주목하였다. 이는 TV 시청이 일상생활을 시간적, 공간적으로 조직화하고 사회적 수준에서 집단의 동질성을 드러내는 준거로 작용했던 모습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살피기 위한 것이다. 구체적인 분석을 위해 시청 이벤트, 시간, 공간 차원에서 발생하는 시청의 몰적-분자적 동학을 각각 이벤트 동질화-탈동질화, 동시화-탈동시화, 가내화-탈가내화라 개념화하고, 이를 아홉 가지 하위 차원으로 재구성하였다. 이벤트 동질화-탈동질화는 시청 이벤트 구성, 시청 이벤트 매트릭스, 시청 이벤트 중첩으로, 동시화-탈동시화는 구획 시청, 규칙 시청, 시청 리듬으로, 가내화-탈가내화는 가내 시청, 고정 시청, 가족 시청으로 구성된다. 각 차원에서 발생하는 탈구의 양상은 세대별 비교분석을 통해 살펴보았다. 세대는 미디어 양육 환경에 따라 포스트TV 수용 정도가 다름을 반영하여 보다 전략적으로 탈구의 몰적-분자적 동학에 접근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세대별 비교를 통해 과다 추정의 오류와 전체 평균의 오류를 지양하고, 주요 미디어의 전경에 따라 시청 관습이 일관된 문화로 나타남을 해석하고자 하였다. 이와 같은 이론을 배경으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2014년 한국미디어패널조사에 대한 집단별 평균분석과 사회 연결망 분석을 수행하고, 시계열 데이터 등의 자료를 추가로 검토하였다. 분석 결과 이벤트 동질화-탈동질화 차원에서 시청 이벤트의 TV 수상기-방송-실시간 조합의 몰적 중심성이 매우 강하게 나타났다. 매트릭스의 차원에서도 TV 미디어에 대한 단일적 의존이 확인된다. 시청 이벤트가 다른 미디어 이용과 중첩되는 경우도 많지 않아 단일시간적 시청 관습의 중심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PC와 모바일 미디어로의 이탈, 그리고 시청 이벤트 중첩의 증가가 나타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동시화-탈동시화 차원에서는 시청 시간대가 여전히 일과 후 여가 시간으로 집중되는 경향을 확인하였다. 규칙 시청의 정도는 전체 시청 시간의 30% 정도이고, 시청 리듬은 1시간, 2시간, 3시간의 세션이 가장 우위를 보였다. 젊은 세대에게서 주시청시간대가 상대적으로 늦어지고 시청의 세션은 짧아지는 경향이 발견되지만, 이 차이는 주말에 다시금 복원되어 시청 관습 자체보다는 일상생활의 시간적 구조가 동시화-탈동시화의 양상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된다. 가내화-탈가내화 차원에서 포스트TV 시청은 대부분 집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내 시청의 비중은 압도적이며, 이 때 시청 단말기는 TV 수상기로 집중된다. 가족 시청의 정도는 평균 48%로 예상과 달리 젊은 세대에게서 그 값이 더 높았다. 가내화 지표의 일관된 변화 패턴을 찾을 수 없어 탈가내화는 포스트TV의 특징이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종합하면, 전통적 시청 관습이 지배력을 강력하게 유지하는 가운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분자적 이탈이 부분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이탈은 시청 이벤트의 차원에서 주로 나타난다. 시간과 공간 차원에서는 약간의 분산이 발생하기는 하지만 시청은 여전히 여가 시간과 가내 공간이라는 특정 영역으로 제한된다. 일반적인 미디어 이용에 비해 시청의 시공간적 탈구는 매우 보수적으로 나타나는 셈이다. 이러한 결과는 오늘날의 TV 시청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부분적으로 변화의 가능성들을 내재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TV라는 미디어의 독특성이 실현되고, 시간적으로 사회적 시간의 규율 하에 있으며, 가정이라는 공간의 지배력이 작동하는 문화적 실천임을 시사한다. 그 함의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미디어 독특성을 고려할 때 채널과 편성을 기반으로 하는 주요 시청 관습은 앞으로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고, 이 점에서 시청 관습의 탈구는 제한적으로 증가하리라 예상된다. 둘째, TV 시청은 여전히 사회적 시간, 특히 노동과 여가의 분리라는 현대사회 시간성에 의해 주요하게 결정되는 행위이다. 때문에 이로부터의 변화는 노동집약적이고 가속화하는 사회에서 여가 시간을 구성하고 자신의 리듬을 주위 리듬과 조율하는 행위로서 그 의미를 연구해 가야 할 것이다. 셋째, 시청은 여전히 가정이라는 문화적 제도의 의미를 확대하고 강화하는 정주적 실천이다. 이 때 가정성과 정주성은 시청 공간이 집인가 아닌가, 혹은 단말기가 고정형 TV 수상기인가 모바일 미디어인가로 단순히 구분되기보다는 신체적, 물리적, 심리적 측면에서 실천, 경험되는 것이다. 때문에 다양한 시청 조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공간적 실천으로서 TV 시청 공간의 의미를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상에서 보듯 포스트TV 시청 관습의 탈구는 일상생활 체제의 규율 내에서 미시적, 분자적으로 진동하는 다차원적 운동이자 과정으로서 의미를 가진다. 이 진동은 다시금 삶의 방식과 상호작용하면서 일상생활의 의미를 재구성하며, 그 속에서 TV 보기 또한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는다. 포스트TV 시청 관습에 대한 탈구의 접근은 이를 통합적으로 해석하여 오늘날 TV를 본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해 준다. 후속 연구를 통해 혁명적 담론이나 산업적 낙관에 치우치지 않고 우리의 일상, 그리고 이를 구성하는 시공간적 실천들을 바탕으로 포스트TV의 의미를 지속적으로 탐색해 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