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徐渭 詩의 否定性과 예술 창작의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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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이주현

Advisor
송용준
Major
인문대학 중어중문학과
Issue Date
2014-02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서위(徐渭)서문장(徐文長)서청등(徐靑藤)명대(明代)예술잡극(雜劇)≪사성원(四聲猿)≫부정성(否定性)자아와 세계이분법적 분할긍정 대 부정의 이분법거부부정적 세계관반면(反面)부정의식소외방황억압단절이탈결핍자아 투영단원(團圓)의 역설문인화(文人畵)유희‘초초(草草)’형상의 해체추상화(抽象化)냉소조롱
Description
학위논문 (박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중어중문학과(문학전공), 2014. 2. 송용준.
Abstract
이 연구는 서위(徐渭, 1521~1593)의 예술작품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서위는 명대 중·후기의 문인으로서 시, 서, 화, 희곡 등 예술의 여러 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중국 역사상 보기 드물게 그가 착수한 모든 예술 방면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겼으며 그의 작품들은 명·청대 예술적 변화를 선도하였다. 서위가 종합적인 예술가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에 관한 기존의 연구는 각 방면에 국한되어 있었고 일정한 결론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 논문은 서위의 희곡과 회화 각각을 연구하는 데 치중했던 기존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그의 시에 주목하였다. 시는 서위가 평생 동안 그때그때 보고 듣고 생각한 것을 반영한 예술 형식이기 때문이다. 시를 통해 그가 인식하고 표현하는 경향을 관찰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서위 예술의 창작 원리를 밝히고자 하였다.
본 논문은 서위 시를 세계와 자아의 두 측면에서 분석하였다. 인식의 대상으로서 자아와 세계는 각기 서위에 의해 자기 자신으로 여겨진 것과 그를 둘러싼 시·공간을 지칭하였다. 서위 시를 편년했을 때 시의 중심 대상이 대체로 세계에서 자아로 옮겨갔다는 점에 착안하여 세계를 서술하는 경향을 먼저 살펴보았다. 30~40대 시에서 세계가 이분법적으로 분할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서위는 세계를 초현실적 세계와 현실 세계로 분할하거나 현실 세계 안에서 이쪽과 저쪽을 구분하여 서술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와 같은 세계 분할은 양쪽 사이의 차이를 부각하기 위한 대비로서의 이분법에서 점차 작자의 가치 판단을 드러내기 위한 긍정 대 부정의 이분법으로 변화해갔다. 서위가 세계를 자신의 입장에서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으로 나누어 서술한 목적은 후자를 강조하는 데 있었으며, 이는 부정적 세계관의 형성과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50대 이후의 시에서 서위는 세계를 밝고 아름답게 묘사하기 보다는 어둡고 추하게 묘사하고 정면이 아니라 반면을 드러냈으며 부정어를 많이 사용하였다. 이로써 서위 시에서 세계는 분할과 거부의 원리로 움직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서위 시에서 나로 지칭된 자기 자신은 20~30대부터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젊은 시절의 서위는 자존의식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사회에서 자신의 재능을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여겼고, 점차 자신이 세상으로부터 소외되었다고 느끼게 되었다. 호종헌(胡宗憲, 1512~1565)의 막부가 해산되고 정신병이 발생할 무렵에는 정처 없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한편 극도의 불안감에 시달리는, 신체적·정신적 방황을 겪었다. 서위는 이 시기에 외부의 힘이 자신을 핍박한다는 불안의식에 시달리다가 정신착란 상태에서 계실(繼室)을 살해하였다. 그는 수감된 이후로 더욱 강한 억압감을 느끼게 되었고, 이에 따라 자존의식도 퇴색해갔다. 출옥 직후에는 잠시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품었으나 이내 자신이 재기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세계와 절연하였다. 시에서 서위의 자아가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은 피동적으로 소외되는 것에서 자발적으로 단절하는 것으로 바뀌어갔다. 의도적 절연과 함께 서위는 자기 자신의 모습에 더 집중하게 되었는데, 이때 두드러진 것은 세계와의 대립에서 패배하여 비참해진 모습이었다. 만년에 이르러 자존의식은 자취를 감추었고 자아의 결핍된 상태가 부각되었다. 서위는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없는가,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한가를 끊임없이 문제 삼았다. 먹지 못하고 금전이 부족하여 인간답게 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가지고 있던 물건이 망가지고 없어져서 괴로워했다. 몸에 지니는 물건이 손상된 것과 함께 서위는 신체적 결함을 인식하는 데 이르렀다. 이처럼 시에 나타난 서위의 자아는 소외와 방황, 억압과 단절 등 세계와 화합하지 못하고 그로부터 이탈해가는 여러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물질적 부족, 소유물의 손상과 함께 신변을 위협해 들어오는 총체적 결핍을 경험하였다.
시 분석을 통해 서위의 부정적 인식이 자신과 크게 상관없는 사회상에 대한 것으로부터 자신의 여건과 처지에 관한 것으로 바뀌었고, 여기에서 자기 자신에 관한 것으로 또 한 번 바뀌었음을 알 수 있었다. 세계와 자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시에서 세계가 분할되고 거부되며 자아가 이탈되고 결핍되는 것으로 구체화되었고, 이에 따라 서위의 시는 부정성을 띠게 되었다. 이어서 이 논문은 서위 시의 이와 같은 특징이 희곡·회화작품에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 살펴봄으로써 서위 예술의 본질에 다가가기를 도모하였다.
네 편의 극본으로 구성되어 있는 희곡작품 ≪사성원(四聲猿)≫은 앞의 두 극본과 뒤의 두 극본이 짝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각 극본에서 세계는 주인공의 이상 실현 여부에 따라 부정적 현실과 긍정적 비현실로 분할되어 있었다. 서위는 네 명의 주인공에게 자아를 투영하였는데, 예형(禰衡)과 옥통(玉通)에는 그의 고오(高傲)한 성격이, 목란(木蘭)과 춘도(春桃)에는 재능을 펼치지 못하는 모습이 반영되어 있었다. 중국고전극의 원칙에 따라 서위 작품의 주인공들도 모두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였지만, 그 단원은 표면적이 것이었다. 각 극본의 결말은 예형과 옥통의 경우 저승과 내생이라는 비현실적 세계로 옮겨가지 않으면 이상을 실현할 수 없다는 점을, 목란과 춘도의 경우 자신의 모습을 바꾸지 않고서는 이상을 실현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었다. 단원이 이와 같은 역설을 내포함에 따라 네 편의 극본은 대제목 네 번의 슬픈 울음소리를 내는 원숭이로 포괄될 수 있었다.
회화작품에는 기존 문인화가들의 창작 경향을 거부하는 서위의 입장이 드러나 있었다. 제관을 통해 그가 기존의 문인화가 지니고 있는 엄숙성을 제거하기 위해 유희의 기치를 내걸었음을 알 수 있었다. 창작 방식에 있어 초초(草草)함, 즉 대상을 대충대충 간략하게 그리는 것을 표방함에 따라 사물의 모습은 해체되어 추상적으로 표현되었다. 이와 같은 필법과 형상은 세계와 자아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서 초래된 것이었다. 그의 그림에는 아름다움을 지양하고 반면을 부각하는 습관이 반영되었을 뿐만 아니라 단절되고 결핍된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었다.
이상의 논의를 통해 부정성이 서위 시의 특성인 동시에 그의 예술작품을 일관하는 성질임을 확인하였다. 서위의 희곡과 회화는 그의 시와 마찬가지로 분할과 거부, 이탈과 결핍의 원리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이처럼 세계와 자아를 향한 서위의 부정적인 시선은, 부정성이라는 그의 예술작품의 근본적인 성격을 결정지은 핵심적 요인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더 나아가서 혁신적인 작품을 창작하게 한 원동력이었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21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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