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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의 자기의식과 개체 개념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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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현영종

Advisor
김상환
Major
인문대학 철학과
Issue Date
2016-08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스피노자개체자기의식
Description
학위논문 (박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철학과 서양철학전공, 2016. 8. 김상환.
Abstract
행복은 스피노자의 철학을 관통하는 주제다.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기쁨은 무엇인가? 우리는 지복을 어떻게 획득할 수 있는가? 스피노자가 자기의식의 확장 과정 통해서 이 문제에 답하려고 했으며, 이 논의에는 그의 독특한 개체 개념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 본 논문의 주장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신체와 그것에 대한 관념인 정신이다. 우리는 신체를 통해 세계와 소통하며 이 소통 과정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이해한다. 우리는 이 소통의 흔적인 신체의 변용을 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 속에서 단일하고 총체적인 나를 상상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와 같은 상상적 자기의식에 머물지 않고 필연적인 법칙들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며, 나아가 자신을 자연을 구성하는 부분으로 이해하고 경험한다. 이러한 논의의 중심에는 스피노자의 개체 개념이 있다. 의식의 확장 과정을 개체적 본질, 개체들 간의 관계, 이 본질에 대한 의식에 대한 논의와 연관하여 다룰 필요가 있다.
스피노자의 개체(individuum)는 자연학적 개념이다. 그는 데카르트의 기하학적 기계론을 데카르트보다도 철저하게 따르고 있다. 기계론은 모든 물리적 현상을 장소 운동과 입자들의 충돌에 의해 설명한다. 장소 운동과 충돌이란 물체들의 상대적이고 외적인 관계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개체의 상태나 본질은 외적 관계에 의해 구성된 것으로 간주된다. 인간도 이러한 개체다. 연장의 측면에서 인간이 하나의 개체로서 가지고 있는 본질이나 통일성은 영혼 등과 같은 연장 밖의 원리가 아니라 기계론적 법칙에 의해서 규정되어야 한다.
스피노자는 개체의 본질을 발생적 관점에서 정의한다. 그는 내부가 없고 오로지 외적인 관계에 의해 상태와 본질이 결정되는 가장 단순한 물체라는 가상의 존재자를 도입하고, 개체의 본질을 이 가상의 물체들이 서로 간에 맺는 운동과 정지의 특정한 관계(ratio)로 정의한다. 이 관계 자체는 비물질적이고 비시간적인 원리다. 이 관계는 개체의 지속과는 무관하며, 개체의 부분들을 규제하는 법칙들(leges) 혹은 배치(fabrica)다. 이 관계는 외적 관계들에 의해 발생적으로 설명되지만, 관계 자체는 영원하며, 개체의 내부는 이러한 관계에 의해 창발된다.
개체의 본질은 코나투스이기도 하다. 코나투스는 기계론적인 관성(intertia)과 다르다. 상태 유지만이 아니라 더 좋은 상태의 추구이기 때문이다. 코나투스는 개체의 부분들을 규제하는 힘이다. 이 힘은 상반성 제거 활동으로 실현된다. 실존하는 개체 안에는 필연적으로 상반성이 존재하는데, 개체의 내부가 근본적으로 외부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개체를 구성하는 부분들은 한편 그 개체에 속해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다른 개체들에게도 속해있다. 이때 개체의 본질은 이 부분들을 온전히 자신에게 귀속시키려는 경향을 지니고 있다. 이와 같은 상반성 제거 활동은 개체에서 그 개체의 본질에 따라 실현되는 비율을 늘리는 것이다. 즉 상반성 제거란 개체 본질의 능동적 실현이고, 외부의 개입에 대한 저항이다. 그러므로 더 좋은 상태의 추구는 저항의 형식으로 이루어지며, 이러한 코나투스는 일종의 탄성이다.
평행론에 의하면 신체만이 아니라 정신의 코나투스도 존재한다. 사유 속성과 연장 속성은 보편적 법칙을 공유하며, 이 두 속성의 양태인 신체와 그것의 관념으로서 정신은 동형성을 갖는다. 그런데 물리적 차원에서는 언급되지 않은 현상이 개체의 정신에서 나타난다. 개체의 정신은 코나투스를 그 본질로 가지면서, 동시에 그러한 노력에 대해 의식한다. 다만 이러한 의식은 파생적일 뿐이며, 정신의 본질을 구성하지 않는다.
스피노자의 의식 개념은 단지 지향적 의식만이 아니라, 현상적 의식, 즉 1인칭 시점에서만 포착이 가능한 주관적 경험까지 포괄한다. 가령 신체의 느낌에는 후자의 의식이 포함되어 있다. 신체의 느낌은 직접적이며 선명하며, 우리는 이를 통해서 자기 자신을 의식한다. 하지만 스피노자에 따르면 우리에게는 내감과 외감을 구별할 수단이 없다. 애초에 존재론적으로 개체의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느낌의 직접성은 심신 합일의 자명한 근거로 간주되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신 합일에 대한 스피노자의 증명에 따르면 나의 정신에서 발생한 느낌의 대상은 나의 신체에서 발생한 것이어야 한다.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모호하더라도, 그 구별이 파기된 것은 아니다. 신체의 변용은 개체가 파괴되지 않는 이상 나에 속하며, 우리 각자는 이를 의식한다. 느낌은 단순히 신체 변용에 대한 관념인 것이 아니라, 그 변용이 나에게 속한다는 것에 대한 의식, 다시 말해서 변용의 관념에 대한 관념이다.
스피노자는 의식을 관념의 관념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관념의 관념이란 반성적 의식 이상의 것이다. 어떤 새로운 관념을 가질 때, 나는 이미 다른 관념들을 가지고 있으므로 새로운 관념과 다른 관념들을 통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는 신체의 변용과 그 변용의 관념을 자기화하는 과정에 상응한다. 따라서 관념의 관념은, 관념들의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이나 관념들을 통합하는 정신의 작용에 대한 의식을 지시하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스피노자의 의식은 자신에 대한 지향적 의식이면서, 동시에 자기화 과정에 대한 현상적 의식을 지시한다.
자기의식은 지복의 주요 문제로 간주되어야 한다. 『윤리학』 5부는 인간의 자유 혹은 지복에 대한 장이다. 5부는 정서 치료법에 대한 논의에서 시작한다. 이 치료법은 수동적 정념을 객관화함으로써 경탄과 같은 개별성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소극적 자유를 성취할 수 있다. 하지만 정서 치료법은 적극적 자유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스피노자에게 적극적 자유란 필연성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필연성에 대한 인식에 있다. 정서 치료법은 보편적인 법칙들을 통한 자기자신이며, 이는 자유와 지복에 대한 논의의 출발점이 된다.
유한한 개체는 특정한 관점에서 영원하다. 신의 영원성은 그 실존이 자신의 본질에 함축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반면에, 개체의 영원성은 개체의 실존이 신의 본질에 함축되어 있음을, 다시 말해 그 실존이 신과의 관계 속에서 필연적으로 결정됨을 뜻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개체가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제와 관계없이 필연으로 실존한다고 말할 수 있다. 개체의 영원성은 이와 같은 필연적 실존을 의미한다. 그런데 지복은 이러한 영원성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영원성에 대한 의식에 있다. 우리는 이미 영원하지만, 이러한 영원성을 반드시 의식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지속하는 동안에 자신의 영원성에 대해 보다 더 의식할 수 있고, 이는 신 안에 있는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되찾는 것이다.
스피노자에 의하면 정신의 본질은 오로지 인식에 있다. 정신은 신체에 대한 관념이기 때문에, 우리는 신체를 통해서 대상을 인식하는데, 그 방식은 두 가지다. 지속의 측면에서 대상을 인식하는 방식과, 영원의 측면에서 대상을 인식하는 방식이 있다. 전자가 신체의 변용에 의한 방식이라면, 후자는 신체의 본질에 의한 방식이다. 신체의 본질에 대한 인식은 정신의 본질에 속하며, 여기에 영원한 부분이 있다. 우리는 이 부분을 다른 개체들과의 관계를 추상하고 오로지 신과의 관계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3종의 인식은 이러한 영원한 부분에 대한 인식을 통해 대상을 인식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영원한 부분에 대한 인식은 자기인식이며, 이때 자기는 신의 한 부분이므로 신에 대한 인식이다. 따라서 3종 인식에서 우리는 자신과 신의 합일을 의식하며, 우리 자신의 순수한 능동성을 경험한다. 이러한 인식은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최대치의 인식이며, 철학적 구원이다.
이러한 철학적 노정은 신체와 그것에 대한 관념인 정신이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그 목적지인 지복은 자신의 신체 혹은 그에 대한 관념을 신과의 관계 속에서 가능한 한 보다 많이 이해하는데 있다. 그런데 우리의 신체와 정신은 다른 개체들에게 인과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그 때문에 무한히 확장되는 이 인과 관계를 이해할 수 없는 유한한 정신은 자기 자신도 온전하게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의 독특한 본질에는 영원하고 고정된 부분들이 포함되어 있다. 모든 것은 신의 부분이지만 우리는 본질의 이 부분만을 신의 한 부분으로, 능산적 부분으로 적합하게 이해할 수 있다. 신과의 합일, 지복이란 이러한 자기인식을 통해 자신을 능산적 부분으로 인식하고 경험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스피노자의 개체 개념의 독특성이 드러난다. 개체는 다른 개체 없이는 존재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체에는 개체들 간의 관계로 완전히 환원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창발된 내부의 원리이며, 내밀한 본질이고, 영원한 부분이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21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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