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법 교육을 위한 교수학적 내용 지식 연구

Abstract

본 연구는 교수자의 교과 교육 전문성을 결정짓는 핵심 지식으로서 교수자의 교수학적 내용 지식(Pedagogical Content Knowledge)에 주목하고 문법 영역에서의 교수학적 내용 지식을 대상으로 그 이론적 체계화를 시도한 연구이다. 교수학적 내용 지식은 교사의 교수 전문성을 드러내는 핵심 개념으로, 교육의 실천 국면에서 교과 지식의 교육적 재구성 과정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교사 지식이다. 본 연구에서는 교사의 교수학적 내용 지식을 중심으로 그것과 관계를 맺는 여타 교사 지식들을 체계화하고 문법 교수·학습 분석을 통해 문법 교육에서 교수학적 내용 지식이 어떻게 범주화될 수 있는지를 보이고자 하였다. 교육은 특정한 목표를 가지고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이 만나 함께 교육 내용을 구성해 나가는 독특한 교섭 행위이다. 지금까지의 교수·학습 논의는 이와 같은 교육 행위에서, 행위의 주체보다는 그들에게 제공되는 내용 지식과 교수 전략을 개발하는 데 더 공을 들여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학습자가 최초로 받아들이게 되는 교육 내용은 교수·학습 주체의 교육적 행위를 통해 구현된 결과물의 총체로, 교육 과정이나 교재의 내용과는 다르게 구성될 수밖에 없다. 이에 본 연구는 문법 교육이 수행되는 지점에서 문법 교육을 직접 실현하는 교수·학습 주체로서의 교수자와 교수자의 전문 지식에 주목하고 이를 통해 문법 교수·학습에 접근하는 이론적 틀을 마련하고자 하였다. 교수자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전문가로서의 교수 행위를 가능하게 하는 교사의 핵심 지식을 학술적 용어로 개념화한 것이 바로 교수학적 내용 지식(PCK)이다. 교수학적 내용 지식은 교육이라는 현상과 함께 언제나 실재해 왔으나 그 실체에 대한 명확한 인식 없이 감각적으로만 이해되었던 교사의 수행 지식이다. 중등교육에서 교수학적 내용 지식은 교과 혹은 영역 특수성을 가지며 교수·학습 행위를 통해서만 구체화되는 방법적 지식으로서의 속성을 갖는다. 따라서 교수학적 내용 지식은 교과 교육을 중심으로 그 체계나 구현 범주에 관한 논의가 가능하며, 또 교사를 학습자와 함께 교수·학습의 주체로 인식하였을 때 비로소 논의가 가능해진다. 지금까지 국어과에서, 나아가 문법 영역에서 교사가 갖고 있는 혹은 갖추어야 할 교수학적 내용 지식이 무엇인지 또 그것은 어떻게 구성되고 어떠한 범주를 통해 실현되는지에 대한 논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기존의 교수학적 내용 지식에 관한 연구는 교수학적 내용 지식의 실체를 규명하려는 시도보다는 교수학적 내용 지식을 구성하는 데 관여하는 여타 교사 지식의 총합으로 교수학적 내용 지식을 대신하거나, 혹은 교수 기법 차원으로 수용하여 교수 개선을 위한 교수법을 통칭하는 개념으로 교수학적 내용 지식을 다루어 온 경향이 있다. 본고에서는 교과 내용 지식, 학습자 지식, 교육 과정 지식 등 다양한 교사 지식과 교수·학습 실천에 영향을 미치는 교수적 요소들을 통합하는 기제로서, 교수·학습 구성과 실천을 가능하게 하는 교수자의 핵심 지식 체계로 교수학적 내용 지식의 개념을 규정한다. 그리고 교수학적 내용 지식이 하나의 교수 방법 혹은 방안이 아니라 교사의 전문적인 지식 체계라는 점을 밝히고 그것의 실제적 범주를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교수학적 내용 지식과 교수학적 내용 지식에 관여하는 여타 교사 지식을 구분하고, 이러한 관여 요소들을 체계화하여 제시하였는데 특히 정의적 요소와 메타적 자기 인식 요소에 대한 인식을 강조하였다. 그런 다음 문법 교수 현상을 분석하여 교수 실천으로 드러나는 교수학적 내용 지식의 구체적인 수행 범주를 체계적으로 제시함으로써 문법 교육에서의 교수학적 내용 지식의 실체를 규명하고자 하였다. 교수학적 내용 지식에 관한 연구가 그동안 활발하지 못했던 것은 교사를 대상으로 개인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현실적 이유와, 그것의 본성이 개인적이며 경험적으로 누적되고 변화 가능성이 높은 지식 영역이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행위는 합의 가능한 보편성을 가지고 있으며, 더구나 제도권 내의 교육은 일정한 방향성을 공유한 채 변화하는 특성을 갖는다. 또한 모든 지식 체계는 공동체와 그 구성원의 변화에 따라 언제나 재구성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논의와 합의를 위한 노력이 끊임없이 반복·지속될 때 비로소 학문적 체계화가 가능해진다. 본 연구는 문법 교수자의 교수학적 내용 지식을 통해 지금까지 연구가 활발하지 않았던 문법 교수·학습 영역과 교수 주체에 주목함으로써 문법 교육 현상을 이해하고 진단하고 예측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이론적 틀을 제시하였다는 데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