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의 기본 법리에 관한 연구 - 본질과 독립재산성

Abstract

신탁의 규모가 커지고 있고 국제적 추세에 맞게 신탁법을 개정한 현 시점에서 신탁의 활성화를 위해서 법학 분야에서 가장 요구되는 것은 신탁에 관한 기본 법리를 명확하게 하여 신탁제도의 정착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에 본 논문에서 신탁의 기본 법리를 크게 신탁의 본질과 독립재산성으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신탁의 본질과 관련하여서는 수익권의 성질이 가장 문제가 된다. 수익권의 성질을 검토함에 있어 우리 신탁법 해석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미 신탁의 법리를 고찰하였다. 그 결과 영미 신탁법 발전의 역사는 수익자 지위 고양의 역사이고, 현재 영미 신탁에서 수익권은 형평법상의 소유권이라는 개념을 통해 물권적으로 보호하고 있음을 밝혔다. 본 논문에서 우리 신탁법은 수익권을 물권적으로 보호해 온 영미의 전통을 변형하여 도입한 것으로 해석되고, 우리 신탁법상 수익권은 물권화된 채권에 해당한다는 점을 상세히 논하였다. 수탁자가 신탁의 목적을 위반하여 신탁재산에 관한 법률행위를 한 경우 수익자가 수탁자의 법률행위를 취소할 수 있는 수익자취소권, 수탁자가 충실의무 등을 위반하여 이득을 얻은 경우에 이득 전부의 반환을 구할 수 있는 수익자의 이득반환청구권, 수탁자의 채권자가 신탁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하는 경우에 수익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권리, 영미의 형평법상의 트레이싱을 변형하여 수용한 수익자의 추급권 등이 수익권의 물권적 성격을 잘 드러내고 있다. 또한, 신탁에 있어서 공시의 원칙이 관철됨에 따라 수익권의 내용은 등기의 일부인 신탁원부를 통해 공시된다. 따라서 수익권을 단순히 채권으로 취급하여 설명하려는 통설인 채권설은 타당하지 않고, 수익권을 물권화된 채권으로 파악하여야 신탁법의 제반 규정을 일관하여 설명할 수 있다. 이러한 수익권의 성격은 수탁자의 소유권에 대한 해석에 있어서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수탁자의 소유권은 수익자의 물권화된 수익권과 신탁관계에서 발생하는 신임의무에 의하여 내재적으로 제한을 받는 소유권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신탁의 본질을 바탕으로 신탁재산의 독립성을 이해할 수 있다. 수탁자의 소유권은 물권화된 수익권에 의하여 제한을 받으므로, 수탁자의 채권자도 물권화된 수익권을 존중해야 하므로, 수탁자의 채권자는 신탁재산에 강제집행을 할 수 없고 수탁자가 파산하더라도 신탁재산은 파산재단을 구성하지 않는 것이다. 신탁재산의 독립성은 우리 신탁법상 물권화된 수익권의 발현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 신탁법상 신탁재산의 독립성은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 원칙이다. 본 논문에서는 신탁재산의 독립성이 구체적으로 신탁법에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우선 신탁재산은 수탁자의 도산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 도산절연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도산절연기능이 확실하게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신탁재산의 보호에 직접적으로 이해관계를 가지는 수익자에게 환취권을 인정하여야 한다. 수익자의 추급권과 관련하여서는 영미 신탁에서 수익자 보호를 위해 전개하여 온 이론을 우리 신탁법 해석론으로 원용할 수 있으므로, 이에 따라 수익자의 신탁재산의 범위를 확장하는 해석론이 요청된다. 한편, 신탁재산의 독립성은 신탁재산을 위탁자의 고유재산과 분리하여 다룰 것도 요청하고 있는데, 담보신탁에 도산절연성을 인정하는 판례의 입장은 이런 관점에서 타당하고, 유언신탁과 유언대용신탁에 있어서 유류분과의 충돌의 문제도 신탁재산의 독립성을 침해하지 않는 해석론을 바탕으로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