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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각장애인 직업권 형성에 관한 법사회학적 연구 : Benevolent Entitl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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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주윤정

Advisor
박명규
Major
사회과학대학 사회학과
Issue Date
2012-08
Publisher
서울대학교대학원
Keywords
시각장애인맹인안마인권권리시혜주의계약주의생존권직업권제생원원조관습헌법
Description
학위논문 (박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사회학과, 2012. 8. 박명규.
Abstract
본연구는 시각장애인의 생존권 영역으로 직업권의 대표적 영역인 안마사업권의 형성과정을 분석한다. 안마사업은 식민지시대 이래 시각장애인들의 특수한 직업으로 인정되어 왔는데, 이런 과정에는 복잡한 사회 역사적인 과정과 갈등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법적인 능력(capacity)에 대한 규정은 시각장애인들이 완전한 직업인으로 자격을 갖고 활동하는데 제한을 했으며, 또한 안마·침술 등이 유사의료영역으로 규정되며 한의사업계와의 지속적인 경쟁관계 속에 놓여있었다. 한국사회는 식민화, 탈식민화, 압축적 근대 등 세계에 유례없는 구조적 변동을 겪은 사회이다. 사회적으로 능력을 인정받는 행위자들조차도 이런 구조변동에 적응하기 어려운 정도였는데, 사회적으로 자원이 부족하고 능력이 부족한 이들이 어떻게 생존권을 주장할 수 있었을까에 대한 질문에서 본연구는 출발한다.
시각장애인의 직업권으로 대표되는 생존권 획득은 권위주의적 정치구조와 사회구조 속에서 시혜적인 방식으로 발생했다. 권위주의 정치체제 하에서 시혜주의 구조에서 시각장애인의 권리청원은 일부 성공했다. 하지만, 정치체제와 사회의 의사결정 방식이 계약주의적 방식으로 전환된 2000년대 이후, 시각장애인들의 권리를 수많은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권리를 최종적으로 보증해줄 수 있던 최고 결정권자에 의한 정치가 사라진 민주화 이후, 이는 지속적으로 헌법 재판소에서 위헌 재판으로 청구되게 된다. 본연구는 시각장애인들의 안마업권이라는 생존권 영역이 형성되고 변동되는 과정을 (법적)능력-사회적 관계-시장-법의식의 상관관계를 통해 분석했다. 분석을 통해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발견했다.
첫째, 시각장애인의 생존권의 장은 비정상적 법적 능력- 시혜주의-비경쟁 시장-관습적 법의식의 관계에서 정상 능력-계약주의-경쟁시장-관습+헌법적 법의식의 관계로 변화해왔다. 이런 변화는 사회구조의 변화(식민통치->탈식민화)로 인하거나, 혹은 국제규범의 이식, 시장 영역의 확대 등을 통한 변화였다.
두 번째, 시혜주의적 구조는 식민주의적 시혜주의, 원조중심 시혜주의, 권위주의 시혜주의, 시혜주의적 국제규범의 이식 등으로 분석했다. 시혜주의적 관계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주요 행위체와 자원배분, 입법의 관계에서 변이를 보였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시각장애인을 자선-자혜의 대상으로 설정하며, 불평등한 위계질서적 구조를 전제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70년대 권위주의 통치시기의 시각장애인들의 안마업권 획득은 시혜주의적 입법의 결과라 볼 수 있다. 당시 다양한 이익단체들이 충돌하며, 유사의료업의 법제화를 막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시각장애인들이 의료 2원 체계의 강고한 틀 속에서 의료법 내에서 안마업권을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은, 시각장애인들에 대한 시혜주의적 입법이 구현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세번째로 장애인에 대한 비정상적 법적 능력의 규정은 보호주의적 능력제한(민법)-전문 자격제한(의료법, 약사법)-우생학적 자격제한(해외이주법, 모자보건법)의 형태로 나타났음을 발견했다. 흔히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배제에 대해 논의할 때, 이는 사회적 관습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논의가 될 뿐 법적 구조에 대한 분석은 명확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본연구는 근대법의 형성과정에서 장애인의 능력을 제한하는 요소가 작동하고 있었음을 밝혀냈다. 식민지 조선에서 일본 민법의 계수를 통해 능력에 대한 제한 규정이 발생했다. 농자, 아자, 맹자의 경우 준금치산자로 규정되어 계약의 완전한 주체가 될 수 없었다. 이는 계약 등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었다. 하지만 구관조사 등 조선의 전통적 관습에 대한 조사에 의거하면, 농자, 아자, 맹자 등에 대한 별다른 법적 제한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근대법의 계수를 통해, 장애인들은 의사능력과 행위능력, 능력을 완전하게 갖추지 않은 비정상인으로 자리매김된다. 이는 해방이후에도 이어지며, 공무원의 임용, 고등고시, 의료법, 약사법 등 각종 행위능력을 규정하는 법에서 능력이 없는 이들로 제한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장애인의 능력에 대한 배제와 제한은 일괄적으로 폐지된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삭제되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능력은 선험적으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와 정치적 구조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구술문화 중심의 사회에서는 문자 해독능력이 없는 것이 별다른 능력의 부재로 여겨지지 않았지만, 한글 문화와 인쇄 문화의 확산으로 문자문화가 정착되면서 맹인들이 글을 못읽는 것은 근대적 문해능력의 부재로 인식되었다. 또한 전통 사회에서는 점복업자로 나름 직업을 영위하고 살아갔지만, 과학과 근대적 사고체계의 확산으로 인해 이들은 미신으로 자리매김 되어 갔고 이들은 근대적 직업 능력이 부재한 이들로 여겨지게 되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들은 권리를 획득하기 위한 투쟁을 통해 직업권리란 형식으로 자신들의 능력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게 하는데 성공했다.
네번째, 시각장애인들이 생존권을 주장할 수 있던 근거로는 관습과 헌법의 두 차원이 존재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시각장애인들이 강력하게 생존권을 주장할 수 있었던 근거로는 우선 관습법적 권리의식이 존재한다. 시각장애인들은 고려시대부터 국가로부터 지속적으로 보호를 받았다는 의식이 존재하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왕실에서 시각장애인 점복업자를 보호해주었다는 과거의 기억과, 식민지시기에 미신타파에도 불구하고 시각장애인들의 점복업을 총독부에 저항해 지켜왔다는 투쟁의 기억이, 안마사업권에 대한 권리의식과 결합되는 것이다. 안마사업권이 시행된지 100년에 이른다는 역사적 현실과 과거의 시각장애인의 점복업자들의 권리획득 기억이 결합이 되며 강력한 생존권 주장의 근거로 기능했다. 관습은 맑스가 지적했듯이 사회적 빈자들의 권리의 보고일 수 있다. 자유와 평등을 누릴 수는 없지만, 위계질서 속에서 일정한 신분관계 속에서 생존권을 보장받는 방식이 가능하다. 시각장애인들의 관습적 권리주장은, 시혜주의적 권리 구조 속에서 작동할 수 있었다.
또한 이런 권리 주장은 위헌소송을 거치며 헌법적 권리 주장으로 전환해간다. 제헌헌법이 제정된 것은 1948년이고, 제헌헌법에는 생존권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사회국가적 원리가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헌법이 제정된다고 해서 이런 헌법적 근거가 실질적으로 소수자 집단에 의해 바로 권리 근거로 인식되고 사용되는 것은 아니었다. 시각장애인 집단은 위헌소송을 거치며, 사회를 구성하는 원리로서 사회적 약자집단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국가적 원리를 보다 명확히 인식하고 이를 투쟁의 근거로 활용하게 되었다.
다섯번째로 본연구는 권리획득의 장이 계약주의적(contractual) 구조로 전환된 이후 평등의 딜레마가 발생했음을 분석하고 있다. 이는 형식적 평등과 실질적 평등의 문제라고도 볼 수 있는데, 동일성에 기초한 평등한 사회에서는 특정한 집단에게 특정한 이해(interest)를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한 지점이 있고 이는 특혜로 보인다. 민주화 이후 발생한 위헌 소송과 위헌 판결 등은 차이가 있는 소수자 집단에 대한 혜택이 야기하는 평등의 딜레마이다. 이는 실질적 평등과, 형식적 평등의 갈등이라고도 분석이 되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평등한 사회적 시민권을 주장하는 동시에 이들에 대한 다른 처우는 근본적으로 평등하지 못하다는 비난에 시달리게 된다.
본연구의 의의는 다음과 같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사회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 T.H.Marshal 식의 사회권 논의를 받아들일 경우, 사회권은 정치 시민적 권리가 완성된 이후 단계론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회권의 하위 요소인 생존권적 보장은 권위주의 체제하의 보장이어서 사회 모든 집단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특정한 사회집단이 권리청원을 통해 생존권을 획득할 수 있었던 나름의 장치가 작동하고 있었다. 시각장애인의 생존권 획득은 완전한 평등과 자유권의 획득 이후 가능했던 것이 아니라, 온정주의적으로 시혜주의적 구조에서 부여된 측면이 있다. 본연구는 권리의 문법에 대한 연구가 아니라, 권리의 실천에 대한 연구로, 권위주의적 체계 속에서, 구체적인 사회적 관계 속에서 권리가 청원되고 행사되는 방식에 대한 논의를 전개했다. 구체적 역사·사회적 관계 속에서 권리가 실천되는 방식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권리 언어와 권리 전략을 보다 실질화하고 풍부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장애인 운동에서 시혜에서 권리로가 대표적인 구호이지만, 여기서 시혜가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분석은 없었다. 이런 시혜적 관계를 역사적, 사회적으로 분석해, 보다 권리중심적 체계로 나아갈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한편 이 연구는 장애인에 대한 배제와 차별이 전통적 인식과 사회적 관습에 의한 것이 아니라, 소유권을 기초로한 근대법의 적용과정에서 강화되어갔음을 밝혀냈다. 구관조사에서 보이듯이 장애인들의 권리행위에 대하여는 전통사회에서는 별다른 규정이 존재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소유권의 확정과 계약을 보호하기 위한 근대법이 강화되어가면서, 장애인들은 능력, 즉 행위능력과 의사능력을 갖추지 못한 완전하지 못한 人으로 자리매김 되어갔다. 이런 규정들은 장애인들이 국가 영역에서 공인하는 여러 자격을 취득하거나 직업을 갖고자 하는 경우 배제조항으로 작용했으며,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정당화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또한 본연구는 소유를 할 수 있는 능력을 인정받지 못했던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생존권을 주장해온 역사를 분석해, 소수자들의 적극적 행위성을 밝혀냈다. 기존의 소수자에 대한 사회학적 연구들에서는 소수자들을 배제하는 사회적 메커니즘에 분석이 맞추어져 있어, 소수자 집단을 희생자화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소수자 집단에 대한 자료 자체가 이를 배제하는 권력의 언어로 쓰여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며, 연구자들 역시 권력의 언어가 구성하는 프레임을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본연구에서는 시각장애인 집단에 대한 다원적인 자료수집을 통해 이들의 권리 주장의 역동성을 분석했다. 시각장애인들의 역사적 전통, 관습적 권리주장, 투쟁의 기억 등 권리주장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다양한 근거를 분석해, 시혜주의 구조 속에서 시각장애인들의 역동적인 행위성을 분석했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2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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